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커를 신고 있었습니다.
걷다가 밑창이 살짝 떴길래
구두방에서 수선을 하자, 본드 붙이면 올 겨울은 신겠지.. 싶었습니다.
신촌의 한 어학원 앞에서 구두방을 발견했습니다.
"어서오십시오!!! 어서오십시오!!"
거장같은 분이 안에서 저를 따듯하게 맞이해 주시더군요
장인답게 손가락 끝은 까맣고, 지문도 없어 보이시고
참 믿음이 갔습니다.
뭐 본드나 붙이러 갔지만 굉장히 안심이 됐지요..
"예!! 어떤 것 때문이 오셨습니까!! 어떤 것 때문에 오셨습니까!!"
아저씨는 항상 두 번씩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신발 밑창이 살짝 벌어졌는데, 이것좀 붙여 주세요~
얼마나 걸릴까요~?
하고 물었더니
아저씨는 딱 30분이면 됩니다.
라고 두 번 말씀하셨습니다.
예,저는 신발을 잠시 맡겨두고
슬리퍼로 갈아신은 뒤 주변에서 잠시 시간을 떼우다, 신발을 찾으러 갔습니다.
그러나 이게 왠걸..
원래 이런 신발인데
응..??
이렇게 만들어 놨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바느질(?) 하실때 구멍을뚫다가 생겼는지 가죽에 기스하며
아니... 본드로 그냥 붙여 달라했는데 왜 바느질을 해놓으 셨는지..
색깔이 안 맞으니까 매직? 같은걸로 워커 색과 비슷해 보이게 갈색을 칠해놓으셨더라구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냥 살짝 떨어진거 본드로 붙여 달랬더니 만들어놓은 병신발
우측은 원래 신발..
가죽에 무슨 기름칠을 하셨는지 원래 무광 워커인데 80년대 신발을 만들어 놓음..
왜 신발을 이리 만들어놓으셨냐고 물었더니
이래야 단단합니다!!
이래야 단단합니다!!!
하고 두번 말씀하시는데
처음 인사때완 다르게 얼굴을 안쳐다보고 바닥을 보시면서 말씀하시더라구요.
어이가 없어서 잠시 멍때리고 있는데
수선비는 이만원 입니다!
이만원입니다!
이러시길래
순간 욱해서 이만대를 때릴뻔했는데
아 순간 다시 이성을 잡고
아저씨 신발값이 얼만데 신발을 이지경을 만들어놓고 돈을 받으려고 하세요..
하고 물었더니
수선비는 이만원 되겠습니다!
아주 단단합니다!!
라더군요...
아저씨 여긴 구멍 뚫다가 생긴 기스에요?
가죽이 바느질한 구멍 위 마다 기스가 있네요.. 가죽이 다 까졌잖아요...
원래 있던 겁니다!!
원래 있었어!!!
라고 아주 뻔뻔하게 말씀하시더군요
어른하고 싸우면 안 되는데
이건 아니다 싶어서 참을수가 없더군요
순간 11년간 봉인되어있던
육두문자가 폭발하면서
아저씨에게 언성을 높여 말씀드렸더니
사과는 안하시고 계속 수선비를 달라고 하시더군요
하...
올겨울만 버티자고 살짝 뜬거 본드나 붙이자했다가
신발 날리고 빡치고 새신 사느라 돈만 들었네요..
여러분도 새해 조심하세요
액땜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릅니다..
ㅠ 내신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