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의 명장 항우와의 최후의 결전에 승리함으로써
한나라를 건국한 황제 유방 ( 한고조 )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하기 전부터
온갖 산전주전을 겪으며 그에게 내조를 아끼지 않았던 부인 여치 (여태후)
유방이 한나라를 건국해 황제에 오르고 그의 아내인 여치는 여태후로 불리게 됩니다.
여태후
유방
척부인
황제에겐 여태후뿐만 아니라
척부인이라는 둘째부인이 있었습니다.
척부인은 여태후와 달리 나이도 더 어리고 애교가 많은 성격이라
유방이 곁에 더 가까이 했다고 합니다.
유방의 천하통일을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았던 여태후지만
척부인의 미모 앞에서는 그저 찬밥 신세일뿐이었습니다.
여태후가 소홀함을 느낀 것은 이것뿐만이 아닌데...
바로 한나라 건국 전
항우와의 전투에서
여치와 유방의 부친이 포로로 잡힌 것
항우는 항복을 하지 않으면 유방의 부친과 여치를
펄펄 끓는 가마솥에 삶아버리겠다고 협박하였습니다.
유방은 아랑곳하지 않으며
" 해볼테면 해 봐라. 국이 완성되면 나한테도 육수를 보내달라. "
라는 말을 하며 호탕하게 웃어보였다 합니다.
물론 대국적이라는 명목하에 적에게 동요하지 않겠다는 신중한 판단이었겠지만
여치는 항우에게 붙잡히고 4년동안 포로생활을 하면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신과 한고조의 아들 유영이 아닌
척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유여의를 황태자로 책봉하려고까지 하자
척부인에 대한 여태후의 증오는 커져만 갔습니다.
한고조가 생을 마친 후
여태후와 유방 사이의 아들 유영이 황제에 즉위하지만 ( 효혜제 )
개국공신들의 대거 숙청을 주도하는 등
한고조 생전에도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던
여태후가 실질적으로 정치를 집권하게 됩니다.
'미인 심계'라 불리는 공포 정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뼈에 사무칠 정도의 수준인 그간의 증오...
여태후는 평소에 가장 눈에 거슬렸던 척부인을 불러냅니다.
여태후는 척부인을 감금하고
곡식을 빻는 일을 시키는등 종살이로 전락시킵니다.
조나라(趙國)에 아들을 왕으로 둔 척부인은
종일 방아나 찧는 노예 같은 형벌 속에 삶을 이어갑니다.
동북방 하늘을 바라보면서
아들 여의를 생각하며 애끓는 눈물을 한 없이 흘렸을 것입니다.
당시 그녀는 이렇게 한탄 했다고 합니다.
"아들은 왕인데 어미는 죄인이 되어 온종일 쌀을 찧으면서 죽음과 벗하네!
하지만 삼천리나 떨어져 있으니 어미의 처지를 어이 알까."
여후는 척부인의 통곡 소리를 듣고 더욱 화를 내며
"네가 정녕 아들에 기대어 살려고 하는 게냐?"라고 호통을 치면서
척부인의 아들 유여의를 없애 버리기로 마음먹습니다.
여후는 곧 세 차례나 사람을 보내 유여의를 장안으로 불러들였으나 오지 않았죠
잔혹한 여태후의 심중을 미리 알고
선주(유방) 폐하의 특명을 받았던 주창이 와병을 이유로
척부인의 아들 조왕을 여태후에게 보내지 않자
여태후는 주창을 먼저 불러들인 다음 척부인의 필체를 위조해
거짓 서신을 써서 유여의에게 보냅니다.
이제 갓 열세 살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간절했던 아들 여의는
곧장 장안으로 달려오지만
사실 그 때부터 여태후가 보낸 자객이 뒤따른 뒤였습니다.
척부인 모자를 동정하는 여태후의 아들 혜제가
어머니의 이복동생에 대한 살인 행각을 막기 위해
몸소 패상까지 마중 나가서 동생을 자객으로부터 구하고
입궐 후에도 그림자처럼 침식을 함께하며 지내게 됐는데,
혜제 원년(BC 195) 섣달 초하룻날
혜제가 새벽에 활 쏘러 나간 틈을 이용해
여태후는 혼자 남아있던 유여의에게
맹독성으로 이루어진 새의 깃털로 만든 독주를 마시게 합니다.
아침 해 뜰 무렵 혜제가 돌아왔을 때 유여의의 몸은 이미 싸늘하게 식어있었습니다.
그 동안 여태후는 여의를 죽이기 위해
한시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빈틈만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죠
이복동생의 죽음에 혜제는 목 놓아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사실을 안 척부인은
억울함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여태후를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고 합니다.
타당한 구실이 없는 종살이, 아들의 죽음
욕을 퍼부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여태후는 그 행실에 대해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끔찍한 벌을 내리니...
바로 인간돼지형
죄수들이 갇혀있는 감옥에 척부인을던져넣어 죄수들로 하여금 강간당하게 합니다.
그다음 죄수들로인해 강간당하여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척부인에게 독약을 먹여 벙어리로 만들었고
눈을 불로 지지고 귀에 유황을 부어 듣지도 못하게 하였으며
양팔과 양다리를 자르고 코를발라 뒤집어 버립니다.
이렇게 살지도 죽지도 못하게 된 척부인을
돼지우리에 집어넣어평생 똥오줌을 받아먹게 만듭니다.
여태후는 그녀를 인체(人?) 즉 '인간돼지'라고 불렀습니다.
2000년전의 돼지우리 는 지금의 돼지사육장 과 전혀 달랐는데
먹을게 없던 2천년전 중국에서
왕실의 모든 대신 신하들이 그 광경을 목격하고
다시는 여치 에게 반항할 생각조차 못했다고 전해집니다.
여태후는 한 때 황제의 사랑을 받았던 여인을 인간돼지로 몰락시킨 것뿐만 아니라
개국공신들을 대거 숙청하는등
많은 사람들의 공포를 불러들였습니다.
하지만 불완전한 한나라의 체제를 정비하고
진나라 시대부터 남아있던 가혹한 형벌을 폐지하는 등
그녀의 업적은 '천하 경영' 이라 불릴 정도로 뛰어나다는 평가도 적지 않습니다.
'사기' 의 저자인 사마천도 공적영역에서 정말 훌륭한 여자였다고 찬사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녀의 잔혹한 위상과 광기는 후세에 전해져
' 역대 세계의 악녀들 ' 을 말한다면 여태후가 절대로 빠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 폐하. 돼지 뒷간에 보기드문 짐승이 있다하니 함께 보러 가시지요. "
반쯤 실색한 얼굴로 망연자실하기를 반복하는 아들 혜제..
" 어머니. 저것이 대체 무엇입니까? "
"인간돼지입니다. 짐승 주제에 감히 황제를 유혹해 어미를 누구보다 초라하게 만든 몹쓸 동물이죠."
혜제는 시종들이 입을 열고나서야
여태후가 말한 '인간돼지' 가 척부인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아비 유방의 부인이었던 척부인이 인간돼지로 전락한 것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독기와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끔찍한 상황에 혜제는
정신 분열을 일으키는 등 1년동안 심각한 병을 앓고
그렇게 정상적이지 못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혜제는 여태후에게
"이는 사람이 할 짓이 아니며,
소자는 태후의 아들로서 다시는 천하를 다스릴 수 없나이다." 라고
전했다고 합니다.
인간돼지의 충격으로 병을 앓게 된지 7년 후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게 됩니다.
이 때 여태후는 눈물 한 방울을 흘리지 않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