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지역의 한 사단장이 20대 여성이 탈취한 택시를 뒤쫓아가 자살할 뻔한 장병을 살린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여성은 애인이었던 장병을 살리기 위해 급한 생각에 빈 택시의 운전대를 잡고 장병의 부대로 향한 것으로 밝혀졌다.
29일 강원 홍천경찰서 등에 따르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홍천군이 관할지역인 육군 모사단의 조모 사단장(육군 소장)은 지난 24일 오후 1시쯤 홍천군청과의 업무협의를 마치고 관용차로 부대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시
외버스터미널 근처의 택시 정류소에서 한 택시기사가 택시를 손으로 치면서 “서!, 서!”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택시는
홍천강쪽으로 거칠게 내달렸다. 조 소장은 순간 택시 탈취 사건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아무도 달리는 택시를
가로막지 못했다.
차 안에서 사이드 미러로 이 장면을 목격한 조 소장은 운전병에게 택시를 추격하라고 지시했다.
탈취범이 총기를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데다 2차 사고를 우려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택시를 뒤쫓았다. 이곳 지리에는 누구보다 밝은 조
소장이라 한결 여유가 있었다.
홍천강변길을 달리던 택시는 주변 지리에 어두운지 막다른 길로 들어선 후 얼마 가지 못하고 멈춰 섰다. 조 소장도 차를 세우고 상대를 제압할 태세를 갖췄다.
때맞춰 경찰 순찰차 2대와 수사 차량등 4~5 대의 경찰차가 몰려와 택시와 사단장 관용차를 에워쌌다. 조 소장이 택시를 쫓으면서 경찰에 알려 경찰이 출동한 것이다.
경찰의 포위망속에 택시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뜻밖에도 스무살이 될까말까한 곱상한 인상의 여성이었다. 이 여성은 정복 차림의 조 소장에게 달려와 “제 남자친구가 자살한대요. 빨리 그 부대로 가야해요”라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경기 화성에서 왔다는 이 여성은 얼마전 군복무 중인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뜻을 전했는데 이날 남자친구로부터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듣고 정신없이 달려왔다는 것이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택시를 타려고 했지만 정작 남자친구의 정확한 부대이름과 위치를 몰랐다. 그러자 급한 마음에 전에 한번 면회왔을 때의 어렴풋한 기억을 살려 직접 운전해 찾아가려고 마침 비어있던 택시를 탈취했다는 것이다.
조 소장은 즉각 전 사단에 이 여성의 남자친구가 있는지 파악할 것을 지시했지만 같은 이름이 나오지 않았다. 인근 지역의 다른 사단에까지 연락한 결과 그 병사를 찾을 수 있었고, 곧바로 두 남녀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자칫 또 한번 일어날지도 몰랐던 병영사고는 사단장의 신속한 ‘현장 지휘’로 무사히 지나갔다. 조 사단장은 경찰에 이 여성의 선처를 호소했다. 택시 탈취는 무모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었지만 동기를 참작해 달라고 부탁했다.
피해 택시 기사도 조 사단장 덕분에 택시를 온전히 되찾을 수 있었다며 이 여성의 처벌을 원치않는다고 했다. ‘화성에서 온 여성’과 노련한 사단장이 만들어낸 봄날의 유쾌한 사건이었다.
이
에 대해 홍천경찰서 관계자는 "택시 운전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고 범인 검거에 앞장선 사단장도 처벌을 원치 않지만 이 사건은 반의사
불벌죄가 아니라서 법적으로는 처벌하게 되어 있어 안타깝다"며 "하지만 최대한 선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