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 할 수 없는) 중동을 이해해야 세계를 이해한다 - 1 (개관)

갑과을 작성일 20.06.06 01: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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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왔습니다. 월요일날 무리를 해서 게시글을 올렸더니 주중에는 도저히 다시 그런 짓을 할 엄두가 안 나서, 주말도 됐겠다. 좀 더 여유롭게 쓰려고 합니다.


저번에는 피드백을 받고 컴퓨터로 써 봤는데, 오랜시간 녹취를 하는데 앉아서 하려니..... 고질병인 허리디스크 때문에 몸이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모바일로 다시 돌아가려고 합니다.


가독성이 떨어지더라도 이해를 부탁드립니다.


저번에 카타르를 다루면서, “다음에는 중동을 전반적으로 훑을게요~”라고 했는데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 연구소”에서는 중동을 전반적으로 다루지 않았구요, “중세특집”이라는 코너가 따로 있었습니다. 당연히 발제자는 최준영 박사가.....아니고 mbc의 박정욱 PD가 발제자더군요.


그런데 문제가 있었으니....... 양이 많아도 너무 많더라고요. 아예 따로 시리즈를 해야 할 정도로 말이죠. 그래서 “야 이거 손대지 말아야 할 걸 대려고 달려드는거 같은데..... 그냥 스킵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근에 올렸던 게시글의 댓글중 옥련 1동님의 “순니파가 나빠요? 시아파가 나빠요?”라는 댓글이 제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독이 잔뜩 든 성배를 원샷 때리자는 심정으로, 과감히 손을 대기로 했습니다.


팟캐스트의 분량이 북유럽 이야기보다 더 길었기에 (7편정도 됩니다) 연재를 이어가는 중에 여러 유저분들이 나가떨어져 나갈 것 같다는 슬픈 예감이 들지만 그래도 한번 발을 떼 보겠습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이 게시글은 “삼프로 tv”의 코너 “중동을 이해해야 세계를 이해한다.”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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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동을 알아야 하는 이유가 뭘까?

조금 뜬금없겠지만, 미국을 이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삼아보겠습니다.


미국의 뉴스를 상상해 보겠습니다. 자기나라 정치 이야기도 할 것이고, 경제 이야기도 할 것이고, 사회 이야기도 할 것이고, 막판에는 스포츠나 일기 예보도 하겠죠.


그리고뉴스 꼭지 중에는 “국제” 파트도 존재하겠죠.


그럼 여기서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미국 뉴스에서 “국제” 파트를 다룰 때, 중동 이슈를 많이 다룰까요? 아니면 북한 이슈를 많이 다룰까요?


조금 자존심은 상하겠지만, 중동>>>>>북한 입니다. 물론 우리나라에게 있어선, 북한 뉴스가 참 중요하게 여겨지지만


미국은, 재수없긴 하지만, 전 세계를 “경영”하는 패권국가입니다. 그 입장에서 국제를 본다면......


솔직히, 트럼프가 한창 김정은과 말 폭탄을 쏟아내던 2017년, 트럼프가 “야 이거 핵단추 보이냐?”하다가 실수로 진짜로 버튼을 눌러버려서 핵폭탄이 날아가 평양을 콩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미국 경제에 악영향이 클까요?


별로 없을 겁니다.


반대로 트럼프가 “야 사우디, 니네 은근슬쩍 이슬람 근본주의자 키우더라? 니네 그러다가 롸켓맨 처럼 될....” 하다가 실수로 진짜 핵폭탄 버튼을 눌러 메카가 콩가루가 되버렸다.....
이건 뭐 미국 경제 뿐 만 아니라 전 세계 경제가 휘청 할 겁니다.


사실, 미국에겐 “세계 경영”의 방법이 있어요. “미국은 두개의 전장을 만들지 않는다.” 입니다.


곰곰이 잘 생각해 보자구요. 트럼프의 전임자인 오바마..... 이란하고 핵 협상하면서 잘 지내보려고 했습니다. 이때 북한은?


전략적 인내라는 말로, 북한이 뭔 짓거리를 하든 무조건 쌩깟죠? 북미관계는 최악이었습니다.


반대로 트럼프..... 지금은 뭐 식은거 같지만, 북한하고 그럭저럭 잘 지내는 편이죠. 물론 실제로 주는건 모기 눈꼽만큼도 없지만, 그때 그시절에 비하면 미사일 쏜다는 뉴스 잘 없잖아요.


대신에, 이란의 국방부 장관을 날려버렸죠. ㄹㅇ 돌아이인줄 알았습니다.


오바마의 전임자인 부시를 생각해 볼까요? 중동 후드러 팼습니다. 북한하고? 뭐..... 우리의 기억이 쇠퇴된게 크겠으나, 딱히 이렇다할 이슈는 그닥...?


적어도 이라크 바그다드에 미사일 떨어지는 일이 평양에는 벌어지진 않았지요.


미국은 대통령을 번갈아 가며, 중동과 화해하면 북한을 뚜까패고, 북한과 친해지면 중동을 뚜까패는 식으로 스파링 파트너를 교대해 왔습니다.


즉, 중동을 아는 것이, 마냥 교양을 쌓는 걸로 끝날 일은 아니라는 거지요.



2) 무슨이유로 중동을 중동이라 부르지?

사실 중동이라고 하는 명칭은 우리나라 중심적인 명칭은 아닙니다. 일단 우리나라보다 서쪽에 있지요.


중동이 “자신보다” 동쪽에 있는 애들이 그 지역을 가리켜서 중동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그럼 걔들이 대체 누구냐..... 짐작하셨겠지만 영국입니다.


영국에서는 동쪽에 기준점을 삼을 뭔가가 있고, 그 기준점과 영국 사이에 뭔가가 있는데..... 그게 한 중간 쯤 되니까 거기를 “중동”으로 부르자 라고 한 겁니다.


그럼 그놈의 “기준점”이 대체 뭔데? 라고 하실텐데요. 영국 최대의 식민지 “인도”입니다. 우리나라-중국-일본이 있는 동북 아시아를 부르는 다른 명칭이 있는데 아실까요? 두 글자에요


그건 바로 “극동”입니다. 기준점 “인도”를 놓고 보니 조오오오오오온나 멀어요. 드리고 아시아 대륙의 끝이죠. 끝에 가까운 동쪽이라 “극동”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인도가 영국 최대의 식민지였던 만큼, 영국은 식민지를 경영할 때 항상 하는 생각이 이겁니다.


“내가 여기를 차지하면, 인도랑 이어지는데 도움이 되겠지?” 혹은


“여기를 다른 놈들이 먹으면..... 우리의 인도가 위험해져.”


지금 중동지역이 이렇게 피터지게 싸우는데는..... 그저 인도밖에 몰랐던 영국의 편집증이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습니다. 그것에 대해선 차후에 다루겠습니다.


그럼 “우리 입장”에서 중동 지역을 뭐라도 불러야 할까요? 이미 용어가 있습니다. 서쪽에 있으면서도.... 우리나라보다 남쪽이니 “서남아시아”라고 부릅니다.


중동지역을 부르는 우리나라의 정식 명칭은 “서남아시아”이지만


“서남아시아에서 IS의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와
“중동에서 IS의 테러가 발생했습니다.” 사이엔


사람들의 인식, 그리고 그 심각성, 주목도에서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그래서 언론이나 매체에서도 알면서도 그 표현을 관용적으로 다루는 것입니다.



3) 비극의 시작

중동하면 떠오르는 생각을 꼽자면, “저 동네는 밥먹고 쌈박질만 한다.” 일 겁니다.


물론, 뉴스만 보면 우리의 생각이 어느정도 사실에 기반하긴 합니다만.....


중동이 저렇게 분쟁이 있는 것은 불과 “100년 전”이었습니다. 그 이전에 세계 공인의 “밥 먹고 쌈박질만 하는 동네”는 따로 있었어요.


유럽입니다.


제 2차 세계 대전기간, 영국은 미국에게 “제발 좀 같이 싸우자”라며 바짓가랑이를 잡고 매달렸지만 미국인들 생각은 달랐습니다.


“저 유럽 맨날 밥 먹고 쌈박질만 하는 동네가 이번에도 껀수 생겨서 싸우는데, 우리가 굳이 껴서 뭐함? 그냥 늘 하던대로 우린 물건 팔고 돈만 벌면 돼” 였어요.


물론 지금으로선 이해가 안되죠. “히틀러”라는 희대의 악당이 전 유럽을 불지르고 다니는데? 라고 생각하시겠지만, 당시 유럽은 그런 동네였던 거에요. 지금 우리나라로 치면 “IS 대장 나쁜놈.” 정도의 인식 밖에 안 됐던 거죠.


물론 얼마전에 대도시 번화가 한 복판에 불산을 쏟아버려서 “이것도 먹어서 응원해야 되나?”라는 고민을 하는 나라가 진주만을 폭격하기 전까지 말이죠.


그 “쌈박질 하는 동네”의 타이틀을 중동이 가지고 간 것도 1차 세계대전 이후에 였던 거지요.


아까 영국 이야기를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길래.....?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1차 세계대전의 대진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 + 프랑스 + 러시아 + 미국 + 일본
Vs
독일 + 오스만투르크 + 오스트리아-헝가리


앞서 영국이 “인도가는길 마렵다”라고 징징댔다고 했던거 기억나시죠?


중동은 인도로 이어지는 길목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걸 차지한 것은 오스만투르크였지요.


이 땅이 너무 가지고 싶었던 영국은...... 희대의 “트리플 부킹”을 하게 됩니다.


더블 부킹만 해도 욕을 먹을 판에 트리플 부킹이라니......어떻게 했나 볼까요?


(1) 하심가문

하심가문은..... 그 지방에서 오랫동안 토착한 유서깊은 명문가입니다. 중동에 수많은 제국이 흥하고 망하고를 반복했지만 이 가문은 존속을 이어갔죠.


이 가문에 영국이 접근을 합니다.


“너네 몇백년 전부터 오스만 투르크한테 지배받고 살잖아.”
“ㅇㅇ 그렇지”
“아니꼽지 않음? 쟤들만 딱 몰아내면 그 넓은 땅 다 니꺼잖아.”
“?????”
“야 생각해봐 막말로, 그 기라성같은 제국들이 망하고 흥했는데 너네는 존속하잖아? 언제까지 2인자로 살래? 이번에 니네 차례가 온거 같지 않음?”
“아니 뭐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우리가 오스만 투르크랑 전쟁중이잖아. 정신 없을 때가 기회야. 반란해. 우리가 도와줄게.”


하심가문이 거부하기엔 그 제안은 참 매력적이겠죠? 그래서 실제로 그들은 영국을 믿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 약속을 맥마흔-후세인 각서라고 합니다. 1915년에 있었어요.


(2) 유대인

유대인은 이 즈음에,


“야 씨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푸대접 받고 살아야 되냐? 우리도 우리의 나라를 가지고 싶지 않냐? 다른 유럽나라들은 30년 전쟁 끝나고, 나폴레옹 전쟁 거치면서 자기 나라 갖잖아..... 왜 우리만 없는거야 왜!!!!!”


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그런 사람들을 다섯글자로 “시온주의자”라고 해요. 시온은 언덕 이름인데 다윗이 골리앗과 일기토를 했다는 전설이 있는 곳입니다. 유대인의 성지겠죠.


여담으로 양화대교를 부른 Zion .T의 Zion이 바로 그 시온입니다.


그 유대인들에게 영국이 SSG 접근합니다.


“야, 설움받느라 고생 많다 샤일록 새기들아.”
“뭐 왜? 돈빌리러 옴?”
“물론 그것도 빌리긴 할건데, 제안좀 하게.”
“뭔데?”
“너네만의 나라를 세우는거 어떰?”
“야 c 그거야 우리 민족의 숙원이었지 ㅋㅋ 그래서 부지가 어딘데?”
“마다가스카르랑 우간다중에 골라봐.”
“......? 돈 빌리기 싫어?” (농담같지만 실제로 있던 제안이었습니다.)
“아 그럼 니네 조상 땅 어떰?”
“어 ㄹㅇ? 완전 좋지!”
“그럴려면 일단 오스만 투르크 잡아야 되는데....”
“입벌려 계좌이체 들어간다.”

이 약속을 당시 수상이었던 벨푸어가 했다고 해서 벨푸어 선언이라고 합니다. 1917년에 있었어요.


(3) 프랑스

프랑스와 영국은 동맹을 맺고, 오스만 투르크랑 싸우고 있었습니다. 지리멸렬하던 전쟁은 슬슬 영국-프랑스 쪽의 승리로 가닥이 잡히기 시작했지요.

그 둘의 머릿속에는 “저 넓은 오스만 투르크 땅을 어떻게 먹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 바게트 놈들아. 살만 하냐?”
“어떤 상황이냐고? 피쉬 앤 칩스 같은데?”
“거 자기 상황 개같은걸 남의 나라 전통음식에 빗대지 맙시다. 근데 너 눈치 깜?”
“ㅇㅇ 케밥 놈들 곧 서렌 치겠던데?”
“그럼 이제 슬슬 정산 갑시다?”
“그래, 지도 갖고 와봐. 난 자 가지고 올테니까.”

그리고 둘이서 쑥떡쑥덕 하며 중동을 자 대고 그어버린 뒤에 “여기는 내땅, 저기는 니땅”하며 나눠가지자는 약속을 합니다.


그 약속을 한 당사자들의 이름을 따서 사이크스-피코 각서라고 합니다.


지역사정 1도 모르는 애들이 지들 멋대로 자대고 그어버렸으니 결과물이 상당히 처참하죠.....


미리 말을 해버렸는데, 전쟁에서 이긴 영국 입장에선 선택지가 세개죠. 하심가문하고 한 약속을 지키느냐, 유대인들과 한 약속을 지키느냐, 프랑스랑 한 약속을 지키느냐......


영국은 짐작하셨겠지만 프랑스의 손을 잡고 “하심? 먹는거임?” 그리고 “야 샤일록 새기들아 니들 돈 잘 썼다. 기독교인 상대로 그만좀 이자놀이 하고.” 해버리는 겁니다.


중동의 비극은 여기에서 시작이 되어버렸습니다.



3-1) 그럼 그 일이 있기전에 중동은 어떤 상황이었는가?

중동은 사실 “대제국”이 지배하는 역사가 긴 곳입니다. 익히 잘 알려진 오스만 투르크도 있고요 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움미아드 왕조도 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알렉산더 제국도 있습니다.


제국 국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단 땅이 조오오오오오온나 크다는 것, 그래서? 의외로 오늘날의 “지방자치”가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땅이 엄청 넓은데, 거길 일일이 공무원 보내가며 통제를 한다? 그러다 온 제국이 반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느니


“자, 오늘부터 여기 우리땅임.”
“누구 맘대로?”
“내 마음대로지. 내 뒤에 군대 보여?”
“와..... 많긴 하네.”
“대신에 니가 우리 술탄을 지배자로 인정하면, 노터치임.”
“종교도? 난 이슬람 아닌데?”
“ㅇㅇ 대신에 종교세(지즈야)만 좀 내.”
“세금? 얼마나 걷는데?”
“니 연소득의 0.025%”
“......?”


이러는게 더 낫거든요.

그래서 중동은 다른 나라와 분쟁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국경지역을 제외하곤 “우린 xx제국의 신민이야.”라는 동일의식 하에 평화로운 시대를 구가했다고 해요.


물론, 사람 심리가 세금은 피하고 싶어했던지라.... 저 0.025%의 세금도 내기 싫다. 그리고 이슬람교도 아니면 출세 못하는 것도 싫어 나 오늘부터 이슬람 할래.


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지배층이 오히려 세금이 덜 걷혀서 고민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어쨋거나 이런 대 제국의 기억이..... 나중에 중동을 피바다로 빠트리는 사상적 근거가 됐다고 해요.



3-2) 영국과 프랑스가 갈라놓은 뒤에 벌어진 일들

“물론 우리는 xx제국의 신민이야.”라는 동일의식이 있었다고 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에게 xx제국은 크게 와 닿지 않았어요. 반란만 안 일으키면 평생 제국의 군인을 볼 일도 없었습니다.


우리가 마치 “신이 존재하냐?”를 놓고 싸우는 것 처럼, 그 당시 사람들에겐 “술탄이라는게 존재한다는데? 실존할까? 우린 얼굴도 본 적이 없잖아? 공무원도 못봤고” 하는 상황이었지요.


이때 사람들로 하여금 “우리 그룹”이라고 범주화를 하는 것은..... 나중에 좀 더 자세히 다루겠지만 “부족”과 “종교”였습니다.


나는 xx부족이고, 우리 부족은 순니/시아파야. 하는게 그들의 정체성이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우리 부족의 땅에 철조망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철조망을 경계로 나라가 갈라졌습니다.


얼마전만 해도 “우리” 였는데 “남”이 된 겁니다.
거기에 더해서, 나랑 종파가 다르고 부족도 다른 사람이 “우리”나라 사람이 됐다고 합니다.


갈등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수가 없겠죠?


좀 더 생생한 이해를 위해,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A부족은 전통적으로 순니파를 믿고 있었습니다. 그 부족의 영역에 어느날 줄이 그어져서 오른쪽은 갑나라, 왼쪽은 을나라가 됐습니다.


갑과 을나라는 각각 자신의 나라에 종교구성이 다양하니, 타협책을 만들었습니다. 순니파가 많은 감나라는 대통령은 무조건 순니파가 맡고, 대신에 국무총리는 시아파가 맡기로 하고, 시아프가 많은 을나라는 대통령은 시아파가, 국무총리는 순니파가 맡기로 했습니다.

A부족에 살던 김 핫산과 최 사우디가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잘 살어?”
“ㄴㄴ 죽지 못해서 산다.”
“왜?”
“대통령이 국무총리보다 위더라고? 그래서 대통령 한마디에 국무총리가 설설 기더라. 이번에도 신도시가 시아놈들 쪽에 지어진다대? 너넨 어떰?”
“우린 대통령이 순니잖아, 그래서 우리 구역에 종합병원이랑 주상복합 아파트 새로 지어준다는데?”
“........x발”


이러니 내전이 안 생길래야 안 생길 수가 없을 겁니다.


3-4) 민족이란?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다보면


“근데 참 특이하네? 쟤들은 정체성을 뭐 저런데다가 둔대?” 라고 생각하실 분들이 있을거에요.

“그냥 한나라 한민족”이라는 개념이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자연스럽게 여겨지기 때문에 생긴 오해르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질문을 던져보겠습니다.


민족이란 뭘까요?


(1) 같은 뿌리를 가진 집단?
(2) 같은 조상을 둔 집단?
(3) 뭔진 모르겠지만 공통점이 있어서 다른 집단과 구별되는 집단?
(4) 특정 지역에 특정 집단이 오랫동안 알박기를 해서 공통점을 가진 집단?

(1)과 (2)는 과학적으로 보면 말이 안되죠..... 우린 모두 아프리카에 살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로 비롯된 “호모사피엔스”지 않습니까?


사실 인류의 유전자풀은 고릴라보다도 작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인류만큼 유전적 다양성이 적은 종은 없습니다. 유전적 다양성의 기준으로 보면 인류는 멸종위기종입니다.


에이, 황인 백인 흑인 이렇게 인종이 다른데?
종이 다르면...... 둘간엔 번식이 안되야 합니다. 호랑이와 사자는 유전적으로 완벽히 분화가 안됐기에, 라이거, 타이온이라는 혼혈종이 만들어지긴 하지만...... 걔들은 2세를 못 남깁니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어때요? 혼혈인도 다 결혼해서 아기를 낳을 수 있지 않습니까? 같은 조상을 공유하는 사이라면, 지구의 전 인류는 이미 한 민족입니다.


아마 심정적으로는 (4)에 가까우실 텐데요..... 우리나라가 그렇잖아요?
사실...... (4)에 해당되는 국가, 한국 / 중국 / 일본의 동아시아 3국은.....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케이스라고 해요.


그래서, “민족”을 다루는 학문에서도 동아시아 3국은 “특이 케이스”로 따로 구별을 해둔다고 합니다. 우리에겐 “보편”이라고 생각한 것이 세계적으론 “특이”한 사례인 것이죠.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을 예로 들자면...... 하나의 나라에 서로 다른 말 쓰는 사람들이 섞여 살잖아요?


저번에 핀란드 이야기 하면서 언급했지만, 핀란드엔 “스웨덴 언어”사용을 하는 사람이 꽤 된다고 했었지요.


유럽의 역사를 봐도 “혼인”에 따라, 나라가 지참금으로 넘어가는게 흔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합스부르크 왕가”겠죠.


결혼을 하며 지참금으로 나라를 이리저리 드리블 하다보니..... 한때는 유럽의 서쪽 끝인 스페인과, 독일의 아랫쪽에 있는 오스트리아가 한 나라였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 사례들을 봐도 아시겠지만, 한 민족이 하나의 땅에 오래 정주한 사례가 세계적인 관점에선 그리 많지 않습니다.


세계의 다른 사례들과 비교하자면 동북아시아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8세기엔
당나라 / 통일신라 / 왜

16세기엔
명나라 / 조선 / 왜

상당히 심플하죠?


그럼 민족이란 뭐냐...... 일단, 베네딕트 엔더슨이라는 유명항 민족주의 사학자의 말을 인용해 보겠습니다.


“민족은, 상상의 공동체다.” (Imagined community)

프랑스 혁명 - 나폴레옹 시기를 거쳐서야 비로소 “국민국가” “민족주의”라는 개념이 생겨난걸 생각하면 일견 이해가 되는 주장이긴 합니다.



3-5) 그럼 민족이란 개념이 발명 되기 전엔 사람들은 서로를 어떤 기준으로 분류했을까?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기준은 두개였습니다.

(1) 언어
(2) 종교


두가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네덜란드는, 30년 전쟁(카톨릭과 개신교를 두고 전 유럽이 독일에서 30년간 싸운 전쟁) 이후에 합스부르크로 부터 독립을 했습니다......만


북쪽 지역은 개신교를 믿었고
남쪽 지역은 카톨릭을 믿었습니다.


두 지역은 종교 차이로 갈등을 겪다가..... 남부에서 “이젠 같이 못살아” 하고 독립을 해버렸습니다. 그곳이 지금의 벨기에와 룩셈부르크 입니다.


이 사례는..... 종교 차이로 하나의 나라가 셋으로 쪼개진 사례겠죠? 이제 두 번째 사례를 보겠습니다.


스위스는 위로는 독일과 프랑스, 아래로는 이탈리아가 있습니다. 각각의 접경지역엔 인접국가의 말을 쓰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지금도 “스위스 로망어”라는 고유의 말을 쓰는 사람은 극히 적습니다.


그렇다면, 같은 말을 쓰는 것으로 인한 원심력으로 스위스는 셋으로 쪼개져야 하는데.....?


스위스는 프랑스, 이탈리아와 달리 개신교를 믿었습니다. 그래서 그 둘에게 흡수되지 않았습니다.


그럼 독일은? 독일도 개신교인데.....?
하지만 독일은 “루터파”였고, 스위스는 “칼뱅파”였습니다. 그래서 독일에게도 흡수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사례는 종교로 인해, 나라가 하나를 유지한 사례겠지요.


그럼 이걸 중동에 대입해본다면 어떻게 되느냐.....

이슬람 제국에서 “기독교”를 믿는 사람을 만나면 이렇게 했습니다.


“어? 너 목에 십자가 있네?”
“네 저는 기독교를 믿거든요.”
“아아, 너는 그리스 인이구나.”


실제로 조상의 본적이 그리스라는 나라에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닙니다. 우리 아빠가 인도네시아 사람이라도, 내가 기독교를 믿는다면, 그 동네에서 나는 “그리스인” 인 거에요.


만약 사이크스와 피코가 중동을 갈라먹을 때,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어떤 부족이며
어떤 종파를 믿었는가
를 고민했다면 (지금도 그렇지만, 이 동네는 모두 아랍어를 쓰니까 언어 변수는 제외)


그리고

“자 시아파들끼리 모여서 나라 만드세요”
“자 순니파를 믿고, xx부족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나라를 만드세요.” 라고 했다면


중동은 훨씬 더 평화로웠을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제가 이전에 “갑나라와 을나라” 이야기를 했을때 가볍게 짚고 넘어갔습니다만


실제로 중동은 종파별로 나라의 지도자 자리를 나눠먹습니다.


한때 프랑스가 지배했던 레바논을 예로 들자면
프랑스는 레바논을 “중동 유일의 기독교 국가”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레바논은 “마론파 기독교”인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레바논에선 투표를 하면, 그 결과가 어찌 되었든 대통령은 “마론파 기독교인”이 차지하고요. 대신 국무 총리는 “순니파”에서만 나오고, 국회 의장은 “시아파”에서만 나온다 라고 해요.


서로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어쨋든 한 국가안에 모여살아야 하니...... 나름의 묘안이었겠지만, 그게 또 아까 말씀드린 메커니즘을 따라..... 분쟁의 씨앗이 되버린 거지요.



4) 근데 쟤들은 왜 아직도 종교에 목을 매냐......

이 문제가 복잡하시게 느껴질 텐데요.
사실 우리나라만 봐도..... 내가 A라는 종교를 믿다가 “아 이건 좀 별로인데?”라고 생각해서 B라는 종교로 개종할 수가 있잖아요?


중동에선 부족이라는 기준과 종교라는 기준이 거의 일치관계입니다.


김똘똘이라는 친구가 “시아파”인 것은, 김똘똘 개인이 시아파라는 종교에 심취했다기 보단, 조상 대대로 “시아파”를 믿는 부족에서 태어났기 때문이고,


반대로 최퉁퉁이라는 사람이 “순니파”를 믿는 이유도, 그냥 조상 대대로 순니파를 믿는 부족 사이에서 태어났기 때문인 걸로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똘똘이 “시아파”에서 “순니파”로 갈아탄다는건


“난 이 부족에서 떠남 ㅂㅂ”라는 것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고

좀 더 자극적인 표현을 쓰자면 “성을 갈았다.”라는 것과 같은 겁니다. 즉, 일종의 지역주의 같이 작용하는 것이지요.


이런 베이스에서 살던 사람에게
부족의 역사보다 훨씬 짧은 “국가”라는 존재가 이식되고
나와 부족의 삶을 강제한다면.....
심지어 그 국가란 것이 “약속을 깨고 식민지배를 하던 외세”가 만든 거라면.....


국가의 통제가 씨알도 먹힐 리가 없겠지요.



5) 근데 “아랍인”이라는건 또 뭐야?

이제까지 부족이야기를 줄창 했는데, 실제로 “아랍인”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뉴스나 영화나 많이들 등장하는 단어죠.


아랍 민족이라는 단어도 있잖아? 그럼 그건 뭔데? 라고 질문 하실수도 있을텐데요.


실제로 아랍민족이라는 건 존재하는 실재입니다만.....

“한민족” “중화민족”이라는 혈통에 기반을 둔 개념이 아니라,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을 아랍인이라고 하는 겁니다. 종교적, 문화적인 개념이지요.


이해를 돕기 위해 질문을 해보겠습니다.
이집트인은 아랍인일까요?


이집트는 이집트인이 따로 있지 않을까요? 이집트는 역사가 길잖아요?


하지만, 이 시리즈를 계속 이어간다면 나중에 언급하겠지만 이집트의 나세르 대통령이 “아랍 민족주의”라는 것을 처음으로 들고 나온 사람입니다.


이 생각을 확장한다면, “파키스탄 사람”도 아랍인이고, “방글라데시” 사람도 아랍인의 범주에 들어갑니다.


아까 민족을 나누는 보편적인 기준이
(1) 종교
(2) 언어라고 했는데

이들 나라 사람들은 모두 이슬람교를 믿고,
이슬람교를 믿기에 아랍어를 구사하거든요.


이슬람교를 믿는데 왜 아랍어까지....?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요.


이슬람교도 사람들이 경전으로 사용하는 꾸란은 이렇게 여겨집니다.


신이, 인간 무함마드에게 자신의 가르침을 “아랍어”로 전달한 것을 모은 책


즉, 신의 언어를 아랍어로 한번 “번역” 한 거란 겁니다.


번역을 하게되면, 원래 언어의 뉘앙스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하죠.


그 신의 언어를 그나마 신이 스스로 노력해서 뉘앙스 차이를 최소화 하는 배려로 전달한 말씀 모음집이 꾸란인데


그걸 현지언어로 한번 더 번역한다?
이걸 중역이라고 하죠? 그럼 원래 언어의 뉘앙스에서 더욱 멀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이슬람교에서는 “아랍어”로 된 꾸란만을 종교적인 권위를 가지는 것으로 인정하고 현지 언어로 번역된 꾸란은 종교적으로 권위를 두지 않는다고 합니다.


알라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그렇죠.


“니들이 내 말을 하도 못 알아먹길래, 내가 아랍어 사전까지 뒤져가면서 그나마 니들이 알아먹을 수 있게 번역해 놨는데, 그걸 또 번역하면 꼬이잖아 ㅠㅠ”


그런 이유로, 이슬람교 신자들은 예배를 볼 때 아랍어로 꾸란을 읽는다고 합니다. 국적 불문 하고요. 어차피 꾸란이라는 책이 신약성경만큼 짧기도 해서 외운다고 해요.


조선시대에 사대부들이 4서 3경을 외우듯이 말이죠. 그런 과정에서 언어가 전파되고..... 토착 언어들을 밀어내는 효과가 생기는 겁니다.


남미를 스페인이 지배하면서 원주민들 언어를 밀어내고 그 결과 브라질을 제외한 남미 국가 사람들이 스페인어로 의사소통을 하듯이 말이죠.


물론 모든 나라가 다 그런건 아니에요
터키같은 경우는 “케말 파샤”가 터키어를 만들면서까지 “터키인의 정체성”을 살리려고 했고

이란은 예배만 아랍어로, 생활은 이란어로 함으로써 “이란인의 정체성”을 보존했고


동남아시아의 이슬람국가들도 마찬가지이고요.


하지만, 이들도 이슬람교를 믿는 이상, 아랍어를 구사할 줄 알기에, 정말 넓게 본다면 그들도 아랍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 시리즈는 “넓은 의미의 아랍인”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좁은 의미의 아랍인”이 사는 중동을 다룰 것입니다만


준비운동 차원에서 “최대한 넓은 개념”을 다뤄본 것입니다.



6) 마치며

와..... 최대한 간단하게 다루기 위해 내용을 뭉텅뭉텅 짤랐는데도 한 세시간이 걸렸네요.....


모바일로 쓰느라 허리가 편하긴 했는데 대신에 손가락이 욱씬거리는게, 역시 좋은게 있으면 나쁜 것도 있는 모양입니다.


총량으로 따지면 1/7을 했습니다..... 허허 참 갈 길이 억만리 같이 머네요 ㅠㅠ


그래도 이번 게시글을 통해서, 맛뵈기로나마 중동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이해를 하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다음편이 언제가 될 줄은 모르겠지만
“최준영 박사의 지구본연구소”로 빨리 복귀해야 하기 때문에, 내용을 최대한 간추려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치기 전에, 이 게시글은 “삼프로 tv”의 코너 “중동을 이해해야 세계를 이해한다.”을 토대로 했음을 밝힙니다.


길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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