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배가 아파요"
최 씨는 칭얼대는 딸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딸을 변기 위에 앉혔지만 아이는 변을 보지 못하고 배가 아프다는 말만 반복했다.
처음엔 단순히 배탈이 났겠거니 생각했다. 2016년 9월 25일 일요일 저녁이었다.
깜짝 놀라 아이를 씻기고 겨우 다시 재웠다. 다음날 아침에도 시은이는 고통을 호소했다.
최 씨는 곧장 병원으로 향했다. 약을 처방받았지만 시은이는 약마저 게워냈다.
약을 먹고 잠든 아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배를 잡고 뒹굴었다.
아이의 변에는 피가 섞여 나왔다. 28일 새벽, 최 씨는 멀리 떨어진 대학병원을 찾았다.
장이 심하게 부어 초음파 검사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지난 일요일 늦은 점심, 시은이는 집 근처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놀이터에 들려 30분 정도 놀다가 복통을 느끼고 엄마에게 달려왔다.
이후 시은이가 물 외에 제대로 먹은 음식은 없었다.
'햄버거병'이라고도 불리는 출혈성장염 뒤엔 HUS ( Hemolytic Uremic Syndrome ·요혈성요독증후군)라는 생소한 질병도 찾아왔다.
HUS 는 주로 고기를 갈아서 덜 익혀 조리한 음식을 먹었을 때 발병한다.
미국에서는 1982년 햄버거에 의해 집단 발병한 사례가 보고됐다. 햄버거 속 덜 익힌 패티가 원인이었다.
최 씨가 만난 의사들은 모두 시은이가 먹은 햄버거를 원인으로 의심했다.
딱히 눈여겨볼 만한 다른 음식도 없었다. HUS 는 드물게 유전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남편과 함께 유전자 검사까지 받았지만 유전에 의한 HUS 는 아니었다.
최 씨는 맥도날드에 보상을 요구했다. 맥도날드 측은 진단서를 제출하라고 했다.
최 씨가 제출한 진단서엔 ' HUS '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그러나 맥도날드 측은 보험 접수를 거부했다. 인과관계가 명확히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맥도날드 측은 "최 씨의 상담이 접수된 뒤 곧바로 해당 지점에서 판매된 모든 제품에 대해 점검을 했지만 아무런 이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동일한 제품이 당일에 300개 이상 판매됐지만 최 씨와 같은 사례가 신고된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험 접수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면서 "진단서에는 어떤 음식을 먹고 난 뒤 HUS 가 발병했다는 식의 구체적인 원인이 적시돼 있어야 보험 접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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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어느
의사가 그런 식의 진단서를 쓸 수 있느냐는 것이다.
박광식 KBS 의학전문기자(가정의학전문의)는 "진단서는 증상과 함께 검사 결과에 따른 환자의 건강 상태를 증명하는 문서"라며 "환자의 말에 의존에 무엇을 먹고 어떤 병이 걸렸다는 식의 진단서를 쓸 수 있는 의사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맥도널드 측은 최 씨에게 불가능한 요구를 한 셈이다.
시은이의 소견서와 진단서에는 모두 ‘ HUS ·용혈성요독증후군’이라는 글자가 적혀있다.
맥도날드 측은 구체적인 원인이 적시되지 않은 진단서로는 보상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은이는 이유도 모른 채 매일 밤 투석기를 몸에 꽂는다. 이런 일상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아는 사람은 없다.
그런 딸을 볼 때마다 최 씨는 몰래 눈물을 훔친다.
"얼마 전에 맥도날드가 어린이 환자 가족들을 위해 기부를 했다는 기사를 봤어요. 눈물이 났어요.
그런 정성의 절반만이라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건강을 잃은 딸아이한테 기울여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2&oid=056&aid=0010470506
'햄버거병'이라고도 불리는 출혈성장염 뒤엔 HUS ( Hemolytic Uremic Syndrome ·요혈성요독증후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