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하기를 포기한)북유럽 국가의 허와 실-3(아이슬란드)

갑과을 작성일 20.04.19 02: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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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예고해 드린대로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를 다루고자 합니다.
스웨덴은 왜 안 다루냐고 하시는 댓글이 있었는데요. 스웨덴은 워낙 이야기 거리가 많다보니 차후에 따로 다루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작전에 말씀드리자면, 이 글은 “삼프로 tv”의 코너 “투자는 책과 함께”의 내용을 토대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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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북유럽의 사고뭉치 - 아이슬란드

이 나라는 앞서 언급해 드린 대로 2008년 금융위기 시즌에 이 나라가 배째라 등따라 하며 거하게 사고를 친 적이 있습니다.



1-1) 자연

이 나라는 그린란드 옆에 있는 조그만 섬나라인데요. 인구도 사이즈에 맞게, 아담합니다 32만정도 이에요. 서울의 구 하나가 50만 정도니까 구하나의 인구도 안되는 올망졸망한 친구입니다.

하지만 풍경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자..... 땅이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땅이 넓어진다? 간척이라도 하는건가? 하실텐데요. 아이슬란드가 위치하고 있는 곳이 “대서양 열곡대” 라고 땅이 점점 벌어지고 있거든요. 바다 밑에서 땅이 갈라지면서 마그마(용암)이 분출하고, 그것들이 화산이 되고, 점점 높아지면서 땅이 넓어지는 것인데, 그 소스를 “열점”이라고 해요.

아이슬란드는 섬에 열점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땅이 점점 커지는 것이죠. 물론 바다의 섬이기 때문에 바다에 의해 깎여나가는 것도 있지만.. 플러스 마이너스를 하면, 결과적으로 국토는 매년 1cm정도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게 100년이면 1m, 1,000년이면 10m, 10,000이면 100m, 100,000년이면 1km가 늘어나는 것이죠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우리 인류가 10억년 뒤에도 지구에서 살 수 있다면. 아이슬란드가 있었던 곳에는 “아이슬란드 대륙”이라는 것이 위치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쨋건 화산 지형이다보니, 간헐천, 온천 등 이국적인 풍경이 특징이라고 하죠.



1-2) 역사

이곳에 사람들이 살게 된 계기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으나, 바이킹과 관련되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바이킹들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거주하고 있던 종족들인데, 아무래도 추운 곳이다보니 농경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그러다보니 여기 친구들이 먹잘게 부족하니 온 유럽을 돌며 약탈을 해왔습니다.

바이킹들이 스칸디나비아 반도를 떠나 스코틀랜드, 아일랜드 등을 신나게 털고 돌아오겠죠. 그 루트에 아이슬란드가 있는 겁니다. 중간 기착지, 베이스 캠프로서 활용이 되었을 겁니다.

다만 여기에 사람이 살게 된 것은 (작가가 추측하기로는) (1) 항해중에 사고를 친 놈이 “아 씨 이대로 본토로 돌아가면 ㅈ될거 같은데? 나 그냥 집에 안 가고 여기 남을게.”라는 경우 (2) 항해중에 사고를 친 놈을 “야 그냥 살려는 줄테니까 여기서 내려.”라는 경우로 나눠지지 않을까 싶다고 합니다.
어째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와 비슷한 기원같네요.

어쨋건 바이킹의 주요 활동 구역이라, 그외의 민족이 유입될 가능성이 적고 (어떤 간 큰 놈들이 해적 소굴로 함부로 가겠습니까) 적은 인구들이 함께 오랫동안 생활했던 터라, 이곳의 주민들은 유전적으로 균질한 특성을 보인다고 해요. 그래서 유전학을 연구하는 학자분들이 상당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지역이라고 해요.

지역 주민이 죄다 친척이고, 언어도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고어들이 잘 보존되어있으니, 언어 학자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1-3) 사고뭉치의 면모 -1 [호가호위]

여긴 어쨋건 독립국가고 주권이 있습니다. 섬나라이보니, 영토보단 영해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겠지요. 그러다보니, 이 친구들은 물고기 “대구”를 두고, 영국과 한판 붙어 이긴 전력도 있습니다.

전쟁으로 이긴건 아니고요, 어업권 분쟁 시절 영국 어선들을 “어? 너네 우리 EEZ에서 뭐함?” 하며 보이는 대로 족족 나포를 시켰다고 합니다.

대구는 사실 영국에서도 중요한 생선이에요. 영국의 (요리라고 하기도 뭐한) 대표적인 요리는 “피쉬 앤 칩스”라고 하죠. 여기에서의 피쉬가 바로 “대구”를 가리킨다고 합니다.

어쨋건 영국도 아이슬란드도 대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경쟁적으로 나포를 했다고 해요.

처음에야 그러려니 했겠지만 쪼꼬미 아이슬란드가 영국 어선들을 보이는 대로 족족 나포해 가니 영국으로선 슬슬 짜증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영국이 아이슬란드에게 “야 우리배 그만 잡아가. 한번만 더 나포해 가면 가만히 안둔다?”라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이때 아이슬란드의 반응은

“가만이 안두면 어쩌게?”

그리고 더욱 더 잡아가버렸대요.

나름 영국이란 강대국이 군대도 없는 (아이슬란드엔 군대가 없습니다.) 쪼꼬미들 상대로 생선 하나 가지고 전쟁을 벌이자니 자존심이 상하기도 하고.... 결정적인건 아이슬란드도 믿는 구석이 있었거든요.

아이슬란드에는 미군 10만명이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아이슬란드에 인구가 약 32만명인데 미군이 10만....ㄷㄷ하죠?)

“This is 호가호위”라는 걸 아이슬란드가 보여준 사례입니다.

그럼 여기에 왜 미군이 자리잡게 되었냐
그건 아이슬란드의 기가막힌 위치 선정때문에 가능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시절, 독일은 U보트로 미국과 영국을 오가는 상선들을 공격했죠. 이때 상선을 호위하고자 배를 띄웠지만 배로는 사실 잠수함을 잡는게 어렵습니다. 배보다는 비행기로 잡는게 더 편했대요. 하지만 당시 비행기의 항속거리란게 워낙 허접하다보니 커버칠 공간이 한없이 애매했습니다. 영국에서 띄워도 빈공간이 생기고, 미국에서 띄워도 빈공간이 생기니 제3의 기지가 필요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슬란드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지요. 여기서 비행기를 띄우면 영국과 미국에서 커버치지 못하는 공간을 메울 수 있었거든요.

아이슬란드의 독립은 그렇게 찾아왔습니다. 당시 아이슬란드는 덴마크 땅이었는데. (덴마크의 축소 지향적 역사는 저번 게시글에서 다룬 바가 있습니다.) 히틀러가 덴마크를 점령해버렸어요. 하지만 히틀러는 아이슬란드까지 점령할 여력은 없었고 아이슬란드는 무주공산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히틀러가 먹기 전에 우리가 SSG” 하며, 아이슬란드를 점령해 버리고 덴마크로 부터 독립을 시켜버렸습니다.

아이슬란드는 독립운동을 할 새도 없이 어? 어? 어어?! 하는 사이에 독립국가가 되어버린 셈이지요.

어쨋든 아이슬란드는 독립국가가 되자마자 미군 기지가 되어버렸습니다.



1-4) 아이슬란드의 진기록들

아이슬란드는 유럽 최고의 출산률을 가지고 있고 (그래봐야 32만명 중에서긴 하지만)

여성을 기준으론 평균 수명이 83세로 장수 국가에 속하며

1인당 세계 책 구매수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합니다.

원체 많이 읽고 많이 낳고 오래 살기도 하겠지만 인구가 32만이라는게 (분모가 적으니) 큰 영향을 주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1-5) 언어

수도는 레이캬비크 (REYKJAVIK)라는데요 이건 그나마 읽기 쉬운 편이고, 아이슬란드의 지도를 보면 “이걸 어떻게 읽지?”싶은 문자들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무위키에서 아이슬란드를 쳐보시고, 지도를 보시면 확 와닿으실 겁니다.)

예를 들어본다면
아이슬란드 서남쪽의 지명
Vestmannaeyjar
Akureyri

아이슬란드의 언어는 아이슬란드 어입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모두 자기네 나라 말이 있는데, 아무래도 바이킹 한 식구들이었다 보니, 서로의 말을 대충은 알아 듣는다고 합니다.

서로의 말을 심한 사투리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지요. 다만 예외는 핀란드입니다. 얘들은 어족 자체가 다르대요.

이를테면 북유럽 5개국 사람들이 모이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사람들은 지들끼리 어떻게 잘 떠드는데
아이슬란드 사람은 저만치 떨어져서 핀란드 사람과 영어로 대화를 한다고 합니다.

핀란드는 그렇다 치고 아이슬란드는 왜....? 하실텐데요. 앞서 말씀드렸다 시피, 아이슬란드 어는 스칸디나비아어의 고어를 간직하다 보니.....

21세기에 셰익스피어 시절 언어를 쓰면 어벤져스 1에서 토르가 아이언맨에게 비웃음 사던 꼴 나는 거죠. 그러니 그냥 영어 쓰는게 편할지도.....



1-6) 음식, 자원, 경제

여긴 수도말곤 뭐 별거 없습니다. 섬을 전체 한 바퀴 도는 도로 말곤 도로랄게 없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게, 국토에 바다가 갈라지는 열점이 있으니 화산, 간헐천 온천이 즐비합니다. 그런 곳에 농사를 짓는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죠.

그러다보니 여긴 대부분의 음식을 수입에 의존합니다. 아니면 대구를 잡아 먹든지 해야죠.

대구 외에 아이슬란드 사람들이 먹는 고기로는 상어가 있는데요.

상어 가오리 홍어 이 셋은 놀랍게도 친척관계입니다.(연골어류)
굳이 “홍어”를 언급한데는 이유가 있지요. 느낌이 오실까 싶은데요. 상어는 홍어와 마찬가지로 몸에 암모니아를 품고 있대요.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와 비슷한 식문화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홍어회, 홍탁 등의 요리가 있다면 아이슬란드에는 하우카르들이란 요리가 있는데요

상어를 1~5년간 발효시킨 요리래요. 5년이나 홍어를 삭힌다면..... 그 요리는 거의 생화학무기 수준이 될텐데요. 그게 아이슬란드의 국민요리라고 합니다.

물론 아이슬란드 사람도 사람인지라 이걸 왕창 먹기 보단, 손톱만큼씩 떼어 먹는다고 하지만, 그 악취는...... 나중에 코로나 끝나면 한번 도전해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아이슬란드로 놀러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이 나라의 주요 산업은 앞에서 서술한 것에서 유추하시겠지만 어업이고요. 의외로 알루미늄이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알루미늄은 그 자체론 별 쓸모가 없고, 쓸모를 창출하려면 재련을 해야 합니다.

관련 계통에 종사하시는 분이 있다면 알겠지만, 알루미늄의 재료인 보크사이트에서 알루미늄을 제련하려면 엄청난 양의 전기가 필요합니다.

그럼 그 전기를 어디에서 얻느냐....
아이슬란드의 화산 지형을 이용한 지열발전을 활용한다고 합니다. 여긴 땅속에 파이프만 꽂으면 최소한 춥지는 않게 지낸다고 합니다.

전 세계에 석유가 다 떨어져도 여기만큼은 상관없이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셈이죠.

이 나라의 산업은 이전에는 대구잡이, 알루미늄 생산정도였다면 요즘은 관광업이 올라가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은 문제가 생겼다고 해요.

관광하면 숙박인데, 에어비앤비가 여기에 많이 진출을 했다고 합니다. 집을 가진 사람들로선, “월세 주는거 보다, 에어비앤비 돌리는게 더 낫겠는데?”싶은 거죠.

젠트리피케이션이 아니라, 에어비엔비피케이션이 발생하는 거지요. 그래서 도시 빈민층이 시위도 하고 정부에서 에어비앤비를 단속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저번 게시글에도 언급했던 북유럽 부동산 버블이 여기라고 피해갈 수가 없어서..... 삐까 번쩍한데 건물은 텅텅빈 건물이 많다고 합니다.



1-7) 사고뭉치의 면모 -2 [내일은 없는 것 처럼]

이제 본격적으로 왜 아이슬란드가 사고뭉치인지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얘들이 전 세계적으로 큰 대형사고를 쳐버리죠.

2008년 금융위기를 더욱 더 난장판을 만들어 버리는데 일조를 해버렸거든요.

이야기의 시작은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대구로 먹고 살다보니 대구를 무조건 많이 잡으려 노력하다보니 한정된 어족자원이 더욱 더 부족하게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다보니 경쟁이 심해져..... 태풍이 부는 때에도 “내가 지금 나가면 옆집 똘이보다 더 잡겠지.” 하며 배를 끌고나가서 좌초되고 죽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상황이 생겨버렸습니다.

안그래도 사람 적은 나라에, 대구잡겠다고 사람이 죽어나가니..... 나라에서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어획 할당제인데요. 간단하게 설명드리자면
나라가 대구잡는 사람들에게 “너는 얼마까지 잡아.” 하고 쿼터를 부여하게 된 것입니다.

처음에는 “뭐래? 개소리 ㄴㄴ”하다가 그래도 점점 정착이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재미있는 현상이 생기게 되었대요.

김어부와 최어부는 나라에서 주는 쿼터에 맞춰 대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김어부의 아들이 결혼을 하게 되었지요. 결혼식이라는 대소사가 있는데 김어부는 결혼식에 쓸 돈이 모자란 겁니다.
그래서 김어부는 최어부에게 돈을 빌리러 찾아갔습니다.
최어부가 돈을 빌려주려면 아무래도 담보가 필요하겠죠. 그때 김어부는 최어부에게 자신의 “쿼터”를 담보로 잡는 것입니다.

쿼터를 고액권 화폐처럼 사용하게 된 것이죠.
처음에는 이런 거래가 암묵적으로, 선물처럼 (10년치 쿼터를 담보로) 사용되다가, 아이슬란드 정부에서 쿼터 거래를 양성화 하도록 허용해 줬대요.

이 쿼터가 선물거래, 옵션거래를 이리저리 하다보니, 결국은 15개의 민간 업체들이 대구 어업을 독점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이 업체들이 이걸로 물고기만 잘 잡으면 되겠지만...... 이분들은 어업과 금융업을 짬뽕한 경험이 있어버린 겁니다. 그걸 토대로 그들은 엉뚱한 생각을 하게 되었죠.

야 이걸로 돈좀 벌었는데 은행 한 번 차려볼까?

그래서 수산업을 하던 분들이 난데없이 은행업을 하게 된 겁니다.

우리나라로선 이해가 안될텐데요. 이건 인구 수가 적은 나라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구가 서울시의 구 하나보다 적은 나라가, 나라 살림을 해 나가려면...... 한 사람이 여러 직업을 가지는 이른바,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하겠지요.

한 사람이 군인이면서 은행원이면서 언론인을 하는..... 우리나라로선 이해가 안되는 일을 해야하는거지요.

그래서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쓰리잡을 한다고 합니다. ㄷㄷ.... 시인이 중앙은행장을 하다가 대구잡이를 하러 나가는 일이 일상 다반사인 거지요.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긴 하네요. 도서지역의 6학급짜리 학교에선, 교사 한명이 교무부장겸 연구부장 겸 정보부장 겸 안전부장을 맡는 일이 비일비재 하거든요.

거기에 나라 사람들이 먼 거리 친척이다보니 개똥이가 와서 “나 은행 할게요.”라고 하면
우리나라에선 “니가 뭔데?”라고 할 일이 아이슬란드에선 “그려 혀봐.” 하는 일이 벌어지는 겁니다.

그래도 미국 영향 받은 자유 시장경제 체제다보니, 우후죽순처럼 생긴 은행들도 경쟁을 거쳐 2000년대에 3대 은행으로 정리가 됩니다. 그런데 은행이 커가는 과정도..... 자전거래, 즉 은행끼리 돈 빌려주고 돈 갚는 식으로 커갔지요.

인구 30만의 작은 나라에 나름 거대 은행이 3개가 있습니다. 이제 나라 내부적으로 돈 빌려주는 걸로는 한계가 생긴거지요. 그래서 이젠 해외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아이슬란드계 은행의 해외 공습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들 딴에는 제일 만만한 영국에 먼저 진출했어요.

영국에 진출한 그들은
“정기예금 이자 12프로!”를 외쳤습니다.
“12프로? 적어!”
“그래? 그럼 15프로!”
“콜!”

지금 정기예금을 생각하면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2004년 당시 예금 이자가 높은 편이었습니다. 아이슬란드는 그 중에서도 탑이었죠. 그리고 그들은 신용도 탄탄했습니다. 30만 인구였지만, 그들끼리의 자전거래로 거래 실적도 있잖아요.

최준영 박사의 경험담에 따르면, 2004년 당시 돈을 좀 안정적으로 굴려보려고 해외 정기예금을 알아보는데, 지인으로 부터 “터키가 이자를 많이 준대.” 라는 말을 듣고 터키 이자를 알아봤는데 높긴 높았다고 합니다. 세계 2위 였대요. 그래서 “세계 1위는 어디지?” 하는 마음에 알아보니 아이슬란드 은행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연 15프로란 숫자를 기억하고 있었다고 해요.

어쨋거나 이자가 파격적이다보니, 영국엔 아이슬란드 앓이가 시작됐습니다. 개인 뿐 만 아니라, 영국 지자체들도 돈을 맡겨댔지요. 지역주민들 연금기금도 안정적이면서 고 수익을 내는 아이슬란드 은행에 “누나 나 주겅 ㅠㅠ”하며 돈을 맡긴 겁니다.

아이슬란드 은행들은 이 쌓인 돈들을 담보로 레버리지를 일으켜서 돈을 빌려주는 순환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는 자국의 전체 GDP대비 10배의 돈을 금융 시장에 대출해주게 되었습니다.

액수로 말씀드리자면 1400억 불 (한화로 150조)을 전 세계로 대출해 줬는데, 정작 아이슬란드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는 25억 불 (한화로 2조 5천억 정도)에 불과했다고 합니다.

그럼 이제 은행하는 사람들은 이 밀려드는 이자수익을 어떻게 했을까요?

착실하게 저금?
그러면 사고뭉치가 아니겠죠.

요즘말로 SWAG있게
씐나게 펑펑 써댔다고 합니다.

예를 들자면,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웨스트햄을 잉수했다고 해요. 해축덕이라면 아실지도.

또 이들 은행은 이자가 비싸니 자국 국민들에게 이자놀이를 하긴 그렇고 (다 친척이니) 자국민들에게 해외에 이자가 싼 곳의 대출을 알선해 줬다고 합니다. 당시 정신없이 잃어버린 20년을 보내고 있던 일본이라던지, 중립국이라 금리가 안정적이던 스위스라던지.....

해외에 대출 이자는 밀려오고 자국민은 싸게 돈을 빌리니 국가에 돈이 넘쳐나죠? 그래서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해외에 집 쇼핑을 해댔습니다. 그러고도 돈이 많이 풀려서.....

생일파티를 하는데, 영국의 유명가수를 자가용 비행기로 대리고 온다던지...... 노래 한곡 부르게 시키고 “잘가~” 하며 보내고

수도 레이캬비크에선 위스키 한병이 8,000불이었다고 합니다. (한화 약 900만원)

인플레이션으로 물가가 뛰었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 900만원의 사치품을 아무렇지도 않게 살 정도로 전국민이 스웩 넘쳤다는 걸 말하는 겁니다. 일본의 버블 경제는 애기 수준일 정도로요.

이쯤되면 어떤 결말이 나올지 어렵지 않게 짐작하실 것 같습니다.

신나게 돈을 끌어다 쓰고 파티를 벌이다 보니, 국가부채가 정신없이 쌓였지요.

지금은 일본이 국가부채 1위라 GDP대비 부채가 230%라면.... 당시 아이슬란드는 850%였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40~50%)

이 모든게 유지가 될 수 있었던 건
세계에서 가장 파격적인 이자를 주니 전 세계에서 돈이 밀려들어오고, 그걸로 자기들이 빌리거나, 만기 되는 정기예금을 갚는 식으로.....

이른바 리볼빙? 돌려막기? 식으로 대처를 해온 겁니다.

김어부 최어부의 대구 쿼터 거래로 시작된 은행업이 이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일을 키워버린 것이죠.

어쨋건 온 국민이 다 즐겁게 광란의 파티를 누렸습니다.

그럼 이게 어떻게 가능했느냐..... 인구가 32만명 뿐이니 덴마크를 찜쪄먹는 친밀한 사회인 것에서 시작됩니다.

다만 덴마크는 이게 높은 사회적 신뢰와 정직으로 이어졌다면

아이슬란드는 너무 친해서 “너 임마 그건 안돼.”라고 말을 못하게 되는 식으로 이어져버린 겁니다. 너무 친밀해서 “우리가 남이가?” 가 되버린거죠.

그래서일까요? 아이슬란드는 객관성이 낮고 (정으로 돌아가니까) 북유럽국가 답지 않게, 부패가 횡행한 편이며, 자유로운 언론이 없습니다. 소수의 대기업이 소유한 언론말고는 없다시피 한거죠.

물론 거기의 언론인들도, 밤에는 보초서고 새벽에는 대구잡이 다녀온 다음엔 아침에는 언론사에 출근 하겠지만......

어쨋건 때는 2008년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이 터지면서 이 섬에도 심판의 시간이 찾아왔습니다.

글로벌 유동성 위기가 찾아오니 지금과 마찬가지로 자금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이미 아이슬란드는 파티로 그 돈들을 신나게 써버렸지요. 그래서 아이슬란드는

배째
등따
하며 드러누워버렸습니다.

그 결과..... 아이슬란드 은행에 연기금을 맡겼던 영국 지자체들은 주민들에게 줄 연금을.....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한여름밤의 꿈, 또는 폭죽, 혹은 아이스크림처럼
영국 주민들의 연금은 문자 그대로 “살살 녹아버렸”습니다.

영국 입장에선 열 받겠죠.

마음 같아선 배타고 쳐들어가서 작살내고 싶어도. 막상 가봐야.

“가진건 대구랑 하우카르들(아까 언급한 상어 삭힌 요리) 밖에 없는디, 그거라도 가져 갈라우?” 할 텐데요 뭘.

당연히 60년간 유지되던 우파의 정권은 무너지고 좌파가 집권했으며 (최초의 여성 동성애자 총리) 중앙은행을 개혁하고자 노르웨이의 경제학자를 초청해서 중앙은행장에 임명해서 빚잔치를 벌였습니다.
그 다음에 “국제 사회에 뭐라도 목소리를 내려면 빚은 갚아야지” 하며 부채 상환계획을 냈는데요.

이게 의회에선 통과 했는데
대통령이 거부해버립니다.

쉽게 말하면 대통령이 “그 빚 뭐하러 갚어? 배도 쨌는데, 그냥 계속 드러누워서 존버 타.”라고 한 셈입니다.

우리나라도 IMF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해 금모으기 운동을 했는데, 여긴...... IMF에도 “돈 빌려준건 고마운데, 니들이 빌려준 돈 못갚아.” 해버린거죠.

그리고..... 한때 전 세계에 돈을 빌려주고 받으며 세계적으로 스웩넘치게 노시던 은행업계 종사자글은

“잘 놀았고, 은행업 그거 참 어렵네. 그냥 잡던 대구나 마저 잡지 뭐.”하며

다시 대구를 잡기 위해 바다로 나섰다는 헬피 앤딩이 되었다고 합니다. 뭐.....파티의 끝에 최대 피해자는 영국 국민들이 된 셈이겠네요.

그러고 보면 영국은 참 뜯어보면 호구인거 같기도 하고.....

그럼 대체 아이슬란드 애들이 뭘 믿고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수 있는가? 왜 정의의 천벌을 받지 않는가? 냐면

얘들 논리는 그겁니다.

“야 니들 우리한테 돈 맡길 때 이자 몇 프로였냐? 15프로지? 니들이 우리한테 한 7년 맡겼던데, 그럼 뭐 원금 회수는 됐겠네.”

듣고보면 아예 틀린 소린 아니죠.

어쨋거나 우리나라는 이러면 큰일 날거 같은데
아이슬란드는 “뭐 그런거 가지고 거품을 물어? 니들도 다 알고 그런거 아냐? 투자는 개인의 선택이고 책임도 그 몫 아냐?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는거지.” 하며 지들끼린 “말 시원하게 잘 했어.” 하면서 가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북유럽의 사고뭉치..... 이정도면 확신범이겠죠?



1-8) 뭘 믿고 이렇게 까부냐?

아무리 그럴듯 해도, 군대도 없는 나라가 뭘 믿고 저렇게 나대냐 싶을텐데요. 거기엔 앞서 언급했던 기가막힌 지정학적인 위치가 한몫했습니다.

지금은 냉전이 옛말이라 그 위상이 크게 꺾였지만 당시에는 미국이 얘를 둥개둥개 했던 것이

미국이 제일 두려워 하는게 소련의 핵잠수함이었거든요. 핵잠수함이 미사일을 쏘면 요격하기도 어려우니.... 그래서 미국은 “나오기 전에 틀어막은게 제일이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반면 러시아의 약점은 “남쪽에 항구가 없다.”에요.러시아에서 잠수함 띄워도 미국으로 가는 출발지와 그 루트는 빤 한 겁니다.

그래서 미국은 북쪽 항구 앞에 “소나”라는 음향 탐지 시스템을 깔아버립니다.

노르웨이에는 간이로 깔고

GIUK라고
Green land
Ice land
United Kingdom에 이르는

거대한 구역에 걸쳐서 소나를 빡빡하게 깔아놨다고 해요. 그러면 수백킬로 밖에 러시아 잠수함이 출항을 하면 금방 탐지할 수 있겠지요.

요즘은 신냉전이란 소리가 나오는 판이니, 아이슬란드는 미국의 귀동이 자릴 굳건히 수비할 수 있을 겁니다.

최근들어, 중국이 여기에 손을 흔들었다고 해요.
어떻게 나섰냐? 난데없이 아이슬란드에 15억불을 들여 테마파크를 지어주겠다고 ㅋㅋㅋㅋㅋ

그러다보니 몇년 전에 아이슬란드에 철수했던 미군이 “야 이거 다시 주둔해야 하는거 아니냐?”라고
주시하고 있다고 합니다.



1-9)그럼 세계는?

아무리 미국 귀동이라도, 세계 금융위기를 더욱더 키워버린 놈들이니 좋게 볼 리가 없겠죠?

영국이야 말 할 것도 없이 “아오 저거 내가 언젠가 기회만 되면....”이라고 이를 갈겠지만

나머지 유럽국가들은 아이슬란드를 어떻게 보느냐.....
물론 쟤들 때문에 피해를 보긴 했지만, 주로 털린건 영국이니 별로 신경 안쓴다고 합니다.

“영국 저 꼴보기 싫은 놈들 잘 당했다 깔깔.”하고 넘어가는 정도죠.



1-10) 마치며

덴마크를 “북유럽같지 않은 북유럽 국가”라고 했는데 어째 아이슬란드를 다뤄보니 이건 뭐 “북유럽 국가다운 북유럽 국가가 있기나 할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어쨋거나 호기심이 들어 “코로나 가라앉으면 한번 가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우리나라엔 직항이 없고

미우나 고우나 이웃인 영국과
한때 한식구였던 덴마크를 경유해서 가는 방법이 있다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어쩌다보니 글이 길어져, 나머지 나라들은 손도 못 대고 끝이 났네요.

조만간 다음 나라를 다루어야 할텐데.....제가 작가 게시판에 올리는 글도 못 올리는 판에 이렇게 외도를 해버리니 제가 쓰는 글에게 미안할 따름입니다.

어쨋건, 아이슬란드는 여기서 마치고요.
늘 언급하지만, 이 게시글은 유튜브 “삼프로 티비”의 코너 “투자는 책과 함께”의 내용을 옮겼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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