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자가격리가 드디어 끝났습니다. 대만 가족여행 때 마카오를 경유했는데 같이 탄 승객이 확진을 받았거든요.
네 식구가 꼼짝없이 집 안에만 있자니 답답하더군요. 해제 통보를 받자마자 눈 내리는 바깥공기를 쐬고 왔습니다.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할까 싶어, 생각나는 걸 몇 자 적어봅니다.
1. 우리나라 공적 체계가 훌륭히 잘 작동한다는 걸 느꼈습니다.
같이 탑승했던 분이 확진 판정을 받자마자 얼마 안돼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었다는 전화 연락이 왔습니다. 곧이어 보건소에서 방문해서, 생활 수칙을 담은 인쇄물과 함께 체온계, 소독제 등을 주고 갔습니다. 매일 두 번씩 전화 통화로 체온과 이상 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도움이 필요한지 항상 물어봤습니다. 하루는 햇반, 김, 참치캔, 홍삼이 들어있는 상자를 주고 가시기도 했습니다. 참, 쓰레기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따로 준 폐기물 봉투에 넣어두면 수거해 간다고 하더군요.
공적 체계로 안전히 관리되고 보호받는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2. 집은 일하는 곳이 아니라 쉬는 곳이라는 걸 느꼈습니다.
잠깐, 급한 일은 할 수 있어도 계속 집중해서 일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에게 핸드폰만 보지 말고 공부도 하고 책도 보라 했는데 집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되었습니다.
집은 편히 쉬고 즐겁게 노는 곳이라는 걸 잊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합니다.
3. 좋은 이웃은 큰 힘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격리 기간이 길어지자 답답함이 넘쳐 조급함과 짜증이 났습니다. 갑자기 먹고 싶은 것들이 늘어났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시원한 맥주를 꿀꺽꿀꺽 마시면 답답함이 뻥 뚫릴 것 같더군요.
답답함을 채팅방에 토로했더니 마음씨 좋은 이웃 부부가 맥주에 치킨까지, 콜라와 과자, 젤리를 사서 집앞에 놓고 갔습니다. 가족 모두 환호성을 질렀죠.
따님의 친구는 어찌 소식을 듣고는 붕어빵과 계란빵을 종류별로 사서는 현관 문고리에 걸어놓고 벨튀를 하더군요. 영화 찍는 줄 알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