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학교 2학년때 내 하루 용돈은 200원이었는데,
당시에 세상에서 햄버거가 제일 맛있었음.
집에서 1km 정도 떨어진 곳에 버거킹이 있었는데, 버거킹에서 파는 햄버거중 제일 싼건 천원이었다.
국민학생때인데 버거킹이 어찌 동네에 있었냐면 우리동네에 미군부대가 있었거든...
아무튼, 어린나이에 햄버거가 너무 먹고싶어 하루에 백원씩 꼬박꼬박 모아서
열흘마다 고사리손 안에 동전을 넣어 떨어질라 꼬옥쥐고, 달리고 달려 버거킹에 들어갔지.
키보다 높은 카운터에 까치발로 낑낑거리며 백원짜리 짤그랑 내려놓고
햄버거를 받았을때의 그 기분은 아직도 잊을수가 없었다. 내 국민학교 2학년의 낙이었으니..
햄버거엔 뭐 별거 없었지...
패티 한장 치즈한장 피클3~4개? 그래도 난 그게 그렇게 맛있더라
떡볶이 순대 김밥보다 더 맛있었다.
햄버거를 받으면 자리에 앉아서 먹어야되는데 빨리 먹고 싶어
받자마자 카운터에 서서 바로 포장 뜯어 먹고있는데...
당시에 영어 공부한다고 카운터에서 알바하던 한국인 누나가
"혼자왔니?"
라고 물어봤지만
"네! 햄버거가 너무 맛있어요" 라고 전혀 다른말을 하니까
그 알바 누나가 많이 웃더라.
근데 그 다음부터 기적이 일어남
또 열흘간 모아서 햄버거 사먹으러 갔는데,
천원을 내려놓으니 감자튀김하고 콜라도 함께 쟁반에 올려져 나오더라고
"누나 왜 오늘은 콜라랑 감자도 나와요?" 라고 물어보니까
알바생 누나가
"오늘부터 천원에 세트로 나와"
어린나이였지만 그말을 듣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음...
또 빨리 먹고 싶어 바닥에 앉아 먹으려니까 누나가 카운터에서 나와
의자에 날 앉히고 여기서 먹는거란다 라고 웃으면서 말해주는데
내 시야는 알바누나고 뭐고 안중에도 없었음
"꼬마야 오늘부터 천원에 이렇게 나오지만 이건 비밀행사라 너만 알고있어야되 알았지?"
라고 카운터로 돌아가기 전에 말해주는데 난 그말을 다 믿었지
당연히 콜라랑 감자튀김은 그 알바생 누나가 자신의 돈으로 사준거...
그뒤로 내가 갈때마다 늘 그렇게 세트로 줬는데...
내가 이사가면서 차차 잊혀졌음...
지금이라도 보게되면 그때 너무 고마웠다고
비싼밥이라도 한끼 사드리고 싶다...
내 어린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남겨주신분이라...
출처 : 루리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