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승이 울었다.
자기도 오현민처럼 패기 넘치고 반짝이던 시절이 있었다며.
거칠 것 없이 달려오다보니 어느새 30대가 되었고,
잠시 시간을 내어 돌아보니 20대 당찬 젊은이들이 새파란 총기를 뽐내고 있더라.
그 중에서도 오현민은 빼어났다.
한국 최고의 이공계대학, 그 안에서도 가장 총명하다 손꼽히는 아이.
그에게 자신을 견주어보니 스스로가 무척 평범해보인다.
평범한 가장이 된 나는 비범한 청춘을 넘을 수 있을까?..
힘들구나. 애썼지만 힘들구나.
나도 저 아이처럼 되고싶었지만 마음처럼 쉽지만은 않더라.
청춘과 세월, 비범함과 평범함 사이를 이야기하는 그의 탈락소감은 그 어느때보다 슬펐다.
뛰어난 성적으로 한의대를 졸업하고, 개인 한의원을 운영하며 남부럽지 않게 사는
그 마저도 스스로를 평범하다 이야기하는데, TV를 보는 시청자들이라고 오죽했을까.
그리고 오늘, 장동민이 웃었다.
연예인이라는 타이틀을 떼어놓고 보면 평범하기 그지 없는,
아니 냉정히 말해 모자란 부분이 많아 보이는 그가 웃었다.
굳어버린 머리, 남들에 비해 한참은 뒤떨어지는 학벌에다
멘사니 뭐니 하는 타이틀 하나 내밀 것 없는 그야말로 범인(凡人)의 전형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그와 함께한 모든 이들이 그를 인정했다.
한의사 최연승이 그를 벽으로 느꼈고, 멘사 출신 하연주가 그를 '실수할 리 없는 사람'이라 느꼈다.
잘난 걸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이 그를 두려워하다니.
그 두려움은 모종의 경외심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했다.
놀라웠다. 이것이야말로 범인(凡人)이 천재들 사이에서 이루어 낸 기적이 아닐까.
그는 마지막까지도 '사람'을 이야기 했다.
우승 소감에서도 '내 옆에 남은 사람들'을 이야기하는 그를 보니
그가 역대 가장 멋지게 우승한 참가자라는 확신마저 생겼다. 그는 사람들덕에 지금껏 살아남았고, 사람들덕에 우승까지 했다.그는 그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듯 했다.오롯이 그가 그들에게 잘했기 때문이지만,
그는 그 인연들에 감사하는 법도 잊지 않은 듯 하다.
그의 우승은 행운이나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고, 보상이다.
뒤통수 맞기 일쑤인 세상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사람덕에 살아가더라.
해준만큼 돌아오길 바라는 것이 마치 요행마냥 느껴지기도 하지만
때론 해준 것보다 많이 돌려받기도 하더라.
그걸 장동민이 보여줬다.
믿음, 신뢰, 의리.
누가 들으면 콧방귀 칠 단어들이지만 그는 그 덕분에 이겼다.
장동민이 오현민보다 똑똑해서? 총명해서?
아니, '사람'때문에 이긴거다. 그 부분에서 장동민이 '지니어스'였다.
결국 사람이 남는구나.
사회생활을 해보면 지겹게 듣는 이 꼰대같은 이야기가 사실은 무척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내게,
장동민의 우승은 또 다른 자극이고 충격이다.
(따지고보면 오현민마저도 장동민의 사람이었으므로, 그는 지니어스 게임 대부분의 사람들을 자기 편으로 만든셈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단다.
요즘 같은 세상에 흡사 허항된 위로 마냥 들리기도 하지만 사실 우린 벌써 보았다.
끝날 때까진 끝난게 아니라던 그가 직접 보여주지 않았나.
10회 데스매치 모노레일에서 포기하지 않고 마지막 수를 던지던 그 모습,
결승전 2라운드에서 숫자판을 응시하던 그 간절한 눈빛.
그래, 포기하지 않으면 그 누구라도 이길 수 있다.
천재가 되진 못할 지언정 천재를 이기는 기적은 일구어 낼 수 있다.
난 오늘 밤, 범인이 이루어 낸 기적을 보았다.
(출처 : 더 지니어스 갤러리)
멋있네요.
멋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