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휴수당, 취약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다.

차카니룽 작성일 18.09.28 13: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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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휴수당을 그대로 둔 채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은 초단시간 노동자를 늘린다. 주휴수당 제도는 결과적으로 저임금·고령층 취약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다.

 


2019년 최저임금은 8350원이다. 경영계는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실질 시급은 1만20원”이라고 주장했다. 주휴수당이란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가 주 1일 유급휴일에 받는 하루치 일당이다. 하루 6시간씩 한 주에 5일을 일할 경우, 30시간 시급에 더해 6시간치 시급을 추가로 받는다. 근로시간에 20%가 가산되는 셈이다. 최저임금 8350원의 20%는 1670원이다. 이걸 합치면 ‘실질 최저임금 1만20원’이라는 경영계 논리가 나온다.


시간제 노동시장(주로 파트타임)에서 주휴수당은 사문화된 조항이었다. 2011년 가을, 국내 최초 세대별 노동조합 ‘청년유니온’이 커피 전문점 7곳의 주휴수당 미지급 실태를 발표해 파장을 일으켰다. 체불임금 추산액만 197억원이었다. 이후 주휴수당은 파트타임 노동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당시 청년유니온 정책기획팀장이자 청년유니온 창립 멤버인 조성주 전 서울시 노동협력관은 커피 전문점 주휴수당 실태조사의 기획자였다. 그런 그가 지금은 주휴수당을 폐지하자고 주장한다. 사문화된 주휴수당을 부활시킨 당사자의 주장이라 더 의미심장하다. 왜 그는 자신이 살려낸 노동자의 권리를 폐지하자고 주장할까.

 

주휴수당을 없애야 한다고 보나?


2011년 주휴수당 싸움을 하면서부터 고민했다. 제도의 특성상 중·장기적으로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고, 결국 없어져야 할 수당이라는 점을 깨달았다. 언젠가는 문제 제기할 때가 올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문화된 주휴수당을 되살린 당사자인데?


한 조합원이 카페베네에서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했다. 2011년 당시 최저임금이 4320원이었다. 그런데 곱셈을 계속 해봐도 민주노총에서 고시하는 최저임금 월급보다 적었다. 어떻게 된 거야? ‘아, 주휴를 빼먹었잖아.’ 친한 노무사가 그랬다. ‘주휴가 뭐야?’ 막 설명을 했다. 주변에 물었다. ‘그런 걸 받아?’ ‘아니, 파트타임이라 못 받지.’ 당시엔 (일부) 노무사들도 파트타임은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노동부에 물었다. 세상에, 받을 수 있다더라. 그래서 준비를 했다. 파트타임은 어디든 못 받고 있을 테니 어디를 찍을까 하다 커피를 찍었다. 당시 한창 커피 산업이 뜨고 있었으니까 이슈화하면 다른 곳에도 효과가 클 거라 봤다.

 
실제로 반향이 컸는데, 주휴수당에 문제의식을 가진 계기가 뭔가?


카페베네가 워낙 성장하던 때라 이슈가 많이 됐는데, 싸움은 커피빈이 제일 짜릿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 3000명에게 미지급한 주휴수당 약 5억원을 다 반환했다. 그런데 커피빈이 아르바이트를 주 15시간 미만으로 전부 돌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주휴수당 안 줘도 된다. 관리하기가 어려웠는지 나중에는 다시 돌아갔지만. 스타벅스는 주당 14.5시간만 일하게 하는 방식으로 주휴수당을 피해가고 있었다. 중·장기적으로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어 최저임금 자체를 올리는 전략이 훨씬 낫겠구나.’ 직접 싸움을 해보면서 스스로 이해하게 됐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우리 노동시장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인데,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을 수 있으면 이들이 가장 혜택을 받는다. 반대로 주휴수당을 그대로 둔 채로 최저임금이 오르면 기업은 초단시간 노동자를 늘린다. 노동시장 구조가 더 나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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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청년유니온은 전국 주요 커피 전문점의 주휴수당 미지급 문제를 조사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정기상여금을 최저임금에 넣느냐가 주휴수당보다 더 큰 논란이었다.


노측이나 사측이나 최저임금 당사자보다 ‘위’에 있는 사람들이 산입 범위를 가지고 싸운다. 정작 최저임금의 실제 당사자는 누구인가? 파트타임 노동자, 영세 자영업자, 편의점 같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다. 이들에게는 상여보다 주휴수당이 훨씬 큰 이슈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넣으면 어떻게 되나?


주휴수당은 결과적으로 인건비의 16%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넣고 최저임금 23%를 인상한다고 치자. 숫자는 파격적으로 보이지만, 원래 주휴수당을 주던 자영업자는 7% 인상만 더 감당하면 된다. 올해(16.4% 인상)나 내년(10.9% 인상) 최저임금 인상 폭보다 실질적으로는 낮다. 반면 그동안 주휴수당을 못 받던 초단시간 노동자들은 임금이 23% 오른다. 초단시간 노동자가 58만명인데 최근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저임금이고 고령층과 20대, 여성이 많다.


주휴수당을 받던 노동자에게는 불리한데?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다. 첫째, 주휴수당은 개근한 사람만 받을 수 있다. 파업을 하는 등 결근하면 주휴수당을 못 받는다. 이런 문제가 사라진다. 둘째, 주휴수당을 없애면 시간급 통상임금이 오른다. 시간급 통상임금이란 한 달에 받는 통상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이다. 이걸 기준으로 연장근로수당을 계산한다. 그런데 이 근로시간을 계산할 때 주휴수당으로 처리되는 시간까지 집어넣는다. 주 40시간 기준으로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인데, 여기에 주휴수당으로 처리되는 20%가 붙어서 209시간이 된다. 분모가 커지니까 시간급 통상임금은 내려간다. 그러면 기업은 연장근로를 더 싸게 시킬 수 있다. 이제 주휴수당을 없애고 최저임금에 포함시킨다고 생각해보자. 분모가 174시간이 되면 시간급 통상임금이 올라가고, 이러면 노동자가 받는 연장근로수당이 올라간다. 시간급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각종 수당도 올라간다. 노동자에게 이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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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26일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가운데)이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간담회를 열었다.

 

그렇다면 의외로 기업 측에서도 주휴수당 폐지론을 반기지 않을 수 있겠다.


대기업은 어차피 임금수준이 최저임금을 제법 상회하기 때문에 주휴수당 폐지에 큰 이해관계는 없다. 연장근로수당이 올라가는 부담만 생긴다. 영세 자영업자와 취약 노동자에게는 중요한 문제다. 주휴수당 폐지는 노와 사의 갈등 이슈가 아니다. 취약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동맹이 가능하고, 거기에 중간층 이상 노동자도 연대할 수 있는 이슈다.


지금 노동시장에서 주휴수당을 제대로 지급은 하고 있나?


그것도 주휴수당 폐지론의 중요한 근거다. 지급 의무를 위반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요새는 홍보를 해서 좀 덜하지만 여전히 몰라서 못 주거나 일부러 떼어먹는다. 위반율이 너무 높으면 위반이 관행이 될 우려가 있다. 주휴수당이 최저임금 안으로 들어오면 그러기 어렵다. 최저임금은 직관적이고 명시적이고 단순하고 위반이 눈에 잘 띈다. 노동자는 위반율이 낮아져서 좋고, 주휴수당을 주던 자영업자는 최저임금 인상 폭이 감당할 만하게 줄어들어 좋다.
 

최저임금 1만원 구호가 노동계에서 처음 나왔을 때 동의했나?


나도, 청년유니온도 동의하지 않았다. 구호로만 급진적이라고 봤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과정에서 임금체계나 각 사업에 미치는 효과를 정리해가면서 가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봤다. 당장에 최저임금 올리니 산입 범위 문제가 확 나오잖나. 구호로 1만원을 말하는 것과 정책이 실현되는 건 굉장히 다르다. 지금부터라도 그런 효과들을 놓고 타협과 협상을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


주휴수당 폐지를 카드로 거래하자고 주장했는데?


국회가 주 52시간 노동시간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휴일수당·연장수당 중복 지급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동자 처지에서 만족스럽지 않았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대신 공휴일을 모든 민간 노동자들에게 유급휴일로 보장했다.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동안은 공무원과 노조 있는 회사만 명절에 휴일이고 나머지는 아니었다. 인간적으로 차별 체감이 컸다. 주휴수당을 최저임금에 넣는 대신 그런 식의 거래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노동자 입장에서는 양보를 하는 거니까 명분이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는 주휴수당만 못 받는 게 아니다. 연차휴가도 못 쓰고 퇴직금도 못 받고 사회보험 대부분도 배제된다. 이 중에 몇 개 집어넣자는 거다. 늘 수비만 할 게 아니라, 거래하면서 다른 걸 가져오자는 거다.
 

노동자의 보장된 권리를 거래나 타협의 수단으로 말하는 게 낯설다.


누구를 위해 타협하고 거래하느냐가 중요하다. 더 많은, 더 취약한 노동자들에게 이익이 된다면 얼마든지 거래할 수 있다. 주휴수당은 인건비의 16%인데 이 정도 카드면 정부 입장에서도 고려해볼 만하다. 그런데 노측도 사측도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를 최저임금에 넣는 문제를 크게 주목했다. 중요한 문제 맞다. 하지만 그걸로 손해 보는 사람들이 초단시간 노동자 58만명보다 많을까? 서 있는 위치에 따라 보는 풍경이 다르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초단시간 노동자 차별 문제는 주휴수당과는 별개로 풀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더라.

 
원칙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최저임금은 어느 순간 국민적 임금 협상이 되었다. 굉장히 많은 단위의 여론, 정치적 역학관계가 들어오게 되었다. 상호 갈등 안에서 타협 지점을 찾는 문제가 되었으니 노동계도 정치적 고민을 해야 한다. 오히려 이 구도가 나쁘지 않다. 이슈마다 따로따로 논의하면 강자가 늘 이긴다. 하지만 테이블 위에 여러 이슈들을 쫙 펼쳐놓고 정치 협상을 하면 약자의 이익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2019년 최저임금이 10.9% 오르면서 자영업자들 중심으로 주휴수당 폐지론이 나오고 있다.


노동문제를 연구하는 일본인이 주휴수당을 포함한 한국 최저임금이 일본보다 높은 게 맞느냐고 질문을 하는데 아차 싶더라. 그분은 <조선일보> 일본어판에서 봤다고 했다. 보수가 주휴수당을 다음 전선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개별 전선에서 수비만 하다 보면 매번 진다. 정기상여금 산입 범위 논쟁 때 결국 그랬다. 공격하고, 전선을 넓힐 방법을 찾아야 한다.
 

거래의 무대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다. 그 안에 민주노총, 한국노총도 있고 청년유니온도 있다. 국회로 넘어가면 더 불리한데, 최임위에서 합의했다고 하면 국회가 손대기 어렵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시민 대표인 노동자, 회사, 그리고 공익위원이 모인 최임위는 준입법부다. 거기서 사회의 갈등을 가지고 와서 책임 있게 결정해, 입법부에 권고를 해야 한다. 그게 선진 민주주의 국가들이 하는 일이다. 그런 나라 사람들한테 “정부가 최임위 합의를 안 지키면 어떡해요?” 물어보면 질문 자체를 이해 못하더라. 거기는 민주주의 틀을 훨씬 넓게 보는 거다. 갈등하는 이해 당사자들이 타협을 하면 그걸 어떻게 부정하겠나.

 

[출처] “주휴수당, 취약 노동자에게 유리하지 않다”|작성자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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