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기념 특집극 '절정' 2

흘으짜 작성일 15.08.16 13:4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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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윤이가 갔소.

어린것이 잠도 못자고, 죽도 못넘기고, 온 몸이 불덩이라.그리 잘난 당신한테 사람을 보냈더니 그 독립운동인가 한다고 못온다 했다면서요.독립...? 그게 뭐니껴?그게 우리, 동윤이 목숨 만큼이나 중한 거니껴?동윤이 가는 길에 낯짝 한 번 못 뵈줄 만큼 중한거니껴!이제 알겠니더. 당신은 아무것도 아니요.아무것도 아닌 사내란 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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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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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주, 자네말이 맞았네.

나에겐 분노가 없네.
나를 타오르게 하는것은 분노가 아니었네.
그것은, 슬픔이네.
지독한 슬픔.

세주, 또 다시 전쟁은 안 돼.
지독한 슬픔의 광풍이 몰아치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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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 탕! 탕탕! 탕!

이놈들, 사람죽이는 놀이가 뭐 그리 재미있다고 신이난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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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 조차 없다

이러매 눈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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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거리 사람들은 위대한 문인의 작품을 읽고, 거장의 음악을 듣고, 진정한 예술이 무엇인가에 대해 논하더군.

그들 말대로라면 일본은 문명을 이룬 셈이지.헌데, 그들이 깔고앉은 방석아래 조선과 만주 백성의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지 않나.핏물 위에서 과연 진정한 아름다움이며, 문명이 존재할 수 있는가.거기에 문명은 없네.그 곳에선, 가장 배부르게 먹은 자가 가장 야만스러운 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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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네 시를 읽으면… 

그래, 언젠가는 그 날이 오겠거니…기분이 좋아졌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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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비야. 아버지 어디 잠깐 다녀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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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면, 북경 일본 영사관 감옥으로 이송될거요.

그곳에 가면 설사 모든 사실을 자백해도 당신 목숨은 보장할 수 없소.
그러니 모든걸 내게 말하시오. 


무기 반입에 관련된 자들을 모두 내게 말하면 당신은 구해주겠소.

당신과 당신 시를 구해주겠단 말이오.

그렇게 목숨을 부지하면, 내 시도 죽는것을… 무슨 수로 한 쪽만 살린단 말이오.


난 보고도 못본척 할 수 없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슬프면서도 안 슬픈 척,

화났으면서도 화가 나지 않은척, 고통스러우면서도 고통스럽지 않은척 할 수 없단 말이오.

나는… 시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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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방금, 북경 일본 영사관 감옥에서 이육사가 사망했다는 전갈이 왔습니다.

어찌 죽었다든가.

고문으… 아, 건강 악화로! 지병인 폐병으로…

남긴 것은 없었는가.

시를… 감옥에서 쓴 시를 남겼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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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발에 쇠고랑을 찬 채

 

평생 다리도 펼 수 없는 작은 감옥에 갇혀살던 사내가 있었습니다

빛 한 점 들어오지 않는 이 곳이 세상의 전부려니
별 불평도 없이 살았는데 말입니다

딱 하루, 창이 열리더니 
달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내는 그만 달빛을 사모하게 되었지요
이제 평생 달빛을 볼 수 없는데 말입니다

달빛을 보게 된 건,
사내에게 잘 된 일입니까?
아니면 잘 안 된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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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육사 [李陸史]제 강점기에 끝까지 민족의 양심을 지키며 죽음으로써 일제에 항거한 시인.《청포도()》, 《교목()》 등과 같은 작품들을 통해 목가적이면서도 웅혼한 필치로 민족의 의지를 노래했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로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광야>,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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