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직으로 새로운 지역에서 원룸생활을 하고있다.
아는 사람 한명도 없는데다가 새 회사 적응을 위해 매일 야근을 하고
지쳐돌아와서 잠들고 하는 생활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다보니
회사집 회사집 하는 일과가 너무 무료해지고
책상앞에서 키보드나 두들기다보니 배는 점점나오고
안되겠다 싶어서 근처 헬스장을 등록했다.
조금 큰 헬스장이었는데 가보니 한참 몸만들기에 전념하는 남자 대학생 몇명에 아주머니들, 아저씨들 뿐이었다.
행여 비슷한 또래 아가씨들이 있어서 운동 끝나고 맥주한잔 하는 사이가
되었으면 했던 바람은 깨지고 말았다.
정말 운동이나 열심히 해야겠다 마음먹고 다닌지 삼사일 되었을까
나보다는 두세살 많아보이는 예쁘장한 여자가 한명 다니기 시작했고
대학생들이나 내 눈은 그 여자를 따라가는 일이 잦아졌다.
먼저 말을 걸기에는 명분도 없었고 남자답게 대쉬하기에는 성격상 어려웠기 때문에
얼굴이나 옷위로 드러나는 엉덩이, ㄱㅅ라인을 몰래몰래 훔쳐보며 지내다 서로 눈인사정도 하게 되었을쯤
당황스럽게도 너무 뜬금없이 운동을 마치고 씻고 나가는 나에게 그여자가 몇살이냐고 물어봤다
내나이를 말하니 자기 또래인줄알았다며 생각보다 어리시다고 말하더라
이게 욕인지 뭔지 갑작스럽게 잽을 맞은 나는 습관처럼 죄송하다고 얘기했다.
부정적인 말에 죄송하다고 하는건 아직 내가 사회생활 짬이 덜되서 그랬던것 같다.
'아니에요 제가 더 죄송해요 늙어보인단 말이아니라 헬스장에 운동만 하는게 지루했고
자주 보이셔서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그랬어요' 뭐 대충 이렇게 얘기하더라
그러면서 앞으로 인사하고 지내자고 말해주기에 알겠다고 하고 집에왔다.
집에가는 길이 달라보였다.
내가 쳐다만 보던, 내가 멀을 걸까 말까 망설이던 여자가 먼저 친하게 지내자는 늬앙스로 말을 걸어서 기분이 무척좋았다.
피부도 하얗고 가슴도 커보였다.
그래서 더 기분이 좋았다.
출퇴근길에 왁스를 가지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음날 퇴근후 헬스장에서 그 여자를 만났고 인사했다.
밝게 웃으며 오늘 잘 지냈냐고 물어봐주는 그여자는 천사같았다
같이 런닝머신을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대학생들은 의아한 표정이었고 부러워보이는 눈빛을 보내고는
금방 운동에만 전념하더라
몇살이냐 물으니 몇살같이 보이냐며 되묻기에
나이트 많이 다니셨나봐요 하니까 내팔을 툭치며 웃더라
그렇게 끼부리는게 정말 나이트도 좀 다녀본거 같았다.
'저번에 말씀 하신것도 그렇고 한 33정도 되는거 같네요?'하니
어리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더라
여기서 조금 멘붕이었지만 그래봐야 34이겠지 하고 다른 얘기를 나누다
운동은 하지도 않은것같은데 시간이 늘 집에가던 시간이 되었고
사는곳이 헬스장과 가까운 아파트였기에 같이가자하고 나왔다.
분위기가 괜찮았다.
혹시 맥주한잔 하실래요 물으니 폰번호를 달랜다.
오늘은 안될거같다고 다음에 시간될때 연락을 준다고 했다.
이때 이여자 유부녀구나 싶었다.
30대 중반인 여자가 조금 넓은 평수 아파트에 산다면 당연히 결혼했을거라 확신했다.
조금 씁쓸한 마음에 집에오니 전화가 왔다.
집에 벌써가셨냐고 자긴 집에 와보니 시간이 될거 같다고
집에 아직안갔으면 맥주한잔 하자고 얘기하더라
아직 밖이라고 얘기하고 얼른 뛰어갔다.
가는 내내 집에 남편이 아직 안들어온건가 싶었고
걸리면 ㅈ되는거 아닌가 싶었지만 대부분 남자들이 그렇듯이
명령은 머리가 아니라 ㄲㅊ에서 내리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달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