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3월 9일 조선일보 보도)

신체검사에서 입대 불합격 처분을 받은 사람이 병무청 행정착오로 11년만에 입대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1988년 해병대에 지원했던 채모(30)씨는 신체검사에서 폐결핵으로 밝혀져 '입대불가'판정이 내려졌다. 이후로도 軍당국에서 아무런 통보가 없자 軍 면제자로 처리되어 병역문제가 해결된걸로 생각했다.

서울 모 대학병원 직원으로 취직하게된 채씨는 작년 4월 결혼준비를 위해 해외여행과 관련해 여권을 신청하자 깜짝놀랐다. 여권담당직원이 '현역 해병대군인이 무슨 해외여행이냐'는 것. 병무청 기록엔 채씨가 그때까지도 해병대 현역병으로 기록되어있었기 때문이었다. 병무청에 연락하여 사정을 알아보니, 자원입대 신체검사 탈락자는 보충역으로의 편입이 되야하는데 실수로 기록이 누락되었다고 해명했다.

채씨는 지난달 2월 공익복무요원 소집명령을 받았다. '지금 입대하면 직장에도 사표를 내야하기에 가족의 생계가 곤란하다'고 항의했지만 병무청은 연거푸 '미안하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채씨는 결국 지난 8일 만삭인 부인,그리고 직장동료에게 작별인사를 하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입대하였다.

서울행정법원에 '병무청의 공익근무요원 소집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는 한편,급한대로 소집처분 정지를 시켜달라는 소송도 함께 냈다. 이에 대해 병무청 관계자는 '채씨의 경우 담당자의 실수로 뒤늦게 소집영장이 나갔지만 군복무는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