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간판을 단 주유소보다 값싼 기름을 공급하겠다는 취지로 2011년 말 처음 도입된 알뜰주유소 숫자가 3년여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출범 당시부터 “시장을 무시한 발상”이란 비판을 받을 만큼 원가 경쟁력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작년 말 정부의 세제 혜택이 종료된 탓이다. 여기에 저유가로 L당 20~30원을 아끼기 위해 알뜰주유소를 찾는 수요가 급감한 영향도 크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알뜰주유소 숫자를 전체 주유소의 10% 수준인 15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지만 정유업계에선 “현실성이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17일 한국석유공사가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는 1135개로 작년 말(1136개)보다 1개 줄었다. 분기 기준으로 알뜰주유소가 감소한 것은 2011년 12월 1호점이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알뜰주유소는 출범 이후 작년 4분기까지 분기당 평균 94.7개 증가했다. 한 달에 31개씩 늘어난 것이다.
올 들어 알뜰주유소 숫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무엇보다 저유가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과거 휘발유값이 L당 2000원 안팎을 넘나들 땐 값싼 기름을 넣기 위해 알뜰주유소를 찾는 수요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16일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의 휘발유 가격(보통 휘발유 기준)은 L당 평균 1515원44전이다. 정유사 브랜드를 단 주유소 평균은 L당 1547원77전이다. 알뜰주유소가 L당 32원가량 싸지만 이 정도로 소비자의 발길을 돌리기엔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알뜰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보다 기름을 L당 100원가량 싸게 파는 걸 목표로 출범했지만 지금은 그런 곳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홍준 한국자영알뜰주유소협회 사무국장도 “고유가 시대에는 L당 15~30원을 아끼기 위해 알뜰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소비자가 많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알뜰주유소가 기존 주유소와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정유소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현대오일뱅크(L당 평균 1531원30전)와 비교하면 알뜰주유소의 매력은 더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