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원혜 인턴기자 입력 2019.08.05. 13:47
청원인 "누나는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다가 다시 강제로 혼인신고했다"..경찰, 남편 A씨 살인 혐의로 조사 중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경상북도 포항에서 남편의 잦은 구타에 시달리던 누나가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다가 다시 강제로 재혼한 뒤 결국 살해당했다면서 "가해자를 강력하게 처벌해 달라"는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전 남편에게 살해당해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우리 누나를 도와주세요"라는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피해자의 남동생이라고 소개한 청원인은 "7월30일 사랑하는 누나가 전 남편에게 폭행당하고 칼에 13번 찔려 숨졌다"며 "평소 누나는 잦은 구타와 가혹행위로 정상적으로 살지 못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누나 남편은 누나가 공황장애로 먹는 약도 뺏어 숨기고 아이들 앞에서 폭행하고 감금했다"며 "친정 식구들을 해할 것이라고 위협하거나 누나가 도망도 못 가게 딸을 볼모로 잡아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청원인은 "누나가 메신저에 '살려달라'는 글을 올려 지난해 3월 찾아갔다가 누나가 폭행당한 사실과 칼로 위협당해 자살한다는 내용의 유서까지 강제로 작성한 것을 알았다"면서 "즉시 경찰에 살인미수, 폭행으로 고소했으나 그 사람(남편)은 내게 전화 걸어 협박했다"고 밝혔다.
청원에 따르면 남편은 다시 아내를 설득해 함께 살던 곳으로 돌아갔지만 폭언과 폭행은 나날이 심해졌다. 이에 아내는 지난 5월 집을 나와 남동생에게 "도망쳤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했다.
청원인은 "며칠 후 큰 누나가 (지금은 숨진) 누나와 통화를 했다"며 "누나는 즐거운 목소리로 '딸을 만났다. 남편이 앞으로 며칠에 한번 씩 딸을 보여준다고 했고 앞으로는 절대 폭력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했다'고 말해 가족들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여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통화를 마치고 몇 시간 뒤 청원인의 누나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청원인은 "몇 시간 뒤 경찰로부터 누나가 숨을 거뒀다는 비보를 들었다"면서 "사람을 그리 안정시키고서 어찌 그리도 처참하게 살해할 수 있느냐"고 분개했다.
이어 "(누나의 남편은) 반성은커녕 감형을 받으려고 계획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우리나라를 버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도록 가해자에 강력한 처벌을 내려 달라"고 호소했다.
또 청원인은 "누나는 몇 년 전 남편의 외도로 이혼했으나 남편이 상대 여자와 헤어지며 돌아왔다. 누나는 전남편이 싫었지만 두려워서 막을 수 없었다"면서 "남편은 누나에게 '혼인신고서에 사인하지 않으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했다. 강제로 이뤄진 혼인신고는 인정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경북 포항북부경찰서는 지난달 31일 말다툼을 하다 아내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로 남편 A씨(52)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8시쯤 포항시 북구 흥해읍 한 식당에서 흉기로 아내를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을 저지른 뒤 흥해읍의 한 다리 밑에서 제초제를 마셔 극단적 선택을 하려고 했지만 경찰이 체포해 병원으로 옮기면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