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후반으로 넘어가는 백수개붕인데 상하차 한달에 26일씩 하다가 쓰러져서 심장재세동 받았다는 개붕이보고 느낀 거 써볼게
노잼일거 같긴 한데 처음 쓰는거니 이해 좀 해줘
내 인생 축약본이야. 나이먹고 일기한 번 써본적 없는데 오늘 이거 쓰고 바탕화면에 저장해둘란다.
내가 초2때쯤부터인가, 처음 기억은 그때인거 같아 아빠가 술을 마시고 밤 늦게 들어오고 시끄럽게 욕하고 가끔은 엄마를 때리는 것 같은 소리가 났어
나보다 3살 많은 누나랑 나는 그럴 때마다 같이 방에서 울고 있었고, 아빠가 주무시면 엄마가 와서 걱정말라고 말하며 재워주시곤 했어.
많을 땐 일주일에 2번이상 적을 땐 한달에 한번정도 그러셨지. 어떤 때는 밥그릇 같은 것이 날아갔고 또 다른 때는 저금통이 날아가고
밥하려고 씻어둔 쌀이 있던 그릇을 던지고 그러셨어 엄마는 항상 똑같이 아빠가 주무시면 우리를 추스르셨어.
근데 그때 엄마가 울면서 부엌 온통 뿌려진 쌀을 치우는 걸 봤어. 그때 나는 아빠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계속 그런 상태가 반복됐고 초4때부터 자살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고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서 있는 시간이 길어졌어. 다행히도 그땐 용기가 없어서
지금까지 살아있는데 그때쯤 학교에서 심리 검사같은 걸 했는데 선생님이 나만 부르시더라 갔더니 요즘 힘든 일 있냐고 물으시고 심리 검사 점수를
말해주셨어. 나는 듣고도 별 생각없었고 집안일을 말하기 창피해서 말도 못하고 그냥 괜찮다고만 했어.
또 시간이 흐르고 나도 중2병이 걸리는 시기가 찾아왔고 너네들도 중학교 다닐때 몇번 봤겠지만 화나서 벽 때리고 유리깨고 그런 애들 하나씩 있었자나
나도 그중에 하나였고 집에서 혼자 있을 때 화장실 유리를 치고 벽을 때리고 자주 그랬던거 같아 특히 아빠가 술 마시고 온 다음 날.
그러다 정신 차려보니까 손발에 흉터만 엄청 남아있더라 결국 내가 잘못한거고 스스로 만든 거니까 다른 사람 탓할 수는 없는데
너무 억울하더라 다른 애들은 웃으면서 학교 다니고 행복해보이는데 왜 나만, 나도 어린데 똑같은데 나 혼자만 힘든 생각하면서 살아야하나
나는 나중에 절대로 아빠처럼 안살아야지, 나는 진짜 가족한테 잘해줘야지, 나는 그러지 말자 엄청 다짐했어.
누나랑 3살 차이가 나면 동생 챙겨줄만 한데 누나는 여력이 없었는지 챙겨주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나를 정말 미치도록 때리고 괴롭혔어.
너무 억울하고 그랬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누나도 나랑 똑같이 힘들어하고 있었고 나보다 더 학교 생활을 못하고 있었더라고.
나는 운동하는 걸 좋아해서 친구랑 운동하면서 풀고 그랬는데 누나는 그러지도 못하고 제대로 친구 하나 없으니까. 나한테 풀었던거 같아.
뭐 아빠가 술마시고 행패부렸다는 얘기를 했으니 짐작했을지 모르지만 엄청 가부장적이었고 나도 누나도 참 많이 맞았어.
난 누나한테도 맞고 아빠한테도 맞고 공부 안하면 엄마한테도 맞고 가족들이 너무 싫고 그랬지. 그래도 하도 얻어터져서 그런가 눈치는 빨라지더라.
그래서 였던거 같은데 토요일 낮에 아직도 기억나는데 아빠가 뭔가 어색하게 행동하고 내 눈치를 보는 거 같더니 나갔다 온다그랬는데
나는 뭔 어떻게 생각했는지 뭔가 이상하다 뭔가 있다 싶어서 진짜 멀리서 아빠를 따라갔어. 그리고 무슨 빨간색 스포츠카 같은 걸 타고 가더라.
그때가 아빠가 바람피운다는 걸 처음 알았을때야.
계속 그런식으로 흘러 고1이 됐고 나이랑 키는 컷어도 아빠가 술마시고 들어오면 무섭고 엄마 걱정도 되서 방에 누워서 조용해 질때까지 기다렸다가
아무 소리 안나면 겨우 잠들고 그랬어. 비슷비슷한 상황을 자주 보고 무덤덤해질 법도 한데 항상 무섭고 불안하고 그러더라.
하루는 눈을 뜨고 조용해지길 기다리고 있는데 안방에서 쿵쿵 소리가 나고 엄마가 맞는거 같은 소리가 나는거야. 순간 이성을 완전히 놨고
닫혀 있는 방문을 발로 차고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빠를 던지고 "씨발 진짜 좆같아서 못 살겠네"라고 말하고 아빠를 때리려고 했어.
엄마가 그러지말라고 제발 부탁한다고 하면서 나를 안으시는데 너무 억울해서 내가 너무 불쌍한거 같아서 뿌리치고 밖에 나가서 계속 울었어.
몇 안되는 정말 친한 친구한테 전화해서 울면서 나와달라고 했어. 친구 만나서 울면서 좆같다고 계속 욕만 하고 있었는데 슬슬 정신 차리기 시작하니까
쪽팔린 것도 있는데 친구 표정이 나만큼이나 안좋더라. 그 때부터 '내가 힘든게 있어도 다른 사람한테 표현하지말자. 피해주지말자. 나 혼자만 힘들자'라고
생각했고 그때부터 감정을 누르고 학교가면 웃는 분위기에 더 크게 웃고 항상 괜찮은 척 했어. 어느 순간 되니까 내가 진짜 괜찮은거 같고 그러더라.
집안이 문제가 있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고2가 거의 다 끝나갈 때까지 하고 싶은 게 없었고 학교에서 장래희망 써와라 그러면 초딩때부터 계속
공무원이라고 써서 냈어. 근데 고2 끝날쯤에 체육선생님이 하는 일이 눈에 들어온 날이 있었는데, 날이 추웠는데 너네 알아서 나가 놀아라하고
자기는 들어가더라고. 그때 깨닳았지. 지금까지 봤던 모든 체육선생들이 다 그랬구나. 개꿀이구나. 저걸로 평생 꿀빨아야겠다.
근데 뭔 운동만 하면 될 거 같은 체육교육과가 예상보다 쌔대?? 언수외탐 5등급따리는 지방으로 가도 못가더라. 살면서 처음으로 뭔가 하고 싶은 일이
생기고 나도 꿈이라는 걸 가져보니까 속에서 뭉클하더라. 그래서 바로 다음 날 서점가서 언수외 기본서를 다 샀고 방학동안 정말 계속 쉬지 않고
하루에 12시간 이상 자습했고 고3 3월 모의때 점수가 말도 안되게 오른게 보이더라. 정말 살면서 처음으로 뿌듯하고 내가 뭔갈 할 수 있구나.
나도 뭔갈 해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 모의고사 성적표 받고 집에 가는데 계속 웃음이 나더라. 뭐 수능 전까지도 계속 미친듯이 공부했어.
결과부터 말하자면 다들 그렇겠지만 수능을 예상보다 못봤어. 다른 사람 3년 할걸 고작 1년 공부해놓고 서울에 있는 체육교육과를 가고 싶어했으니
양심이 없었던 거지 근데 다른 과는 가고 싶은데가 없으니까 경기권 체육교육과를 들어갔다가 그 집단이 너무 미개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1달만에 자퇴했다. 근데 자퇴하려면 부모님 도장이 필요하더라고 집가서 부모님한테 말씀드리니까 안된다고 엄청 반대하시길래.
지금까지 해준게 뭐냐고 내가 하고 싶다는데 이것도 못해주냐고 떼를 써서 강제로 승낙을 받고 재수를 시작했지.
근데 학교에서 공부하는 거랑 혼자 독서실 가서 공부하는거랑 너무 다르더라. 외롭고 나만 병신같고 안그래도 낮았던 자존감이 더 바닥으로 내려갔고
의지도 없어졌고 그냥 되는대로 집 가까운 데 가야겠다 생각하고 공부를 안했어. 당연히 고3때보다 못봤고 뭐 대충 점수만 맞춰서 집 근처 학교는
갈 수 있더라 다행히. 맘에도 없는 과 가고 보니까 너무 다니기 싫어서 뭐 군대갔지.
그리고 신세계를 봤다. 정말 내가 살아온 기간 중에 가장 행복했던 때가 군대에 있을 때였어. 다른 사람들은 전역일 새고 있을 때 나는 전문하사
지원하려고 했으니까 물론 부모님이 반대해서 실패. 그래도 군대에서 겉보기만이 아니라 정말로 밝아지고 자존감도 높아졌어. 지금도 친구가
군대얘기하면 나도 아 좆같았지 하면서 속으론 진짜 좋았다고 생각해. 그냥 시키는거 시키는 대로만 하고 내 일만 다하고 옆 사람일 좀만 도와주면
사람들이 다 나를 좋아해주고 챙겨주고 그러니까 정말 행복했어.
여튼 전역하고 바로 복학하고 나니까 사람이 확 다운되더라 학교 다니기도 싫고 공부하기도 싫고 또 자존감이 내려가려고 할때 다행히 여자친구가
생기고 거의 3학년 끝날 때까지 만났지. 내 잘못으로 헤어지게 됐고 헤어지는 과정에서도 때린건 아니더라도 이성을 잃고 물건을 집어던지고
소리치고 그랬어. 내가 무조건 잘못한거고 지금도 걔 생각하면 너무 미안해.
근데 내가 잘못했다고 깨닫는데 2주가 걸리더라. 내가 뭐 잘못한지도 모르고 잘됐다고 더 놀러다니고 그랬어.
그러다가 딱 깨닳았어. 내가 10년 넘게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라고 생던 아빠처럼은 살지 말아야지'라고 계속 생각했고 내 신념같은 거였는데
나는 절대로 술 마시고 실수를 하지 않겠다. 다른 사람 누구라도 내가 이성을 잃은 모습을 보여주지 말자. 이 생각만 하면서 살았는데
내가 아빠랑 똑같이 했더라고 뉴스 보면 부모가 그러면 자식이 그럴 확률 높다더라 나오는거 봐도 지랄하네 난 절대 안그래 그랬는데
나도 똑같은 새끼라는 걸 깨닫고 제정신을 못차리겠더라. 걔한테 미안하다는 죄책감이랑 나 스스로 자괴감이 너무 들더라.
깨달은 그 날 이후로 불면증때문에 하루에 3시간정도? 자고 한동안 괜찮던 우울증도 다시 도지더라. 불면증이랑 우울증이 같이 오니까 안그래도
잡생각 많이 하는데 이제 잡생각할 시간이 하루에 5시간이 넘게 더 생기더라. 진짜 미치겠더라. 그냥 병원가서 수면제 타먹으면 되는데 그러면
내가 너무 편해지니까 자책하면서 일부러 병원에 안갔다. 그리고 다시 어느정도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데 까지 걸린 시간이 1년이야.
그 1년동안 내가 왜 이렇게 됐을까 지금 내 감정 상태가 어떤가 생각했어.
결론은 그냥 '나도 보고 배운게 있어서 이렇게 됐구나 나는 누구 만나면 안되겠구나' 이거였어. 내가 더 못 버티겠으니까 내 잘못아니라고
아빠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됐어.
원래 마른 편인데 1년동안 6키로 빠지고 정말 더 이상 빠질 살이 없어지고 항상 쾡한 상태로 돌아다녔어.
그래도 나는 그때까지 다들 그래도 힘들겠지 나만 힘든 건 아니라고 다들 힘들 때는 나처럼 힘들어하고 우울할 때는 죽고 싶다는 생각 당연히 하는거겠지.
라고 생각했어. 죽지못해 산다라는 말처럼 다들 죽고 싶은데 못 죽어서 사는 거라고 생각했어.
또 정말 미친 놈마냥 고아가 부럽다는 생각도 했어. 가족이 있으니까 죽고 싶어서 못죽는게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앞에서 안 말했는데 중1때 제일 좋아했던 이쁘던 초임 담임 선생님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제정신을 차리는데 3개월이 걸렸고
또 20살 재수할 때 같이 당구를 같이 자주 치던 친구가 자살을 해서 힘들어 했어.
그걸 보니까 자살하는 사람이 얼마나 힘들던 자살하는 건 남은 사람한테 못할 짓이라는 생각을 했어. 그래서 정말 죽고 싶은데 못죽었어.
살거면 내 정신부터 어떻게 해결하자는 생각에 정신과를 가서 상담하고 문진표 작성하고 졸피뎀이랑 항우울증약 먹은지 6개월 넘었네.
의사는 전반적으로 내 호르몬 수치가 낮아진 상태로 너무 오래 있었고 상담해보니까 어릴때부터 그랬을 거 같다고 그러더라. 그때 딱 떠오른게
초딩때부터 군대에서까지 우울증 검사하면 항상 높게 나와서 두번씩 보고 그랬다는거야. 군대에서 그렇게 행복해했는데도 점수 높게 나와서
행정관이 니 맞선임이 니 괴롭히냐고 누가 힘들게 하냐고 물어보더라. 저 진짜 괜찮다고 어릴 때부터 괜찮다고 그러니까 그럼 알아서 잘 쓰라고 하고
검사지 다시 주고 나가더라. 여튼 나는 어릴 때부터 그래서 내가 감정이 다운되있고 내 스스로 안터트리려고 실수 안하려고 꾹 누르고 있었던 게
난 그래도 정상범주라고 생각했고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라고 생각한게 정상이 아니었다는 걸 처음 알았어.
지금까지 정상 생활 해왔고 괜찮은 척 하다보니까 뭐 다른 사람이랑 있을 때는 진짜 괜찮은거 같고 알바를 하던 군대에 있던 문제 일으킨 적 없었으니까
근데 정말 내가 정상이 아니었던게 맞더라. 수면제를 먹고 잠을 자고 싶을 때 자고 시간 맞춰서 항우울제 먹고 한달 정도 지나니까 정신이 맑아지더라.
머리도 좀 개운하고 내 생각도 정리되고 내가 지금 해야하는게 뭔지 생각도 하고 지금은 그때 보다도 훨씬 좋아졌고 밥도 잘 먹고 살고있어.
이제 내가 밥 벌어먹고 살아야하니까 마침 괜찮은 공무원 자리 있길래 약 꼬박꼬박 챙겨먹고 밥 다 챙기고 고3때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
2달 남았다.
지금 뭐 괜찮게 살고 있고 또 나보다 힘들게 살고 더 큰 고민 가지고 있을 사람이 많을거 알면서도
내 속으로는 나는 참 불행하게 살아왔고 항상 우울했고 참 좆같은 인생이라고 생각했거든.
아까 과로로 죽다 살아난 개붕이 글 보고 깨닫는게 정말 많았어. 진짜 고맙다.
그렇게 과로해서 쓰러질 정도로 열심히 살면서도 괜찮다고 나보다 힘든 사람 많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데.
사람이 아무리 자기가 힘든게 제일 힘든 일이라고 해도 글 읽으면서 많은 걸 느꼈어.
나는 그냥 정신력이 딸리는 병신이라는거 내가 안일하니까 우울해했던거 같아. 바쁘게 살고 해야 할 일이 많았다면 안그랬을텐데..
개붕이한테 미안하다는 생각 많이 들더라.
그리고 아까 안 말했는데 아빠가 술마시고 그랬던게 외삼촌이 보증 서달라고 하고 IMP터져서 사업 말아먹고 토꼈다더라. 평생 벌어놓은거 그 새끼 때문에다 날리고 우리 키워야 하는 집 경매 2차까지 넘어갔어다더라고 물론 잘못을 정당화는 못하더라도 나같아도 엄청 힘들었을거 같다.
나이 먹으니까 용서는 안되도 이해되는 일이 많더라. 시간 지나고 보니까 아빠가 진짜 돈벌어오는 기계였더라고 보증때문에 뜯길 때까지만 해도
엄마는 집안일만 하고 아빠 혼자 돈버셨는데 집 경매 넘어가니까 제정신 못차리셨겠지. 근데 집오면 술마시고 행패 부려서 나랑 누나는 못 본척하고
없는 사람 취급하고 나 군대 전역할 때까지는 계속 그런 관계였어.
누나도 나중에 나한테 말하더라고 그때 미안했다고 니한테 잘못한거 너무 많고 니한테 아빠 술마시면 꼬장 받는거 다 시켜서 미안하다고.
지금 나랑 엄마 아빠 누나 넷이서 살고 있고 나는 셤 공부하고 아빠 엄마는 일하고 누나는 어쩌다 경찰이네.
여튼 진짜 많이 느꼈고 덕분에 인생 한 번 더 돌아볼 수 있었어. 몸관리 잘하고 정말 진심으로 돈 필요하면 있는 만큼이라도 보내고 싶어.
개드립 써보는게 첨이라 모르겠는데 쪽지나 뭐 이메일 내꺼 나오나? 보내줬으면 좋겠다. 진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