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좋아하는 여성이 만나주지 않는다며 홧김에 자신이 관리하는 아파트 건물에서 도시가스 호스를 절단한 관리소장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울산에 있는 지상 20층짜리 아파트 건물 관리소장인 A(55)씨.
A씨는 지난해 10월 중순, 자신이 관리하는 아파트에 사는 B(여)씨 집 주방에서 식기를 깼다. 자신이 좋아하는 B씨가 다른 남자와 사귀는 것 같아 화가 난다는 이유였다.
비교적 소심했던 A씨의 행패는 한 달 만에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만다.
A씨는 11월 17일 오후, 주민이 살지 않아 비어 있는 아파트 8가구에 들어가 보일러와 연결돼 있던 도시가스 호스를 절단했다.
보일러실 창문이 닫힌 상태에서 가스가 누출, 작은 불꽃만으로도 폭발이나 화재 등 대형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었다.
총 60여 가구 규모의 아파트에는 당시 17가구에서 주민이 거주하고 있었다.
그나마 B씨를 향한 절실한 마음을 알리고 싶었던 A씨가 B씨에게 가스유출 사실을 문자메시지로 알린 것이 다행이었다.
B씨는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출동한 경찰관들은 가스 밸브를 잠그고 창문을 열어 사고를 막았다.
울산지법 형사12부(이동식 부장판사)는 가스유출과 재물손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관리소장으로서 주민 안전을 책임져야 할 피고인은 단지 B씨가 만나주지 않는다거나 다른 남자와 사귀는 것 같다는 이유로 다수 주민이 거주하는 아파트에서 가스가 유출되도록 했다"면서 "당시 상당한 양의 가스가 유출됐던 것으로 보이고, 자칫 스파크나 불꽃만으로도 큰 폭발·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었던 점은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다"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피고인이 B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로 경찰이 출동해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점, B씨와 원만히 합의한 점, 아파트 일부 주민이 피고인의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