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49)씨는 지난해 3월31일 새벽 0시15분께 경북 봉화군 한 컨테이너 사무실에 몰래 들어갔다. 평소 귀가할 때마다 그 사무실 마당에 암컷 진돗개 한 마리가 있다는 사실을 눈여겨 보아왔다. ㄱ씨는 진돗개의 성기 주변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진돗개와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 큰 상처를 입은 진돗개는 후유증으로 그날을 넘기지 못했다. 경찰 수사 결과 ㄱ씨의 범행이 드러나게 됐다.
경찰에 붙잡힌 ㄱ씨에게는 동물보호법 위반, 재물손괴, 건조물침입 혐의가 적용됐다. ㄱ씨는 예전에도 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징역 6개월을 살고 복역하다가 2015년 10월16일 출소했다. 또 ㄱ씨는 지난해 4월8일 다방에서 여주인(51)을 성추행하고 무면허 운전까지 한 것이 드러나 강제추행과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도 더해져 재판에 넘겨졌다. 이 모든 혐의가 인정돼 ㄱ씨가 1심에서 받은 형량은 얼마였을까.
대구지법 안동지원 형사1단독 이영제 판사는 지난 6일 ㄱ씨에게 징역 10개월과 벌금 3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 이 판사는 판결문에서 “동물보호법은 우리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동물의 고통에 대해 공감하고 함께 아파하는 범위를 설정하고, 이 범위를 심히 침해하는 인간의 동물에 대한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피고인은 성적 쾌락의 수단으로 개에게 상해를 가함으로써 위 범위를 침해하고, 동물 보호를 통해 동물의 생명 존중 등 국민 정서를 함양하고자 하는 동물보호법의 목적과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지난 3월22일부터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시행되면서 동물학대 행위에 대한 처벌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늘었다.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사회변화팀장은 “동물복지법에서는 징역형이 있지만 실제 잔혹하게 동물을 학대해 죽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벌금형이 선고되는 게 대부분이다. 동물학대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와 법 개정 취지를 살려 현실적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