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교수가 말하는 청문회 질문법

조상육불외도 작성일 16.12.06 19: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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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문 스타로 등극하길 원하는가, 그럼 질문방법을 터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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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를 이 영국 땅에서 시청할 줄이랴! 가끔 청문위원의 송곳 같은 질문에 쩔쩔매는 증인들을 볼 때는 해당 위원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하지만 그런 광경은 그리 많지 않다. 아무리 언성을 높여가며 질문을 해도 돌아오는 답은 판에 박힌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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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들이 이 청문회를 통해 하고자 하는 것은 대략 두 가지 목적이 있다. 하나는 국민적 관심사가 있는 문제에 관해 진상을 파악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이 파악한 사실에 의거 증인(관련 공무원, 재벌 등등)을 질책하는 것이다. 전자를 위해선 제대로 된 신문방법을 알아야 하고, 후자를 위해선 위엄 있고 절도 있는 언어구사력이 있어야 한다. 나는 오늘 이 두 가지 중 전자에 대한 방법론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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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을 통해 진실에 접근하기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수준이 높지 않다. 하기야 이게 어디 그 개인의 책임이겠는가. 우리 교육의 근본적 문제다. 우리는 의외로 논리적으로 글을 쓰고, 말하는 것에 대해 배우지 못했다. 2천 년 전 그리스 소피스트들이 체득한 그 논리학과 수사학을 우리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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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변호사를 경험한 나로서는 지난 30년 동안의 숙제였다. 변호사 시절 적잖게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했는데, 내 증인이 아닌 반대증인의 경우, 증인신문을 하고 나면 남는 게 없었다. 반대증인이기 때문에 내 의도대로 답이 나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래도 심문방법에 따라서는 적잖은 소득이 있을 수 있는데, 그것에 익숙치 않아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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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스럽게도 변호사 경험이 많아지면서 반대증인에 대해 어떻게 하면 소득 있는 심문을 할 수 있을지 그 방법을 터득케 되었다. 오늘 그 방법을 공개하니 국회의원들은 참고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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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청문위원들은 역사적인 청문회를 하고 있는 것이다. 남은 기간이라도 용의주도하게 질문해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밝혀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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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질문을 통해 상대가 즉석에서 항복하기를 기대하지 말라.

청문회 심문의 목적이 증인을 상대로 질책하는 것이라면 의원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기초로 따금하게 혼낼 수 있다. 하지만 질의의 목적이 사실발견에 있다면 상대로부터 항복받을 것을 기대하면 안 된다. 의원은 자기 질문에 대해 상대가 그것을 인정하고 즉각 잘못을 시인하길 바라지만 대체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단 몇 가지라도 상대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을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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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질문 속에 의도를 보이지 말라.

원래 자기 증인은 질문을 하면 질문 의도대로 답이 나온다. 하지만 반대증인(청와대 공무원, 재벌 등등)은 의도대로 되지 않는다. 오히려 질문에 의도가 담겨있으면 답은 그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상반된 답이 나오게 된다. 그러니 질문할 때 가급적 의도를 보이지 말라. 상대로 하여금 저 질문이 별 것 아니구나 하게 생각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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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여부를 묻지 말고 그저 사실을 캐물어라.

애당초 제대로 된 답이 나올 수 없는 질문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장관은 최순실과의 친분관계 때문에 장관으로 임명된 게 아닙니까?” 이런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장관은 없다. 이런 질문보다는 “장관은 최순실을 한번이라도 만난 사실이 있습니까?” 이렇게 묻는 게 좋다. 상대가 부인하기 힘든 사실, 제보가 있다면 그 제보에 입각한 사실을 물어보라. 단 이 때는 제보가 있음을 알려주지 말라. 자칫 부인하면서 그 제보자가 누구냐고 되묻는 역공을 당할 수가 있다. 그저 상대가 질문을 받았을 때 ‘아 저 질문은 제보에 의한 것이군. 그러니 자칫 거짓을 말하면 위증 문제가 생기겠다’라고 스스로 생각게 하는 게 좋다. 그러면 최소한의 사실은 부인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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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어떤 사실에 대해 원하는 답이 나왔으면, 즉석에서 그 답변사실에 기초한 판단을 말하지 말라.

이런 상황이 제일 안타까운데, 상대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중요한 사실 하나를 답했다면, 그대로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는 게 좋다. 그렇지 않고 즉석에서, 그 답변사실에 입각한 판단을 말하면, 상대방은 종전 답변이 착오에 의해 된 것이라고 말하면서 주어 담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판단은 질문이 다 끝나고 다른 자리(기자회견 또는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말하면 된다.(꼭 질의시간에 자신의 판단을 말하려면 상대방을 자리에 돌아가도록 하고 마무리할 때 하라) 원하는 답변이 나온 상황에서 그것을 철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절대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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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위증이 명백한 경우 반대사실로 추궁하는 것을 삼가라.

4의 경우와 반대되는 경우인데, 어떤 경우는 의원이 가지고 있는 확실한 정보에 반하는 답변을 천연덕스럽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때는 그 정보에 입각해 즉석에서 반론을 제기하는 것은 삼가는 것이 좋다. 영악한 상대방은 그것을 그냥 넘기지 않는다. 단번에 종전 답변이 착오에 기한 것이라고 말하면서 답변을 정정한다. 이렇게 되면 위증으로 고발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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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사실관계를 추궁하려면 가급적 짧게 질문하고 상대의 답변을 명확하게 구하라.

어차피 진실게임을 하는 것인데 상대를 확실하게 몰아야지 도망갈 구멍을 넓게 열어주면 안 된다. 국회의원 상당수의 질문이 저게 사실을 캐는 질문인지 그저 의견을 구하는 질문인지 알 수가 없다. 질문의 목표를 세우고 제발 연습 좀 하고 나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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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다음 사항을 항상 마음 속에 숙지하라.

“상대는 절대로 내 원하는 답을 말하지 않는다. 나는 이 질문을 통해 상대가 말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관계 하나만 얻겠다. 그리고 그 판단은 답변을 듣는 국민이 할 것이다. 청문회 스타는 국민이 판단해 인정해 주는 것이지 스스로 등극하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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