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 속 흔들리는 관제탑에 남아 여객기 이륙 지원
인도네시아 항공교통관제사, 영웅으로 떠올라
인도네시아 국영 항공관제기구 에어나브 공식 트위터. ? News1
(서울=뉴스1) 한상희 기자 = 2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서 발생한 강진과 쓰나미로 도시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와중에도 공항 관제탑을 끝까지 지키다 숨진 21세 청년이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는 150명의 목숨을 구하고 관제탑 4층 창문 밖으로 뛰어내려 사망했다.
CNN,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안도니우스 구나완 아궁은 지난 28일 규모 6.1과 7.5 지진이 잇달아 발생했을 때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섬 팔루에 있는 무티아라 SIS 알-주프리 공항 관제탑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당시 활주로에는 술라웨시 섬 남부 마카사르 공항으로 향하는 여객기가 이륙 준비 중이었다. 그는 지진 발생 후 건물 전체가 흔들리고 동료 직원들이 관제탑 밖으로 급히 대피하는 중에도 자리를 지켰다.
여객기가 이륙하자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한 관제탑은 더 심하게 흔들렸지만 아궁은 자리를 뜨지 않았다. 그는 활주로에 있던 마지막 비행기가 완전히 이륙한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대피했다. 아궁은 이대로 건물이 무너지면 잔해에 깔릴 수 있다고 판단해 4층 창문에서 뛰어내렸다. 그 바람에 다리가 부러지고 장기가 손상됐다.
부상이 심각한 상황이라 병원 측은 헬리콥터를 이용해 아궁을 더 큰 의료시설로 옮기기로 했다. 그러나 그는 헬리콥터가 도착하기도 전에 목숨을 잃었다. 22세 생일을 겨우 한 달 앞둔 날이었다.
인도네시아 SNS에는 아궁을 애도하는 물결이 줄을 잇고 있다.
아궁의 지시를 받아 비행기를 조종한 리코세타 마펠라 기장도 감사를 표했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아궁의 사진과 함께 "'바틱 6231편 33 활주로에서의 이륙을 허가합니다'가 그의 마지막 교신 내용이었다"며 "안전하게 이륙할 때까지 보호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아궁의 시신은 유족들의 요청에 따라 술라웨시 섬 남쪽 팔루에서 마카사르로 옮겨졌다.
인도네시아 당국에 따르면 지난주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에서 발생한 규모 7.5의 지진과 쓰나미로 최소 832명이 사망했다. 1일 기준 실종자가 수천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져 인명피해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angela0204@news1.kr
https://news.v.daum.net/v/20181001120803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