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이란 무엇인가

순두부튀김 작성일 18.10.28 13: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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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술 먹는데…회식, 왜 싫냐고요?

 

#공무원 민모씨(28)는 최근 부서 회식에 불참 의사를 밝힌 뒤 단체카톡방에서 상사의 지적을 들었다. 민씨의 상사는 "회식 참석은 자유 의사이긴 하지만 개인 사유로 회식에 빠지는 건 용납할 수 없다"면서 "회식도 직장 생활의 기본 업무에 해당한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민씨는 "회식을 강요하는 분위기 탓에 퇴근 후 개인 시간까지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한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된 지 100여일이 지났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일과 삶의 균형) 문화가 확산되면서 '저녁이 있는 삶'에 대한 관심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업무의 연장선으로 여겼던 저녁 회식도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회식을 권하는 기업 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워라밸을 지향하는 2030세대와 기존의 기업 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가 바라본 '회식'에 대한 생각이 엇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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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민모씨(28)가 상사에게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재구성.

 

지난 7월 취업포털 사람인이 직장인 69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회식 필요성'에 대한 생각은 세대·직급별로 달랐다. 사원·대리급은 '필요 없다'는 의견이 각각 60.5%와 64.5%로 주를 이룬 반면 과장급 이상부터는 '회식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평균 66.8%에 이르렀다. 


세대별로도 20·30대 직장인은 61%가 '회식이 필요 없다'고 응답했지만 40·50대는 68%가 '회식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직장인들은 회식이 필요한 이유로 '유대감 형성 등 단합에 필수'(65.4%)를 가장 많이 꼽았다. 반대로 필요 없는 이유로는 '퇴근 후 개인시간 활용 불가'(55.1%) 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직장인 이모씨(50)는 "회식은 술 한잔 걸치면서 부하 직원과 상사가 서로 소통하는 자리"라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은 회식을 싫어해 회식하는 것도 눈치보인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씨(45)는 "회식을 해도 자진해서 술을 마시려는 친구들이 없다"면서 "누가 술 사준다는 얘기가 제일 반가웠던 시절이 있었는데 요즘은 아닌가보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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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젊은 세대들은 왜 회식을 싫어할까. 20·30 직장인 3명에게 회식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Q. 회식 좋아하세요?

검안사 Y씨(28): 분기 별로 한 번씩 회식을 한다. 친한 동료들끼리 모인 자리면 괜찮지만 상사들과 식사를 함께 해야 하는 자리라 음식을 먹는 것조차 불편하다. 회식 메뉴도 그렇다. 회식 전에 직원들에게 식당 호응도 조사라도 하면 좋을텐데 위에서 알아서 결정해서 통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다보니 불만이 많다.

회사원 A씨(27): 한 달에 서너번은 꼭 회식을 한다. 회식 종류가 두개로 나뉘는데, 미리 정해진 회식과 당일에 "한 잔하자"며 갑자기 잡힌 회식이다. 미리 정해진 회식은 스케줄도 조정하고 마음의 준비도 할 수 있지만 갑자기 잡힌 회식은 개인 시간을 희생하는 기분이 들어 선호하지 않는다. 

은행원 K씨(26): 2주에 한 번이나 한 달에 한 번은 회식을 한다. 모든 직장인들이 회식을 안 좋아하지 않을까. 회식이라고 하면 업무의 연장 같다. 업무 시간이 끝나도 계속 긴장하고 있는 느낌이 싫다.

Q. 회식이 직장 생활에 도움이 되나요?

검안사 Y씨(28): 회식이 직장 생활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전혀 모르겠다. 회식을 한다고 해서 구성원들끼리 돈독해지는 느낌도 받아본 적 없다.

회사원 A씨(27): 회식자리에서 업무 관련 얘기를 하다보면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가 있다. 서로에 대한 불만 성토장이 되는 경우가 많고 오히려 다음날 업무에 지장을 준다. 

은행원 K씨(26): 술을 한 잔하면 분위기가 편안해져 평소에 하기 힘들었던 대화가 오고 가긴 한다. 그런데 그 대화들이 업무에 도움이 되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인 게 아니기 때문이다. 구성원들이 다같이 만나면 술을 마셔서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더라도 업무에 도움이 되는 얘기를 하기엔 한계가 있다.

Q. 회식에 빠져본 적 있나요?

검안사 Y씨(28): 회식을 빠진 적이 있는데 눈치가 많이 보였다. 상사들이 말로는 괜찮다고 하지만 비꼬는 말투로 응해 내내 신경쓰였다.

직장인 A씨(27): 회식 중간에 빠진 적이 있다. 3차 도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그런데 다음날 회사 임원이 따로 불러 "사회생활은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는 식의 이야기를 했다. 해당 임원은 "끝까지 남아 있는 게 회식 예절인데 중간에 그냥 가서 실망스럽다"며 훈계했다.

은행원 K씨(26): 회식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지하는데, 선약이 있다고 해서 회식을 빠지기가 어렵다. 그래서 보통 기존에 잡았던 약속을 취소하고 회식을 나간다. 단체생활이다 보니까 회식을 빠지면 눈치가 많이 보이고 정당한 사유가 아니면 사실상 회식 불참은 어렵다.

Q. 회식을 꼭 해야 한다면 어떤 방법이 좋을까요?

검안사 Y씨(29): 회식을 하면 술자리가 대부분이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술을 거의 못 마시는 사람도 있다. 회식에서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면 좋겠다. 

직장인 A씨(28): 적어도 일주일 전에는 회식 일정을 알려주는 게 구성원들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또 회식을 하더라도 술을 강요하지 않고 1차에서 끝내는 회식문화가 정착되면 좋겠다.

은행원 K씨(26): 전직원이 모이는 회식은 분기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회식은 무조건 1차에서 끝내면 좋겠다. 2차나 3차까지 이어지면 술을 과하게 마시게 되고 이성적인 판단이 어려워진다. 깔끔하게 1차만 먹고 헤어지는 게 다음날 업무를 위해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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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훈 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집단문화에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회식을 통해 격무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고 결속과 단합을 다져온 반면 젊은세대들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사생활과 회사생활을 분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회식자리에서도 직장내 권위적인 분위기가 유지되다보니 젊은 세대들은 회식을 단합보다는 스트레스로 인식해 거부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또 "과거 직장에는 워라밸이라는 개념이 없고, '일'에만 더 중점을 뒀기 때문에 개인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들과 '직장 생활'에 대한 인식 차이가 있다"면서 "워라밸 문화가 한국 사회에 정착되면 회식 빈도가 점차 줄어 갈등이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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