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병사 월급은 올랐다. 하지만 병사들은 오른 월급을 체감하기 어렵다. 군 생활 중 필요한 각종 비용 부담이 만만찮은 탓이다.
올해부터 담뱃값이 두 배 가까이 올라 흡연하는 병사들은 벌써부터 고민이 많다. 공중전화 요금은 사회에서 쓰던 핸드폰 보다 비싸다. 특히 올해부터는 모든 개인 일용품을 본인 스스로 사서 써야 한다. 총 3회인 정기휴가는 여러차례 나눠 나갈 수 있게 됐지만 교통비 등 휴가비용은 개인이 책임져야 한다. 월급이 오른 만큼 병사들은 풍족해졌을까?
◇20년만에 병사 월급 10배 증가…2017년 상병 월급 20만원 육박
현재 50대 중년층이 된 한국 남성들(1970년대 후반~1980년대 중반 복무자)은 월 3000~4000원의 월급을 받으며 군 생활을 보냈다. 현재 40대 초반이 됐을 남성들도 1만원 안팎에 불과한 월급을 받았다. 1995년 병사 월급은 이등병 8400원~병장 1만1700원 수준이었다. 상병 기준 병사 월급이 10만원 선을 돌파한 게 2013년이다.
올해 병사 월급은 지난해보다 15%씩 인상됐다. 이등병 12만9400원, 일병 14만원, 상병 15만4800원, 병장이 17만1400원이다. 병사월급은 2013년 20% 오른 데 이어 2년째 매해 15%씩 인상됐다. 이 추세가 이어지면 오는 2017년엔 상병 월급이 19만5800원이다. 월급 20만원 시대가 눈앞이다. 격세지감이다. 군대 좋아졌다는 얘기가 나올만 하다.
◇전화 몇통에 담배 사피우면 지갑엔 먼지만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면 현실은 생각과 다르다. 일단 물가가 많이 올랐다. 가장 큰 타격이 담뱃값이다. 군은 2009년부터 면세 담배 지급제도를 폐지했다. 면세 담배가 장병의 흡연을 부추긴다는 부정적인 여론 때문이다. 2013년 장병들의 흡연율은 42.9%였다. 흡연자 한 명이 한 달 평균 담배 10갑을 구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0갑을 그대로 피우면 한달 담뱃값만 4만5000원이다. 월급 3분의1 내지 4분의1이 담배연기로 사라진다는 얘기다. 군 안팎에서 병사들에게 면세 담배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병사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통로인 공중전화는 요금이 휴대전화보다도 30% 가량 비싸다. 하루 6분씩만 통화해도 월 요금이 3만원이다. 분당 통신 요금 자체도 비싸지만 과금 체계가 초단위가 아닌 분단위인 것도 병사들만 겪는 불이익이다.
지난해 10월 전역한 예비역 병장 손모(23) 씨는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공중전화 요금하고 담뱃값으로 월급을 다 썼다”며 “담뱃값이 오르면 담배 피우는 후임병들은 더 빠듯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지·세제·치약·비누도 사서 써라?
아울러 올해부터는 군에서 지급되던 모든 개인 일용품을 병사 본인이 구매해야 한다. 세숫비누·세탁비누·치약·칫솔·가루비누(세제)·휴지·면도날·구두약 등 8가지 품목이다. 취지 자체는 좋다. 병사들이 자신의 기호에 맞춰 사제품을 직접 구매해 쓰라는 거다. 국방부는 3월부터 매달 5010원씩 물품 구매비용을 월급 외로 추가 지급할 예정이다.
보급 비누와 치약의 경우 사제품에 비해 품질이 떨어져 청소 용도로나 쓰이던 모습은 자취를 감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대 단위로 쓰이는 세제와 구두약, 휴지까지 병사들이 개별적으로 직접 구매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군 당국이 병사 월급을 대폭 인상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간 병사들의 지출 부담을 높이는 제도도 함께 도입되고 있다”며 “병사들의 월급 인상만 보고 군대가 옛날보다 좋아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