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잘생긴 실장이 내민 숙취해소제를 거부했다.
"괜찮습니다. 실장님 드세요."
나의 거절에 실장은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손을 덥썩 잡고는 음료를 건냈다.
"안되요. 주임님. 많이 취하셨습니다. 드세요."
따뜻하고 커다란 두 손이 나를 감싸자 얼굴이 술에 취해서인지 부끄러워서인지 화끈거렸다.
"감사합니다."
결국 숙취해소제를 마시자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다.
"주임님. 제가 알기로 저랑 동갑이고 결혼도 했는데 편하게 친구할래요?"
실장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거절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편하게 부르기 시작했다.
"거절하지말자. 답답한 사회생활. 친구 한 명 있는 것도 괜찮잖아?"
능구렁이처럼 편안하게 말을 건내는 실장의 말에 그만 웃음이 터졌고 그날 나는 친구한명이 생겼다.
실장은 같이 버스를 타고 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자 30분이 넘는 거리가 마치 3분도 안되는 거리처럼 짧게 느껴졌다.
"내일 봐~"
마치 오래동안 알고 지낸것 처럼 인사를 하고 가는 실장의 넋살에 그만 피식하고 미소가 지어졌다.
- 철컥...
집으로 돌아오자 후질근한 티셔츠에 맥주에 치킨을 먹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서서히 벗겨지은 원형탈모에 축처진 뱃살 거기에 무좀까지 있어 발바닥에 분화구가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평소에는 고생하고 일하고 왔기에 안쓰러웠지만 오늘따라 왜 이리 밉상이고 싫은지 가까이 다가가기도 싫어졌다.
"왔어? 늦었네?"
나를 보고도 무심한 표정과 대답 갑자기 화가 났다.
남편이 무엇을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냥 저 모습 저 꼴이 너무너무 싫어졌다.
---------------------------------------------------------------------
5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