캠핑가서 고생한 이야기

메밀밭파수꾼 작성일 14.10.13 19:3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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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해 여름이면 나는 항상 동네 친구들과 여행을 간다. 언제부턴가 여름휴가 기간에 날짜를 맞춰 여행을 가는게 연례행사처럼 되어버렸고 그 해 여름이 오고 있었다.남자 넷이서 여행을 가면 그게 무슨재미가 있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정말 그렇다.냄새나는 남자 넷이서 여행을 가봤자 재미가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게 마치 의무인 것 처럼 매 년 여행을 갔다.우리의 여행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여자의 발길이 허락된 적 없는 금녀의 영역이었다.물론 자의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우리의 마음의 문은 항상 활짝 열려있었지만 그 어떤여성도 쉽사리 발길을 들이지 못했다. 휴가기간이 가까워지자 우리는 어김없이 모여서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요사이 캠핑에 꽂힌 친구가 이번엔 숙소를구하지 말고 아예 캠핑장비를 가져가서 캠핑을 하자고 제안했고 우리는 솔깃해졌다. 색다른 경험이 될 것같아 모두 좋다고 했고그럼 친구네 집 선산에서 캠핑을 하기로 결정하고 날짜를 맞추기 시작했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나서 얼마 뒤였다.한 친구가 갑작스레 여행에 참석하지 못할 것 같다고 통보했다. 그 당시 여자친구가 있던 그 친구는 여자친구와 놀러가기로 한 날짜가 우리 여행날짜와 겹친다며 여행을 못갈것 같다는얘기를 전해왔고 갑작스런 배신자의 등장에 급기야 긴급대책회의가 소집됐다. 자리에 모이자마자 우리는 분통을 터트렸다.어떻게 우리한테 이럴수가 있느냐. 역시 그놈도 다른남자랑 똑같다. 그런 남자에게 마음을 주는게 아니었다.이대로 넘어가선 안된다. 그렇게 불만을 토로한 후 우리는 향후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 지에 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다리몽둥이를 분질러서 여행날 아무데도 못가게 만들자. 없애버리자. 본보기로 그 목을 시청 광장앞에 전시하자. 등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다. 간만에 아무런 이견도 없이 우리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결론은 하나였다. 차라리 내가 불행했으면 불행했지 그놈이 행복해 하는 꼴은 두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마침내 당사자가 등장하자 우리는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배신자. 반동분자. 야 이 백정놈의 새끼야. 여기가 어디라고 얼굴을 디밀어. 그렇게 솎아낸다고 솎아냈는데 아직도 쁘락치가 남아있는갑소.너희들이 어디로 가든 반드시 너희들을 찾아낼 것이다. 그리고 없애버릴 것이다. 이런 비난의 폭풍속에서도 친구의 표정은 여유로웠다. 그리고 자리에 앉은 친구의 말 한마디로 금새 생황은 역전됐다.자기가 여자친구에게 말해서 그날 여자친구 친구들을 데리고 함께 우리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했다는 말이었다.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우리는 환희에 젖어들었다. 불과 5분전까지만 해도 카스트제도의 맨 밑바닥에 있는 노예를대하듯 벌레만도 못한 대접을 받던 친구의 존재가 이제는 너무 눈이부셔 바라볼 수 조차 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형. 형님! 캡틴 오 마이 캡틴. 나의 빛과 소금. 난 이럴줄 알았다니까. 널 믿었어. 대장님. 예수님. 하나님.너에게라면 내 심장도 내어줄 수 있어. 나의 소울 브라더. 온갖 찬사와 찬양이 이어졌고 친구를 그럴줄 알았다는 듯인자한 미소만 보일 뿐이었다. 그날부터 하루하루를 설레임속에서 어서 휴가날짜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의 이런행복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휴가 전 친구가 여자친구와 헤어지면서 계획은 모두 무산되었고친구의 신분은 노예에서 유일신으로 그리고 노예보다 못한 짐승으로 급격하게 곤두박질 쳤다.휴가 당일. 아침에 약속장소에서 만난 친구의 얼굴은 아직도 시무룩했다. 헤어짐의 상처를 아직 다 극복하지 못한 모양이었다.우리는 그런 친구를 격려해주기로했다. "남자의 순정을 가지고 놀아? 짐이나 들어 이 노새만도 못한 놈아..""너.. 그 .. 얼굴.. 얼굴.. 꼴도보기 싫으니까 도착할때 까지 뭐 봉투라도 쓰고있어. 아니다. 그냥 트렁크에 타.""야 니들 힘든애한테 왜그러냐.. 친구야 요즘 많이 힘들지? 그러니까 그냥 집에가서 쉬어. 꺼져." 이렇게 투닥거리다보니 어느새 휴게소에 도착했다. 휴게소에 내려서 점심을 먹고 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별로 특별할 일도 아니었다. 항상 우리가 여행을 갈때면 비가왔다. 매년 비가 안오는 날이 없었기에 우리는 그냥 비가 오는가보다.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오히려 캠핑은 이런 악조건속에서 해야 재밌는거라며 웃고 떠들었다. 그리고 선산 입구에 도착했을 떄, 앞이 보이지 않을정도의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목적지까지 올라가는 동안 차가 두번이나 진흙탕에 빠져 우리는 내려서 차를 밀어야 했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을 무렵캠핑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우리는 거지꼴이었다. 그리고 친구가 말한 텐트치기 좋은 널직하고 평평하다던 땅은 돌부리부터나무뿌리까지 평평한 곳이라곤 눈에 씻고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나마도 물에 잠겨 있었다.설마하는 마음으로 설마 니가 말한 텐트치기 좋은 장소가 저기냐? 라고 친구에게 물었지만 친구는 시선을 회피했다.슬그머니 고개를 끄덕이는 친구를 보고 나도 모르게 친구의 멱살을 쥐어잡을 뻔 했다. 야 이 미친 놈아. 저기다 텐트를 칠거면 승용차가 아니라 불도저를 끌고 왔어야지. 나의 이런 절규도 빗소리에 묻혀버렸다.일단 비가 잠잠해질떄 까지 차에서 기다리기로 했지만 비는 쉽사리 그치지 않았다. 이제 조금후면 해까지 저물판이라 어쩔수없이 우리는 이상태에서 텐트를 치기로 했다. 그때부터 지옥이었다. 캠핑을 온건지 군대에 온건지 아니면 수재민복구현장에 온건지 알수가 없었고 여기저기서 고통과 절망에 찬 친구들의외침이 들려왔다. 아비규환이었다. 야 저거 잡아! 물샌다! 땅파! 빨리! 으악! 야 저기 우리 소고기 떠내려간다! 이미 늦었어 포기해!이미 그곳은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극한상황에서 인간의 힘은 정말 위대했다. 우리는 우리조차 믿기지 않는 속도로 텐트를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텐트가 완성 되었을 떄, 거짓말처럼 비가 그쳤다. 도대체 지금까지 우리는 뭘 했단 말인가.허탈한 마음에 다들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 앉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일단 우리는뭐라도 먹기로 하고 저녁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젖은 옷을 갈아입고 자리를 잡고 앉아 노릇노릇하게 익어가는 고기를 보고 있으니왠지 이것도 나중이 되면 다 추억이 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고생한 끝에 모든요리가 완성되었고 잔을 들고 다 같이건배를 하려는 순간.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분노에 찬 네 남자의 외침이 온 산에 울려퍼졌다. 다행히 이번비는 지나가는 소나기였다. 한참동안을 술을 먹고 놀다보니 어느새 밤이 깊었고 우리는 잠자리에 들기로 했다.아침부터 고생을 해서인지 눕자마자 다들 곯아떨어졌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 까, 축축한 느낌에 잠에서 깨어보니 텐트로물이 새고 있었다. 깜짝놀라 일어나서 친구들을 깨우고 그 새벽에 비를 쫄딱맞으며 다시 삽질을 해야했다. 배수로를 파내고다시 텐트로 돌아오니 슬슬 엄마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찝찝함에 잠이 오지 않았다. 누워서 눈을 감고 나는 나무다. 나는 산짐승이다.라고 되니이며 잠을 청하고 있는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왠지 텐트 문 너머로 사람형상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 때 옆에서 잠든 친구가 잠꼬대 하는 소리를 들었다. 친구는 계속 '처음 뵙는 분인데. 처음 뵙는분인데요.' 라고 잠꼬대를 하고있었다. 그때부터 잠이 확 깬 나는 뜬눈으로 밤을 지샜다. 아침이 밝자마자 잠에서 깬 친구에게 뭔 잠꼬대를 그리 하냐고 물어보자꿈에서 처음보는 할머니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다른 친구들도 모두 깨어나고 친구들과 물가로 놀러가려는데 친구가우리가 텐트 친 곳 위쪽으로 술병을 들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한참있다 다시 돌아온 친구에게 어디갔다 왔냐고 물어보니 이바로 위가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가 있는 곳이라 술 한잔 올리고 왔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잔 곳은 무덤가였다. 어제 내가 본 사람형상과 친구의 꿈 얘기를 하자 친구는 무심하게 우리 할머니가 왔다갔나보지라고 말 할 뿐이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너는 친할머니지만 나는 아니잖아. 초면인데 이런식으로 만나는건 아니지. 라는 내 말에친구는 남자새끼가 겁도 많다며 비웃을 뿐이었다. 그 날 밤 나는 또 뜬눈으로 밤을 지새야했다. 그렇게 우리의 캠핑은 모험으로 시작해 로맨스를 거쳐 공포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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