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12시 30분께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 앞은 시끌시끌했다. 10여명의 보수단체 회원들이 앰프와 마이크, 온라인 생중계용 장비 등을 챙겨서 삼삼오오 모였다. 대부분은 경북 구미에서 올라왔다고 했다. 이들은 ‘범죄자 이재명 선처해달라며 탄원서 제출한 이국종 교수를 규탄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한 참석자는 "자길 도와줬다고 그러는 건 아니지"라며 혼잣말을 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아주대병원 앞에 모인 이유는 플래카드 내용 그대로다.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위한 탄원서를 대법원에 보낸 사실이 지난주 언론에 공개됐다. 이 교수는 자필 탄원서를 통해 “중증외상환자를 위한 중단 없는 도정이 중요하다”면서 사법부의 선처를 요청했다. 그러자 보수단체 등을 중심으로 ‘정치 편향적’이라며 이 교수를 공격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집회도 그러한 움직임의 연장선에 있다. 먼저 마이크를 잡은 강민구 턴라이트 대표는 “그동안 이국종 교수를 존경했는데 존경하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 환자나 치료하고 연구나 계속하지 왜 도지사를 선처하자고 나섰나”라며 발언을 시작했다.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당 단장은 “아주대병원장에게 이국종 교수 징계를 요구한다. 이 교수도 탄원서를 스스로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단장이 발언을 이어가던 순간 외상센터에서 근무하던 이국종 교수가 하얀 가운을 입은 채 모습을 드러냈다. “이국종 교수는 오늘 못 봐서 운 좋은 줄 알라”던 집회 참석자들은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집회 장소 앞에 선 이 교수는 처음엔 고개를 숙이며 발언 요청을 거절하고 ‘집회 내용을 그냥 듣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러 차례 더 권유하자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동의하기 어려운 발언이 있다. 학자적 양심을 지키라고 말했지만 사실 나는 욕 먹으며 일하는 ‘노가다’ 의사에 불과하다”면서 “오해가 있는데 정치적 성향을 떠나서 평소 탄원서를 많이 쓴다. 가난한 환자가 병원비를 못 내면 보건복지부, 심사평가원에도 맨날 탄원서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국종을 규탄하는 건 괜찮은데 환자 외래 공간 앞에서 하는 건 아니다. 여러분이 잘못한 건 아니고 제게 그냥 바로 말하면 된다. 자괴감이 많이 든다”라고도 했다. 이 교수는 발언을 더 이어가려 했지만, 집회 주최 측이 다음 일정을 이유로 그만하자고 했다. 마이크도 서둘러 가져갔다. 이 교수는 강 대표, 오 단장 등 참석자들과 악수를 했다. 그는 “다들 바쁘실 텐데 고생 많다”며 말했다. 집회를 지켜보던 한 여성은 이 교수에게 “응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