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난 7월 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압수수색할 당시 이정현(59·무소속) 의원이 경남 사천의 KAI 본사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7월 검찰의 KAI 본사 압수수색 때
KAI 방문해 사장 접견실서 목격돼
이 의원, "방산업체 시찰 차원 방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지난 7월 14일 KAI 본사와 서울 사무소 등을 압수수색했다. 같은 시각 이 의원은 KAI 본사의 사장 접견실에 있었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압수수색에 나선 검찰 관계자들도 이 의원을 목격했다.
KAI 측은 “이정현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인 전남 순천 인근 방산업체를 시찰하는 과정에서 KAI를 방문한 것이며 공교롭게도 당일 압수수색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당시) 사장이 부재중인 탓에 부사장이 접견실에서 이 의원을 응대했다”며 “이 의원이 빈 사장실에 혼자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 의원도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국방부에 공식 요청해서 육·해·공군 각급 부대와 방산업체 등을 100여일 째 방문해 현장 얘기를 듣고 있었다”며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미리 알고 간 게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특별히 교류하는 관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정현 의원.
하지만 이 의원의 조카가 KAI 채용 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상황이어서 그의 행적이 석연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검찰은 이 의원 조카 A씨가 지난해 KAI 경영지원 부문에 부정 합격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방송사 부국장인 이 의원 동생이 하 전 대표에게 A씨의 채용을 청탁하고 하 전 대표의 지시를 받은 이모(57) 경영지원본부장이 A씨의 서류·면접 전형 점수를 조작한 정황이 있다는 것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는 A씨 등 10여명의 채용비리에 관여한 혐의(업무방해·뇌물공여)로 이 본부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검찰은 이 본부장의 신병을 확보한 후 하 전 대표도 조사할 방침이다. 상황에 따라 이 의원 형제도 수사 선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