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예비군 60% 청주 거주…30㎞ 떨어진 괴산에 통합훈련장
무료 셔틀 5대 시 외곽서 출발…"국방의무 이행 푸대접" 불만
청주시에 사는 예비군 3년 차 박모(26)씨는 지난 13일 예비군 훈련을 받기 위해 아침 밥도 거른 채 오전 6시 30분께 집을 나섰다.
박씨가 사는 청주시 서원구 사창동에서 예비군 훈련장이 있는 괴산 청안면까지는 대략 31㎞ 떨어져 있다.
시내버스로 율량동까지 가서 셔틀버스를 타고 국도를 달려 훈련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8시 40분께다. 집에서 훈련장까지 2시간 10분이 걸린 셈이다.
박씨는 "도청 소재지이고, 예비군이 가장 많은 청주에 있던 예비군 훈련장을 없애는 바람에 대중버스는 운행도 하지 않는 괴산에 가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며 "훈련장을 오가는 데만 족히 4시간이 걸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청주에 사는 예비군들은 올해부터 동미참·동원·보충 훈련을 받으려면 증평을 거쳐 괴산까지 가야 한다.
국방개혁 기본계획 등에 따라 육군이 전국의 예비군 훈련장을 대폭 통합했기 때문이다.
충북의 경우 올해부터 청주·진천·음성·증평·괴산 5개 시·군 예비군들이 괴산 청안 통합 예비군 훈련장에서 훈련을 받는다.
지난해까지만해도 청주에서는 청원구 율량동과 강서동에 각각 예비군 훈련장을 운영했다.
작년보다 20∼30㎞ 멀어진 괴산 훈련장으로 가야 하는 청주, 진천, 음성 지역 예비군들 사이에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11∼13일 청주시 서원구 예비군 440여명을 대상으로 한 동미참 기본훈련에 참가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청주와 괴산을 오가는 무료 셔틀버스는 고작 45인승 버스 5대가 전부였다. 이마저도 도심 외곽에 있는 율량동 훈련장에서 출발하는 탓에 탑승 인원이 많지 않았다.
청주시 서원구 사직동에 사는 예비군 김모(28)씨도 이날 오전 7시 50분에 나와 자가용으로 꼬박 1시간 5분을 운전해 훈련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서원구에 사는데 셔틀버스는 율량동에서만 운행하는 탓에 기름값이 들더라도 직접 운전해 훈련장에 갔다"면서 "삶의 터전을 두고 귀한 시간을 내서 국방의 의무를 다하려는데 훈련장 가는 길이 너무 멀고 험난하다"고 전했다.
청안예비군훈련장은 증평 도심에서도 9㎞, 괴산읍에서도 19㎞가량 떨어진 교외 지역에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훈련장에 가려면 읍내에서 20∼30분에 한 대씩 오는 버스를 탄 뒤 부대 인근 정류소에 내려 다시 15∼20분을 걸어야 한다.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사실상 접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난 11일 훈련을 받은 예비군 정모(25)씨는 "청주에서 셔틀버스를 놓쳐 택시비 3만원을 내고 겨우 제시간에 도착했다"면서 "훈련장을 통합하더라도 인구가 가장 많은 청주 훈련장으로 통합했어야 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충북에서는 12만여명(2017년 기준) 예비군 중 절반이 넘는 61.1%가 청주에 거주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시설 현대화와 예산 절감을 위해 훈련장을 통합했는데, 교통이 불편해진 것이 사실"이라며 "셔틀버스를 늘리고 출발지를 다양화하는 등 불편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육군은 2024년까지 전국 200여개의 시·군별 대대급 훈련장을 40개의 연대급 훈련장으로 개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