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가 징그러웠던 장군님, 장병 시켜 닭장을 지었어요
육군 장성 관사 낡아 지네 출몰하자
주임원사 "지네 퇴치엔 닭이 특효"
병사들 시켜 볏짚 나르고 닭장 지어
조사 나선 육군 감찰팀, 징계 검토
수해 복구 작업 중인 육군 병사들
육군은 관사에 닭장과 텃밭을 만들겠다며 장병을 동원한 현역 장성을 징계 검토 중이라고 19일 밝혔다.
육군에 따르면, 해당 장성은 닭장·텃밭 조성에 부사관과 병사를 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간부를 대상으로 폭언을 하거나 휘하 장병들의 휴식 여건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제보가 지난 13일 접수됐다. 이에 따라 육군 감찰조사팀이 14일 현장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해당 장성은 개를 키우던 관사 내 공간을 닭장으로 개조하겠다며 부사관과 병사들에게 작업을 지시했다. 부사관들은 닭장을 만들었고, 병사들은 닭장에 넣을 볏짚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장성은 낡은 관사에 지네 등 벌레가 자주 나타나는데, 이를 퇴치하려면 닭을 키우는 것이 유익하다는 주임원사 등 부사관의 조언에 따라 닭장을 만들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부사관은 관사 텃밭 밭고랑을 가는 데도 동원됐다.
해당 장성은 닭을 키우는 과정에서는 장병을 동원하지 않았고 텃밭도 직접 관리했다고 해명했지만, 감찰조사팀은 이를 규정 위반으로 판단했다. ‘군인·군무원 등은 사적인 목적을 위해 장병 등을 운용하거나 지시하는 행위는 할 수 없다’는 부대관리훈령 제17조의2를 위반한 것으로 본 것이다.
해당 장성은 또 지난 2월 말부터 주둔지 공사와 환경 정리 과정에서 병사들의 일과 외 자율시간이나 전투체육시간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해당 장성은 본인이 직접 자율시간에도 작업을 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감찰조사팀은 직접 지시하진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무리한 부대 운영을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간부 대상 폭언 부분에서는 규정 위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영내 간부 대상 지휘관 교육하면서 부대 운영을 잘하라는 질책성 발언을 하긴 했지만 폭언이나 인격 모독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육군본부 법무실은 이번 감찰 결과를 놓고 사실관계를 재차 확인한 뒤 징계위원회 회부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