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저는 남자를 믿을 수 없습니다. 무섭다기보다 싫다, 대화를 나눠도 재미없다, 믿음직하지 못하다는 감정이 큽니다. 도호쿠 대지진의 영향으로 인해 불안해진 젊은 남녀들이 결혼하는 추세가 증가했다고 합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어째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각을 하면 할 수록 남자들에게 의지할 일도 딱히 없는 것 같은데요. 옛 일본 남아들이 가득했던 일본이라면 또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나약한 사람들에게선 뭔가 얻을 수 있는 게 없어 보입니다. 지금도 사귀는 상대가 있긴 하지만 평범한 대화는 대부분 제가 이끕니다. 의지가 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까요? 아니면 차라리 비구니가 될까요.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가르쳐주세요.(시즈오카현 30대 여성)
[답변] 남성에 대한 기대치가 이상할 정도로 높아 자승자박으로 괴로워하고 계시군요. 그게 글 전체를 보고 받은 첫인상입니다. 남자에게 극단적으로 흥미가 없다면 굳이 '싫다'고 느끼지도 않고 '나약하다'며 일부러 부정하지도 않습니다. '나를 즐겁게 하려하기보다 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믿음직하고 일방적으로 나를 지켜줄 사람이어야만 한다!' 그런 유아적인 비호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걸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현실의 남성에게 혐오감을 품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면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까...'라고 망설이는 오만함 외에 대체 자신은 상대에게 뭘 해주고 있을까요. 예전의 '일본 남아'조차도 철저한 남존여비 풍조 하에서 특권을 얻는 대신 여성을 보호할 책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요즘 같은 남녀 평준화 시대에 아무 대가도 없이 '그저 믿음직하게 지켜달라'고 떼를 써봤자 그런 사람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지켜주려는 성인군자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려면 반대쪽에서 생각하는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예를 들어 '요즘 여자들은 여성다운 정숙함도 가련함도 없어서 싫다'고 비꼬는 남성에게 당신은 조신하거나 여성스럽게 대할 마음이 듭니까? '사기꾼은 타인의 잘못을 과장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감춘다'는 법구경에 나온 석가님의 말씀이 있습니다. '의지가 되는 남성을 만나지 못하는 건 자신의 성격 때문은 아닐까?'라고 시선을 180도 돌려보면 어떨까요. 고이케 류노스케 츠쿠요미사 주지. 32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