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첸과 백학

csy9564 작성일 15.09.06 16: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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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모래시계"의 ost 中 "백학"이라고 들어 보셨던 분들도 있을 겁니다.

러시아 특유의 음색이 짙은 곡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를 높이는데도 한 몫했었죠.

"백학"은 가수 요시프 코프존이 처음 이 노래를 불렀을 때,

많은 러시안인들로부터 굉장한 반응을 불러 일으켰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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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글자로 zuravli (주라블리. 백학- Cranes)라고도 하는 이 곡은

1969년 영화음악 작곡가 얀 플레켄이 현대음악에 맞게 재작곡하면서 탄생하게 되었죠.

지금까지도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애창하는 노래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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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많은 이들이 러시아 노래로만 알고 있던 "백학"에는 놀라운 반전이 있죠.

그것은 러시아를 가장 적대시하는 체첸인들의 음유시라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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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백학"은 체첸 전사들의 죽음을 친송하던 시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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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의 위치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체첸은 러시아가 옛 소련이었을 때부터 탄압을 받았던 민족이죠.

19세기 중엽 러시아에 강제 편입 되었었는데

그 후부터 체첸은 자신들의 자유를 말살한 러시아에 대해 깊은 원한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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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와 체첸 간의 탄압과 저항은 강렬했죠

1937년부터 1938년까지 옛 소련의 체첸 지도층들에 대한 숙청으로 약 10만 여명이 처형됐었고,

1940년에 "하산 이스라일로프"라는 인물의 저항이 있었으나 1942년에 진압됐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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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차대전 말기에는 체첸인이 독일에 협력했다는 명목으로

1944년에 체첸인 50만여 명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켰었는데

강제 이주 과정에서 사망한 사람들을 포함해서, 이에 분개해 산속에 숨어들어 투쟁을 했던 체첸인 23만여 명이 죽었었습니다.

그리고, 1994년에 있었던 1차 체첸전쟁과 1999년의 2차 체첸전쟁은 너무도 유명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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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인들은 불굴의 전사들입니다. 비록 적은 수이나 밟아도 밟아도 끝까지 저항하는 강한 민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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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첸 전사들...)

 

그럼, 이토록 굽힐 줄 모르는 강인한 정신을 가진 체첸인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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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 유목민족인 체첸인은 오래 전부터 험한 자연환경에 주변 이민족과의 전쟁으로 삶을 영위해 왔었습니다.

말타고 싸우는 방법을 어릴 때부터 배우며, 자신들을 항상 "외로운 늑대"라고 불렀죠.

여기서, "외로운 늑대"란 "죽일 수는 있어도 절대 길들일 수는 없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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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지기트"라는 칭호를 최고의 명예로 여기는데

이것은 제가 예전에 "밀리터리 게시판"에서도 댓글로 잠시 설명한 적이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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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하자면, "지기트"란 카프카스 지역의 전사를 뜻함인데 이것이 서양의 기사나 동양의 무사 개념는 다릅니다.

고정된 신분개념이 아닌, 용맹과 의리 그리고 도덕성을 보인 카프카스인라면 누구나 될 수있다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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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를 존중할 줄 아는 민족이라...

무서운 민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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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의 ost로 러시아의 노래라 널리 알려졌던 "백학"...

사실 그것은 체첸의 음유시로써

거기에는 이처럼 강한 체첸인의 모습과 명예를 높은 가치로 여기는 그들의 삶의 철학이 녹아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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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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Мне кажется порою что солдаты,
백학으로 변해버린 듯하여

С кровавых не пришедшие полей,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

Не в землю нашу полегли когда- то,
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А провратилисъ в белых журавлей.
백학으로 변해버린 듯하여

Они до сей поры с времён тех далъних
그들은 옛날부터 지금까지 날아만 갔어

Летят и подают нам голоса.
그리고 우리를 불렀지

Не потому лъ так часто и печалъно
왜, 우리는 자주 슬픔에 잠긴 채

Мы замолкаем, глядя в небеса.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잃어야 하는지?

Летит, летит по небу клин усталый,
날아가네, 날아가네 저 하늘의 지친학의 무리들

Летит в тумане на исходе дня.
날아가네 저무는 하루의 안개 속을

И в том строю естъ промежуток малый,
무리 지은 대오의 그 조그만 틈 새

Бытъ может, это место для меня
그 자리가 혹 내 자리는 아닐런지

Настанет денъ,и с журавлиной стаей
그날이 오면 학들과 함께

Я поплыву в такой же сизой мгле,
나는 회청색의 어스름 속을 끝없이 날아가리

Из- под небес поптичъи окликая
대지에 남겨둔 그대들의 이름자를

Всех вас,кого оставил на земле.
천상 아래 새처럼 목 놓아 부르면서

Мне кажется порою что солдаты,
나는 가끔 병사들을 생각하지

С кровавых не пришедшие полей,
피로 물든 들녘에서 돌아오지 않는 병사들이

Не в землю нашу полегли когда- то,
잠시 고향 땅에 누워보지도 못하고

А провратилисъ в белых журавлей.
백학으로 변해버린 듯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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