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간부들은 마치 당연한 대가라는 듯 적십자사로부터 헌혈 로비 명목의 특혜성 금품을 별도로 받고 있었습니다.
그 액수가 드러난 것만 수억 원에 달하는데, 적십자에 낸 국민 회비가 이렇게 줄줄 세고 있었습니다.
최근 5년간, 군 간부들이 장병 헌혈을 대가로 적십자사로부터 받아 챙긴 로비 물품 목록입니다.
외식상품권, 영화관람권에 가죽 팔찌, 카드지갑 등 장병들에게 돌아가야 할 헌혈 기념품들을
'리베이트'처럼 별도로 제공 받아왔습니다.
군 간부들에게나 필요한 골프공을 주고받은 경우도 수십 건에 달합니다.
물품 목록엔 군부대명과 품목, 단가 등만 나왔지 군 간부 누가 얼마 치를 받았고,
어디에 썼는지 전혀 알 수 없게 돼 있습니다.
군이 지난 5년 동안 이렇게 받은 로비 물품은 모두 4억5천만 원어치
지난 2014년에 연간 1억 원을 넘어서는 등 그 액수는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이 공개되자, 적십자사는 기준 없는 부적절한 물품 제공 등 잘못이 있었다며 개선안 마련을 약속했습니다.
앞서 지난 2004년에도 군은 장병 헌혈을 대가로 부적절한 접대나 지원을 받다 들통나서
"부당한 금품은 받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군과 적십자사 간의 부적절한 물품을 주고받는 나쁜 관행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변하지 않아
전반적인 관리·감독 기능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군이 사실상 '매혈행위'를 했다는 비판도 면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지난 4월 초, 육군 20사단 신병 교육대 측은 군 장병 헌혈을 대가로 대한적십자사에
손전등 500개를 협찬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이에 적십자사는 즉각 손전등 500개, 175만 원어치를 주문한 뒤,
부랴부랴 헌혈 차량까지 동원해 담당 군 간부에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적십자사 내부 규정상,
헌혈 기념품은 국민 회비로 사들인 것인 만큼 남용되지 않도록 헌혈자 개인에게 직접 전달하게 돼 있습니다.
이처럼 군 간부 한 명에게 기념품 수백 개를 모조리 넘긴 건 명백한 규정 위반입니다.
게다가 실제 헌혈 참여 인원은 270여 명, 결국, 손전등 230개가량은 과잉 지원된 셈입니다.
더 큰 문제는 군의 무리한 '갑의 횡포'를 충족시켜주기 위해 적십자사는 장부조작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서류상으로 해당 부대에는 손전등 100개를 준 것으로 기록하고,
나머지 400개는 보험사나 각급 학교, 심지어 수도방위사령부 등 다른 군부대에 골고루 나눠준 것처럼 위조했습니다.
이 같은 사실은 적십자사 내부 감사를 통해 드러났습니다.
감사 사실을 통보받은 군은 과잉 지원을 받은 손전등 200여 개를 적십자사에 도로 반납해야 했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헌혈량 가운데 군이 차지하는 비중은 15% 정도로 없어선 안 될 중요한 혈액원이지만
군 장병들의 자발적 헌혈을 놓고 군 간부는 흥정하듯 '갑의 횡포'를 부리고 적십자사는 회계자료까지 조작했습니다.
사실상 돈을 주고 피를 사는 '매혈 행위'를 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