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신의 유래 중 몇가지

뱅쇼 작성일 19.02.26 08: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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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개소린데 좀 유래가 짐작될 만한 것 몇 가지가 있어서 짤막한 민속학 지식 늘어놔본다.

미신은 미신이지만 그런 미신이 왜 생겨났는지에 대한 설명 정도로 이해해주면 되겠다.

 

1. 밤에 피리불지 마라 or 휘파람 불지 마라

 

전통 장례식 절차에서 생겨난 것으로 추정된다. 

염습을 하고 발인하기 전까지 3일 동안에 고인을 모신 관 앞에서 이승에서의 마지막 식사를 올린다거나 제문을 읽는다거나 하는 과정이 많이 있다.

친인척 상을 치러본 사람은 한번씩 봤을 수도 있는데, 요즘은 장례 절차가 많이 간소화돼서 장례지도사가 직계가족 몇 명만 데려다놓고 술 올려라 향 꽂아드려라 안내해주는 수준에서 치러지지만, 아직도 지방에서는 장례 관련해서 보수적인 분위기인 곳이 많아서 장례지도사들이나 친척 어른들도 꽤 빡빡하게 지킬거 지키려고 한다. 가까운 지인들이 부모님 상을 당했을 때 가서 보면, 발인까지 3일동안 챙겨야 하는 절차들이 최소 10가지는 된다.

(구글에 '전통장례절차'로 검색하면 보건복지부 장례문화 홈피가 나오니 궁금하면 더 찾아보기 바람)

그 중 하나로, 고인에게 마지막 식사를 올리거나 (굉장히 간소한 제삿상 같은 것) 저승사자 요깃거리 하라고 지전(종이돈)이나 밥, 나물 등을 차려놓는 고복(또는 초혼)이라는 절차가 있다. 이걸 보통 사잣밥 차린다고 한다. 또 상주는 지붕이나 마당에서 고인의 저고리를 흔들면서 혼을 보낸다. 

이와 같은 절차들은 고인의 혼이 직접 나와야 의미가 생기는 것들인데, 이때 휘파람이나 작은 피리를 불어 고인의 혼백을 깨우거나 부른다(초혼이라는 말 자체가 혼을 부른다는 뜻이다). 거의 대부분의 장례절차는 마치 고인이 아직 살아있는 것처럼 대하면서 치러지는데, 높고 날카로운 소리로 귀가 어두운 노인에게 '이제 가셔야 합니다' 내지는 '나와서 한번 보세요' 등등을 알리는 느낌으로 생각하면 되겠다. 특히 마지막 식사를 드리거나 사잣밥을 내는 것은, 며칠째에 하는가는 동네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시간은 대개 늦은 밤에 이루어진다.

다른 지역은 본 적이 없지만, 전라도/제주도에서는 장례지도사가 휘파람을 불어서 매번 고인의 혼백을 블렀고, 경상도에 문상갔을 때에는 고인이 불교셔서 그런가 스님이 오셔서 불교식으로 했었다. 여기에서 목탁은 아닌 각진 나무 막대 같은 것을 비슷한 의미로 쳤다. 

때문에 마을 공동체 시절에 '밤에 울리는 휘파람이나 피리소리'는 곧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하고, 민간신앙 관점에서 보면 저승사자의 방문을 뜻한다. 때문에 이를 연상시키는 행위를 금지했을 것이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특히 죽음이 현대 사회보다 훨씬 흔했고, 주술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졌던 옛날에는, 누군가의 예기치않던 죽음을 밤에 휘파람을 불어서 저승사자가 와서 빈손으로 가기 쫌 거시기해서 데려갔다고 해석될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 과정에서 뱀은 철없는 아이들에게 공포와 함께 금기를 인식시키기 위한 도구거나, 우리 고유 문화적으로 악역에 해당하는 뱀을 넣어 미신적 장치를 강화시켰을 거라 생각해 볼 수 있다.

 

 

2. 문지방(문턱) 밟지 마라

 

이거 굉장히 흔한 금기인데, 다른 나라에는 거의 없고 좌식 생활 중심의 가옥을 짓는 우리나라에서 강하게 보인다. 어르신들 중 특히 한옥에서 살아봤던 사람들은 문지방을 절대 밟지 못하게 하는데,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가장 설득력이 있는 가설은 한옥의 구조에서 문지방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등장한 금기라는 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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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말해서, 한옥의 건축 구조 상에서 문지방을 그거 하나만 교체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위 그림을 보자. 한옥 벽은 나무들을 짜맞춰서 기둥은 물론 문틀의 문설주(문이나 창문의 양옆 세로 기둥), 들보(세로로 놓인 기둥들 위쪽을 연결하면서 지붕을 떠받드는 가로목), 도리(들보 위에 직각으로 얹는 가로목), 서까래(도리에 걸쳐 비스듬히 얹어서 지붕 모양을 잡아줌) 등이 차례로 조립되듯 얹힌다. 기둥과 들보, 도리는 서로 이가 맞게 깎아서 꽉 물린 형태로 조립된다.

이때 기둥과 기둥을 위쪽에서 연결해주는 상방(주심도리)만이 아니라 중간이나 아래쪽에서 기둥들을 연결해서 지지해주는 가로목들도 있는데, 이걸 중방, 하방이라 한다. 문지방은 문이나 창문으로 비어버린 공간에 가로목들이 드러나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이제 문지방, 상방, 하방 등에서 '방'이라는 말이 뭘 뜻하는지 알게 되었을 것이다. 가옥 벽에 있는 가로목을 '방'이라고 부른다.

그럼 만약 문지방이 작살나거나 부러지면 어떻게 되느냐. 일단 문설주를 뽑아야 한다. 문지방은 문설주가 누르듯이 조립되어 있기 때문이다. 문설주를 뽑으려면 뭘 잡아야 하느냐. 문설주 위에 박힌 상방이나 들보를 들어내야 한다. 들보를 건드리면 뭘 건드려야 하는가. 도리들을 빼야 하는데 이놈들은 또 서까래를 받치고 있고, 서까래는 기와들을 얹고 있다. 즉 문지방 하나 갈려면 지붕까지 건드려야 하는 구조이다.

설령 이렇게 일을 벌이지 않더라도 이정도로 짜맞춰진 구조를 갖고 있으면 문지방이 손상됐다는 뜻은 기둥과 벽면의 정렬도 틀어졌을 것이고, 나아가서는 지붕 하중에 영향을 주어서 집이 폭삭 내려앉는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문지방이 손상될 수도 있는 우려로 이어지는 모든 행위는 전통 한옥에서 살아온 사람들 관점에서는 사실상 집 또는 생명을 잃게 되거나 최소 큰돈 깨지는 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과 긴밀히 연결된 우리나라 전통 민간신앙 중 하나가, 지신(집터의 신, 터줏대감이라고 불린다), 성주신(대들보의 신, 상량신) 등과 같이 집의 각 부품마다 신을 모시는 것이다. 특히 상량신은 집 지을때부터 챙겨서 좀 유명한 편인데, 들보가 튼튼히 오래 버티게 해달라고 들보 올릴 순서가 되면 짓다 말고 상량제부터 지낸다. 

혹시 시골 할매할배네 한옥집 갔을 때에 문 위쪽 상방에다가 조릿대 같은걸 X자로 교차시켜서 걸어놓거나, 장독대 위에 누름돌 치고는 좀 정성스런 돌이 있다거나, 외양간 벽면에 쓸데없이 큰 맷돌을 걸어둔다거나, 기둥에 아무 기능도 없는 짤막한 새끼줄 같은걸 걸어놓는다거나 하는 것들을 봤을 수도 있겠다. 이것들이 바로 신이 깃드는 매개체로 여겨졌는데, 이게 있어야만 신이 깃들어서 집의 각 부분을 잘 지켜준다고 믿었다. 

 

 

세줄요약

1. 휘파람 부는건 장례절차에서 혼을 부르는 일이어서 재수없게 여겨졌다

2. 문지방 뽀개지면 구조상 ㅈ된다

3. 나비날개나 선풍기는 그냥 도시괴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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