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이 일본 공항에 억류되고, 입국이 거부되는 봉변을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최근 독도에 입도해 통일송을 발표하고 이와 관련된 각종 언론 보도가 잇따른 것에 대한 보복 및 표적성 입국 거부로 보여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이승철은 지난 9일 오전 일본 현지 지인의 초대로 아시아나항공편을 이용, 일본 하네다 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석연치 않은 이유로 출국사무소에 4시간 가량 억류됐다.
당시 출입국사무소의 한 직원은 이승철 측이 입국을 거절하고 대기시키는 이유를 묻자 “최근 언론에서 나온 것 때문”이라는 입장을 먼저 피력했다. 특히 아내 박현정씨를 함께 억류한 것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해명을 내놓지 못한 채 얼버무렸다.
앞서 이승철은 지난 8월 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탈북청년합창단과 함께 독도를 방문해 통일을 염원하는 노래 ‘그날에’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이승철이 억류 당시 일본 측의 부당한 처사를 문제 삼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자 돌연 독도 관련 언급을 슬그머니 감춘 가운데 “당신 유명한 가수 아니냐”면서 20여년전 대마초 흡연 사실을 따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일본 출입국사무소는 애초부터 이승철에 대해 이미 많은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사전 자료 조사’ 및 ‘표적 입국 거부’ 의혹을 더욱 높이고 있다.
이승철은 대마초 사건 이후 지난 20여년간 일본을 15차례 입국해오면서도 입국시 아무런 제재를 받은 적이 없다. 심지어 지난 2000년대 초반에는 일본 현지서 콘서트를 개최하는 등 활동에 어떠한 제약을 받지 않았다. 과거 일본에서 대마 소지 혐의로 체포됐던 폴매카트니 역시 지난 4월 공연 차 일본에 입국해 공연한 바 있다.
이승철에 대한 이 같은 일본 측 대응은 공교롭게도 독도에 입도해 독도 및 통일 캠페인을 벌인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의혹을 빚어낸다. 일시 입국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무언의 경고를 해온 기존 사례와도 맞물린다.
앞서 일본 측은 독도 문제와 관련해 치졸하면서도 치밀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지난 2012년에는 독도 수영 횡단 프로젝트에 동참한 배우 송일국에 대해 일본 외무성 야마구치 츠요시 부대신(차관)이 “송일국은 일본에 입국하기 힘들 것”이라는 말을 해 논란을 야기한 바 있다. 당시 송일국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그냥 제 아들 이름이나 불러봅니다. 대한 민국 만세”라는 글을 SNS에 올리며 항의한 바 있다.
또 ‘독도는 우리땅’의 정광태 독도 명예군수 역시 1996년 SBS 특집물 제작을 위해 모든 제작진과 함께 일본 비자를 신청했지만, 유독 정광태만 석연찮은 이유로 입국이 거부됐다.
한편 이승철은 지난 8월14일 광복절을 하루 앞두고 독도에 입도해 통일송 ‘그 날에’를 독도 현장에 발표하고 즉석 음악회를 가져 국내외에서 화제를 불러 일으킨 바 있다. 당시 이승철은 각종 언론 인터뷰에서 “독도와 위안부 문제는 남북한의 공통된 관심사 중 하나라고 판단해 독도를 찾았다”고 말했다.
현재 이승철은 1주일간의 일본 현지 일정을 중단하고 국내로 돌아와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승철 측 관계자는 “표적 및 보복성 입국 거부로 받아들인다”면서 “내 나라 내 땅에 대해 정당한 권리를 이런 식으로 문제 삼았다면 이에 굴복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에 재입국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부당한 일에 적극 대처하고 싸워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