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장님, 유럽에 갔다 왔는데 한국 남자가 한 명도 없어요”
최근 열흘 정도 유럽 여행을 다녀온 한 회사 후배가 말했다.
참 신기하다고 생각하던 김편집.
“유럽에 가면 진짜 한국 남자는 한국 여자에 비해 1:9? 2:8? 정도도 안될걸요?
회사 휴직하거나 그만 두고 오는 20대 후반, 30대 초반 언니들은 디게 많아더라구요”
대학 시절 배낭여행으로 유럽을 갔다 왔다는 전 회사 후배와 통화를 하다가
비슷한 이야기를 또 들었다.
슬슬 김편집의 호기심이 발동하기 시작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주변에 유럽에 갔다 왔다는 사람들은 진짜 대부분 여자다.
대학 졸업 후 취직을 하고 휴가 내거나 직장 때려 치고
유럽 여행을 다녀왔다는 남자를 본 적이 있는가? (찾아보면 있기야 있겠지 왜 없겠냐?)
적어도 김편집 주변에는 한 명도 없다.
도대체 왜 이런 신기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김편집이 생각하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대한민국 남자와 여자의 의식구조와
그들이 처한 상황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남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닐 즈음이면
엄청난 사회적 부담이 현실로 다가오기 시작하는 시기다.
결혼, 집 마련 등 짧게는 4-5년 길게는 7-8년 후의 일이지만
당장부터 준비해도 답이 안 나온다는 부담감이 남자를 무겁게 짓누른다.
그렇다고 딱히 근검절약하고 체계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건 아니지만서도
도무지 400-500만원을 훌쩍 넘는 돈을 유럽여행에 쓸 엄두는 안 난다.
여자라고 왜 미래에 대한 걱정과 고뇌가 없겠냐 만은
남자의 그것과는 확실히 강도의 차이가 크다.
남자나 여자나 젊은 시절 버는 돈은 다 고만고만하겠지만
남자는 고민하고 망설이다 포기하고
여자는 과감하게 결정하고 가방을 싼다.
왜일까?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여자에게는 이도 저도 안될 경우 ‘결혼’이라는 최후의 돌파구가 있지만
남자에개 결혼은 돌파구가 아닌 새로운 책임의 시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여자에게는 “아무것도 필요 없으니 몸만 오면 돼”가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남자에게는 “아무것도 없으면 그냥 혼자 사세요”가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여자들이여 발끈하지 말고 생각해 봐라.
"그냥 시집이나 갈까?"라는 말은 있어도
"그냥 장가나 갈까?"라는 말은 성립 자체가 불가능하지 않은가?
아무리 세상이 바뀌었다고 해도 현모양처는 여전히 아름답지만
살림하는 현부양군은 사회가 공인하는 ‘루저’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남자가 어떻게 유럽 여행을 갈 마음을 먹을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 대표 플로레타리아 계급인 김편집 역시 유럽은 근처에도 못 가봤다.
대한민국 남자들은 이래 저래 불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