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800년대는 격동의 시기였습니다.
불과, 몇 십 년 전에 독립한 ‘신생국’치고는 너무도 복잡 다양한 사건들이 동시에 발생했죠.
뭐, 대부분의 일들은 적어도 미국 입장에선 ‘VERY GOOD’인 일이었습니다.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여 북미 대륙의 3분의 2을 손에 넣어 하룻밤 사이에 영토가 2배가 되었고,
산업혁명이 일어나서 급격한 성장을 이뤘으며, 동부에 있는 원주민들을 서부로 강제 이주시켜 ‘서부개척 시대’의 초석을 다졌으니까요
미국이 성공가도를 달리던 1800년대 초, 세계 정세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나폴레옹의 실각 후, 마침내 유럽에도 평화가 찾아왔고
1812년에는 스페인의 지배를 받던 멕시코가 ‘독립’을 하게 되죠. 그런데 멕시코가 독립한 바로 이 사건으로 인해, 미국도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멕시코는 독립에 성공한 후,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광활한 영토를 모두 차지하게 되었어요. 현재의 텍사스를 포함한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유타, 네바다, 콜로라도 등의 현재 미국의 남서부 영토는 모두 멕시코의 소유였죠.
한편, 마침 미국도 프랑스에게서 루이지애나(지금의 중부)를 득템하며 점점 서부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심각한 문제가 발생합니다. 당시 승승장구를 하던 미국과, 이제 막 독립을 하여 자신감이 급상승중인 멕시코가 서로 ‘국경’을 접하게 된 것이죠.
그 국경은 바로 ‘텍사스’였어요. 원래 텍사스는 멕시코 땅이었는데, 당시 멕시코 정부는 서부 개척을 하는 미국인들에게 땅을 값싸게 넘기며 텍사스에서 정착할 것을 장려했죠
그런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됩니다. 1830년대 중반이 되자, 텍사스에 사는 미국인의 수가 멕시코인들의 수를 앞지른 것이었어요
텍사스 거주 미국인 曰
: “어이~ 멕시코! 그냥 우리 독립할래!! 어차피 니들 여기서 얼마 살지도 않잖아.”
멕시코인 曰
: “뭔 소리야!!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어. 사람 짜증나게”
기어코, 텍사스 거주민들은 1835년에 텍사스의 독립을 선포합니다. 그러자 머리 끝까지 화가 난 멕시코 정부는 군대를 동원해, 텍사스에 있는 알라모 예배당의 주민들을 학살하죠.
하지만 알라모 예배당에 있던 텍사스 저항군이 의외로 장시간 버텨주면서, 그 사이 미국은 원군을 파병할 시간을 벌게 되죠.
결국, 미국군은 멕시코군을 격파하고 텍사스의 독립을 인정받았고 미 연방에 소속 신청을 내죠. 이름하여 ‘텍사스 공화국’의 탄생이었습니다.
여담으로, 지금까지도 텍사스 사람들에게 알라모 예배당은 영웅심과 용기의 상징으로 남아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텍사스 공화국'이 바로 미 연방에 소속되지 않고, 공화국 자체가 무려 9년이나 지속되었다는 점입니다.
독립하자마자 텍사스 공화국은 미 연방에 가입 신청을 했지만, 사실 미 연방은 텍사스의 편입을 승인하지 않았어요. 그 이유는, 멕시코와 전쟁이 날까 두려웠기 때문이죠.
게다가 노예 제도를 허용하는 주(적색)와 허용하지 않은 주(하늘색)의 개수를 균등하게 배분했는데, 노예 제도를 허용하고 있는 텍사스가 편입되면 균형이 깨질 우려도 있었죠.
결국,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이 된 텍사스 공화국은 9년 동안 미 연방의 소속이 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큰 사건’이 터지죠.
1846년에 벌어진 ‘멕시코-미국 전쟁’이 그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전쟁이 발발하기 1년 전의 상황에 대해 주목해 볼 필요가 있어요.
전쟁 발발 1년 전인 1845년, 텍사스 공화국은 결국 미국 연방으로 편입됩니다. 그런데, 텍사스 공화국이 독립 당시, 멕시코 정부와 맺은 조항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텍사스 공화국은 미 연방에 편입이 되는 것을 금지한다.”
텍사스 공화국은 이를 어기고 미 연방에 소속된 것이죠. 멕시코 정부는 또 분노에 휩싸입니다.(계속 분노..분노) 당황스러운 점은, 미 연방은 오히려 ‘텍사스 편입’ 문제에 대해 태연한 척을 했다는 것이죠
미 연방 정부 曰
: “우린 그냥 옆 나라(텍사스 공화국)가 요청한 것을 받아들였을 뿐이야. 그러니 우릴 원망하지마.”
이러한 미 연방의 태도에 멕시코 정부는 더욱 분노 게이지가 상승했고, 끝내는 미국과의 모든 외교 관계를 단절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전쟁을 시작한 것은 오히려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은 고의로 멕시코 국경에 집적거리면서 전쟁을 유도했고, 이는 ‘멕시코-미국’의 전쟁으로까지 번졌어요
결과는 보나 마나 뻔했습니다. 미국의 대 승리였죠. 전쟁 발발 2년 만인 1848년, 멕시코는 ‘과달루페 조약’을 체결하며 패전을 인정했습니다.
이 조약으로, 멕시코는 소위 ‘새’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멕시코의 영토였던 캘리포니아, 네바다, 콜로라도, 뉴멕시코, 텍사스 등의 넓은 땅을 헐값에 미국에 빼앗기게 되죠.(빨간 테두리)
총 가격은 1,500만 달러였고, 이는 미국이 프랑스로부터 루이지애나를 사들일 때(로또를 맞을 때)의 금액과 정확히 일치했어요
그리고 패전국인 멕시코는 하루아침에 전 국토 면적의 약 절반을 미국에게 강탈당하죠.
만약 멕시코가 영토를 넘겨주지 않고 끝까지 저항했더라면, 현재의 멕시코 땅은 아마 미국의 영토가 되어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멕시코 입장에서도 이 선택은 어쩔 수 없었을 테지요..
마침내, 1850년의 미 연방은 현재의 영토와 비슷한 규모의 영토를 차지하게 됩니다. 그리고 천조국으로 향하는 KTX에 탑승하죠
당시, 미국의 운수는 지독히도 좋았는데요. 미국이 멕시코의 땅을 뺏은 지 1년이 지난 1849년, 캘리포니아주 세크라멘토에서 한 목수가 ‘유레카!!’라고 소리를 지릅니다!!!!!!!
바로 ‘금’이었습니다. 1년 전에 삥을 뜯은 영토에서 황금이 쏟아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소문은 삽시간에 전 미국 사람들에게 퍼지고 ‘골드 러시’로 이어집니다.
이 소식을 들은 당시 멕시코인들의 마음을 상상해 볼까요? 불과 1년 전에 넘겨준 땅이 ‘황금밭’이라니..
이 골드 러시로 인해, 캘리포니아 인구는 4년 만에 ‘2만명에서 22만명’으로 증가합니다. 금광을 찾아, 미국 전역에서 온 노동자들이었죠.
여담으로, 당시 금을 캐던 노동자들은 하루 종일 쭈그리고 앉아서 일했는데요. 당시 이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리바이 스트라우스’는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합니다.
그는 매일 힘든 노동을 하는 광부들에게 튼튼한 바지를 팔면 돈이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탄생한 것이 ‘리바이스 청바지’입니다.
그의 이런 사소한 아이디어로 인해,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청바지가 탄생했던 것이죠.
텍사스 공화국이 미 연방에 흡수되면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이미 약 160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텍사스 사람들은 유독 다른 주보다 텍사스 주에 대한 자부심이 굉장한 편입니다. 또한, 정치적인 성향도 매우 보수적이죠.
일례로, MLB 텍사스 레인저스의 유니폼에는 아직도 ‘텍사스 공화국 국기’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 텍사스 사람들이 얼마나 프라이드를 갖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바로 ‘텍사스 공화국’이 있습니다. 어쩌면, 텍사스 주민들은 과거의 영광을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키토모의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