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말하던 그가 잠시 말을 멈추고 내 눈치를 본다. '미투 운동'이 만든 변화다. 당황스러워도 일단은 반갑다. 어찌 되었든 조심하겠다는 뜻이니까. 누군가는 이런 변화를 불편해한다. 적극적으로 저항하는 사람들까지 있다. '펜스룰'을 적용하여 회식이나 사적인 영역에서까지 여성을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퍼지고 있다. 사실 '펜스룰'이라 명명되지 않았을 뿐, 이전부터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에서는 익숙한 풍경이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대에 끼지도 못하고, 임금이 깎이고, 밀려나는 사례가 그 얼마나 많았던가? 그런 차별 문화가 이제는 당당하게 '펜스룰'이라는 이름까지 얻었다. 심지어 "페미니즘과 미투 때문에 펜스룰을 하는 것"이라는 뻔뻔한 말까지 한다. '역차별'을 당한다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있다. 무엇이 그렇게 억울한 걸까? 예전처럼 묻지도 않고 여성의 몸을 만지지 못해서? 자신의 농담에 더 이상 친절하게 웃어주지 않아서? 도대체 무엇이 '역차별'일까? 평소처럼 행동한건데 '잠재적 가해자'가 되어버린거 같아서 역차별당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미투운동을 대하는 (일부) 남성들의 반응을 보면 탄식이 흘러나온다. 세상은 앞으로 가려고 이렇게나 애를 쓰는데 공감은 커녕, 기를 쓰고 퇴행하려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세상은 이제야 겨우 균형을 맞추어가기 시작했다. 현재의 변화가 불편한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인류애를 갖자. '인간'으로서 여성을 존중하자. 평등한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고 실행하자. 나는 여성과 인류애를 공유하고 허용하기위해 노력하는 남성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