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랑 사귀자고요...정말 정말 잘 할께요..."
3부
전화기 너머로 화가 잔득 난 여자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도 욕 섞인 말인 듯 했다.
호프집 그녀도 나의 이런 반응에 당황한 듯 했다.
휴대폰의 종료 버튼을 누르고
테이블에 놓여진 내 소주 잔에 들어 있던 소주를 한 번에 들이키고 호프집 그녀가 앉아
있던 옆에 술김에 무릎을 꿇고 다시 말했다.
"이름이 뭔지도 모르겠고 누군지도 모르지만 저랑 만나주세요.."
"진심으로 하는 소리인가요?"
"네..."
"저 누군지도 모르면서?"
"누군지는 모르지만 앞으로 만나면서 알아갈게요.."
"오빠 제가 누구냐 하면요..."
이 때 또 눈치없이 휴대폰이 울렸다.
여친이였다.
"나 지금 너거 집으로 갈 테니깐 빨리 와라!"
"지금 안 들어 간다..."
"니가 올 때까지 기다릴테니 빨리 와라!!"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꺼니깐 기다리던지 말던지 알아서 해라!!"
그리고 전화를 끊고 그녀의 대답을 듣기 위해 다시 물었다.
"갑자기 만나서 이런말 해서 뭐한데...정말 잘할테니 저랑 만나줘요.."
주위의 다른 손님들이 우리의 행동이 재미있는지 킥킥거리며 쳐다보고 있었다.
호프집 그녀는 일어서서 나를 일으켜주더니
"오빠 앉아서 이야기 해요.."
"네.."
"오빠를 만나는건 좋은데요..저 사실 시은이예요.."
"시은?? 나 모르는데...누군지..."
"예전에 고등학교 때 오빠랑 동네 친구였던 지은이 언니 동생 시은이라고요..."
지은...지은..
군대 가기 전에 잠시 만났었던...지은이라는 이름이 생각이 났다.
"지은이 동생이라면??"
"네...저예요,...시은이.."
내가 기억하는 지은이 동생은 통통하고 젖살이 많고 못 생겼던 기억이였는데..
지금 내 앞에 있는 그녀가 그 지은이 동생이라고 생각되는 그 이미지와 전혀 맞지가 않았다.
갑자기 반말을 해야할지 존댓말을 해야 할지 어색해졌다.
"많이 이뻐졌네...요??"
"오빠,,그냥 말편히 하세요.."
"응...그럴까.."
"네~^^"
내기억에서는 시은이와 대화한 기억도 별로 없고 기억도 안나는데 시은이라는 내 앞에 있는 여자애는
첨볼 때부터 나를 알아봤던 것이였다.
"오빠 예전에 우리집에 놀러오면 라면도 끊여주고 했었는데...발렌타인데이 때 초코렛도 주고.."
"그랬었나??"
"기억이 안나시져?"
"미안한데...기억이 안나네.."
"그때 오빠 되게 잘생겼는데....그래서 오빠 몰래 많이 좋아했었어요.."
"정말??"
"그거 때문에 언니랑도 많이 싸웠고..."
예전에 누가 날 좋아했다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괜히 기분이 좋았다.
"오빠가 집으로 전화오면 일부로 언니 없다고 말하고 안바꿔주고 그랬었는데..."
"아... 그랬었구나...언니는 잘있고?"
"네...시집 갔어요.."
"아...그렇구나...그런데 너 몰라보게 이뻐졌네?"
"그냥 쪼금...고쳤어요..."
"고쳐?? 뭘 고쳐??"
"그냥 성형 조금 했어요.."
"아 그렇구나..."
"근데 오빠도 왜 이렇게 달라졌어요? 몰라볼 뻔 했잖아요.."
"오빠가 살이 많이 쪄서 보기 싫지..."
"살은 쪘지만...외모만 달라졌을 뿐 나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그때랑 같은 사람이니깐여..괜찮아요"
괜히 옛 여친 여동생에게 몹쓸 짓을 한 거 같아서 작은 소리로 말했다.
"아까 내가 흥분해서 헛소리 했는데...이해해주라.."
그녀가 얼굴이 빨갛게 변하면서 말했다.
"아니예요...오빠..그냥 저랑 만나요.."
나는 그냥 눈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사귄다는 게 어떤건지나 알고 말하는거야?ㅋ"
갑자기 시은이 의자에서 일어서서 앞에 앉아 있는 나에게 얼굴을 내밀더니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나는 놀래서 시은이를 쳐다보고 있었고, 시은이는 웃으면서 말했다.
"오빠 저 그때 그 중딩 아니랍니다..저두 성인이에요~"
"그래 성인끼리 술 한 잔 더하자~"
시은이 잔에다가 술을 잔득 따라주니 시은이도 나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옛이야기 하면서 술을 몇 잔 더마시다보니 시은이가 너무 취한듯했다.
"시은이 많이 취했네..이제 그만 나가자.."
"네.."
계산을 하고 나올 때 시은이가 심하게 비틀거렸다.
"괜찮어?"
"아뇨..안괜찮아요.."
-이런 대답을 바란게 아닌데..어떻게 해야하지..-
시은이가 다시 말했다.
"오빠 저두 아직 성당동에 사는데..집까지 업어주시면 안될까요?"
"업어 달라고??"
- 지금 여기서 집까지 걸어서 10분 거리인데..-
혀가 꼬인 채로 시은이가 말했다.
"저 보기보다 가벼워요~~히.."
"그래 업혀.."
그녀의 앞에 서서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앞으로 털석 쓰러지듯 업히였고..
무거웠다..
"오빠 저 가볍죠~히.."
"어???...응.."
업혀있는 상태에서 자꾸 미끌리 듯 내려 와서 시은이 엉덩이를 잡고
다시 등 위로 밀쳐 고쳐 업으면서
"그래 가볍네...ㅋ"
내등에 업혀 있던 시은이가 내 오른쪽 귀에다가 살며시 말했다.
"아까 통화한사람...애인...이죠?"
"응...."
"앞으로 저 만나실 꺼예요? 진짜로?"
"글쎄...."
"오빠가 진짜로 오빠였으면 좋겠다.."
"너 친오빠 있잖어.."
"그런 오빠 말고 좋아할수 있는 오빠..."
이렇게 그녀가 술주정 비슷하게 할 때 저 멀리서 여친의 형상이 보였다.
진짜로 우리 동네에 온것이였다.
우리집은 한 블럭 뒤쪽인데..아마도 여친이 날 찾는다고 여기저기 다닌 듯 했다.
여친이 멀리 있는 날 발견한듯 내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 듯
고개를 쭉 내밀어 내가 있는 방향을 보고서는 내게로 걸어왔다.
"야!!!!!!!!!!!! 지금 뭐하는거야!!"
업혀있는 시은이를 보고서는 그녀가 흥분을 한듯했다.
시은이도 놀란 듯 내 등 뒤에서 내렸다.
그리고 여친은 자기 구역을 빼앗긴 건달의 표정을 하고서는 시은이에게 달려 들었다.
달려드는 여친의 팔을 막아서며 말했다.
"해정아, 쫌!! 그만좀 해!!!!!!!!"
시은이는 겁을 먹은 듯 내 등 뒤에 있었고
그녀는 시은이의 머리체라도 잡을듯 손을 사납게 내밀었다.
그리고 그녀가 울기 시작했다.
"요즘 왜이래...내 말이면 껌뻑하던 니가...왜 말을 안 들어...?"
"너 나 사랑하지 않는다며.."
"내가 언제!"
"몇 일 전 내가 나 사랑하는거 맞냐고, 물었잖어!"
"그걸 말을 해야 알어!!!"
"말을 안하는데 어떻게 아냐! 맨날 다른 남자 만나고 ...만날때는 연락도 안되고.."
"그래서 지금 복수 하는거야???"
"복수는 무슨...나도 속상해서 그런다~! 맨날 돼지라 놀리고..."
그녀도 자존심이 상했는지 나에게 말했다.
"그래~!! 이제 우리 그만하자~! 앞으로 절대 나에게 연락하지마~!"
"그 말도 너한테 수십번은 더들었다~!"
"진짜로 연락하지마 돼지새끼야~!!"
"자꾸 돼지돼지 그러지마라~!!
"그럼 살을 빼던가~!!"
자꾸 돼지라는 소리에 속에서 뭔가가 올라왔다.
"그래 살빼고 만다~! 니 같은애한테 돼지라는 소리 안들을려고 살빼고 만다~!!"
그리고 시은이의 손을 이끌고 여친의 옆을 지나갔다.
한참 걸어서 뒤를 봤더니 여친은 그자 리에 계속 서있었다.
같이 그모습을 보던 시은이는 나에게 말했다.
"나는..오빠..오빠가 지금보다 더 뚱뚱해져도 좋아할 것 같애..그러니 살 안빼도 돼.."
괜히 시은이의 이야기에도 흥분 했다.
"아니 뺄꺼야...나도 살빼고 남들처럼 이쁜 옷 입고 여기저기 놀러 다닐꺼란 말이야~!!"
"미안,,.,오빠...내가 말 실수 했나보네.."
시은이를 데려다 주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누워서 생각해 보니 몇 일 사이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여친과 불화, 뜬금없는 옛여친의 여동생, 그리고 다이어트 결심..
-그래 1년동안 잠수타고 살만 줄기차게 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