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대구시립교향악단 지휘자가 지난 금요일 밤 정기연주회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4분 안에 응급조치가 이뤄져야 하는 긴박한 상황이었는데요.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 당황하지 않고 발 빠르게 대처해 목숨을 건진 장면이 공개됐습니다.
허성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앙코르곡 공연이 한창이던 대구시민회관.
단상에서 있던 지휘자가 갑자기 휘청하더니 바닥에 쓰러집니다.
당황한 연주자들이 어쩔 줄 모르는 사이 청중 몇 명이 무대로 뛰어 올라갑니다.
신속히 기도를 확보하고는 심폐소생술을 시작합니다.
[최강운, 영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수련의]
"제가 혼자 한 것은 아니고요. 앞에 응급조치했던 다른 의사 선생님들이 있었는데, 제가 소속을 밝히고 이런 조치를 하겠다고 얘기했을 때 조치를 잘 따라달라고 하고 주변을 잘 통제해 주셨어요."
또 다른 청중은 로비로 달려가 자동심장제세동기를 가져옵니다.
패치를 붙여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전기 충격을 가해 꺼쪄가던 심장을 되살립니다.
[장문희, 대구 수성소방서 대응관리담당]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까 연주회장에 들어갈 때 자동심장제세동기가 로비에 비치된 것을 봤습니다. 일단 빨리 제세동기를 가지러 가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몸이 거의 반사적으로 움직였습니다."
쓰러진 뒤부터 자동제세동기가 작동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단 1분.
다른 청중들도 119구급대가 도착하자 환자 이송로를 만드는 등 '골든타임' 확보에 한몫했습니다.
곧바로 병원으로 옮겨진 지휘자는 심혈관을 확장하는 스텐트 삽입술을 받았습니다.
현재 일반 병실로 옮길 정도로 빠르게 회복 중입니다.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사람들이 모두 전보다 나아졌다고 얘기해 매우 행복합니다. 처음 대구에 왔을 때 제 심장을 여기 두겠다고 했는데 대구가 제 심장을 살렸습니다."
위급한 상황에 당황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이어간 성숙한 시민 의식이 빛을 발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