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3개국에서 한국을 찾는 단체관광객들은 무(無)비자로 국내 내륙 관광이 가능해진다. 제주도를 종착지로 하고 환승하는 과정에서 최대 5일간 서울과 인천, 부산 등 공항이 인접한 곳에 머물 수 있게 되면서다.
12일 기획재정부와 법무부 등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외래 관광객 유치 활성화 계획'을 마련해 이달 중 발표하는 '경제정책방향'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국내 관광객 유치를 다변화하기 위해 동남아시아에서 오는 관광객들에게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고 출입국심사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논의한 결과, 지금까지는 제주도에 가려는 중국 관광객에 대해서만 5일간 내륙 무비자 입국을 허용해왔던 것을 동남아시아 3개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단체관광객 환승제도는 제주를 최종 목적지로 할 경우 비자를 발급받지 않고도 서울이나 인천, 부산 등 내륙 지역 공항으로 입국해 최대 5일간 머물 수 있는 제도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은 외국인들이 비자를 발급받지 않아도 관광할 수 있는 제주 지역에만 허용돼 왔다. 내륙 지역 공항으로 입국해 제주로 향하는 동남아 관광객은 불법 체류 가능성 때문에 비자를 발급받아야 했다. 하지만 내년부터 제주 외 내륙지역에도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면서 동남아 단체관광객이 비자 없이도 서울이나 부산 등 내륙지역 여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는 문재인 정부의 관광시장 다변화 정책의 핵심으로 꼽히는 신남방지역의 핵심 국가들이다. 최근 이들 국가에서 한국을 찾는 여행객이 늘고 있지만 대사관 인력 부족으로 비자발급이 지연되면서 막판에 여행을 취소하는 사례가 늘자 무비자 입국을 허용키로 한 것이다.
하지만 불법체류를 목적으로 입국하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법무부의 국적별 불법체류자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국적의 불법체류자는 4만2056명으로 태국과 중국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도 각각 1만3020명과 8110명으로 국내에 불법체류자가 많은 국가 중 10위 안에 들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그동안 무비자 입국이 허용됐던 중국인 단체관광객 중 불법체류로 이어진 사례는 많지 않다"며 "전담 여행사를 지정하고 단체관광객 중 무단 이탈률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즉시 여행사에 대해 여행객 초청을 제한하거나 여행객 입국을 금지하는 등 제재 조치를 마련해 안전장치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