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판사]
도망간 20대女 쫓아가 주먹질 했는데… 판사는 “피의자 방어권 보호” 주장
2014년말에도 성폭행범 영장 발부안해, 경찰 “죄질 나쁜데… 이해못해”
피해자, 보복 공포에 정신과 치료
6일 오전 2시 50분경 경기 지역의 한 식당에 윗옷이 벗겨진 채 속옷만 입은 A 씨(20·여)가 “살려 달라”고 외치며 맨발로
뛰어 들었다. 속옷 끈 한쪽은 팔까지 내려와 있었고, 양쪽 무릎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온몸에는 크고 작은 생채기가 가득했다.
식당 주인은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A 씨는 전날 저녁 초등학교 동창(20), 동창의 직장 상사 김모
씨(37)와 함께 술을 마셨다. A 씨는 이날 김 씨를 처음 만났다. 밤 12시를 넘겨 술자리가 이어지면서 모두 만취 상태가
됐다. 술자리가 파하고 A 씨는 집으로 가려고 식당을 나섰다. 하지만 오전 2시 17분 식당 앞 폐쇄회로(CC)TV에 찍힌
영상에는 김 씨가 길거리에서 A 씨를 뒤에서 껴안으며 배와 가슴을 주무르고, A 씨가 이를 뿌리치고 도망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A 씨는 경찰에서 “김 씨가 성폭행을 시도하면서 옷을 벗기고 온몸을 때렸다”고 주장했다.
도망친 A 씨는
번화가를 벗어나 실개천 근처까지 달렸다. A 씨는 “쫓아온 김 씨가 나를 붙잡아 강둑의 흙바닥에 눕히고 팔꿈치로 목을 누른 채
‘가만히 좀 있어’라며 온몸을 주먹으로 때렸다”고 진술했다. A 씨는 상대방이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 티셔츠를 벗기고, 가슴을
만지는 상황에서 몸을 비틀어 간신히 도망쳤다고 했다.
김 씨는 사건 다음 날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에서
“나는 성폭행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여자가 자꾸 도망가서 바닥에 눕혔을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김 씨가 성폭행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A 씨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보고 강간치상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김 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당시 영장 담당 판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강간을 위한 상해인지 본인이 돌아다니다가 넘어져서 다친 것인지 명확하지
않았다”며 “강간을 하려면 하의가 탈의돼야 하는데 그런 이야기는 없었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강간을 위해 옷을 벗겼는지
피해자가 취해 더워서 벗은 건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피의자의 방어권도 보호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는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죄질이 나쁜 강간치상 사건에서 영장이 기각된 것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