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태어나서 지금까지 43년째 부산에서 살고 있고
심지어는 군대도 부산 53사단을 나온(ㅡㅡ) 아재입니다.
여러분의 매일이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짱공에 올라오는 게시글에 본문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이
‘일베어’ 논쟁이 일어날 때가 간혹 있습니다.
저도 거기에 두번정도 댓글로 참여한 적 있었구요.
이대로 내버려뒀다가는 논쟁만 계속될 뿐 결론이 나지
않을거라는 판단에 지금까지 제가 생각해왔던 바를
정리해볼까 합니다.
물론 이걸로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있을 뿐더러
새로운 논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또한
염려에 두고 있습니다.
좀 길더라도 찬찬히 읽어보시고 여러분들의 의견표현
부탁드립니다.
비판적인 의견도 얼마든지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먼저 경상도 사투리에 대한 설명부터 해보겠습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나?’ 와 ‘노?’ 의 차이점
나 와 노 는 둘다 의문형 문장의 어미에 붙습니다.
나 는 긍정, 부정을 묻는 의문문의 어미에 붙습니다.
예를 들어 일어났어? 밥먹었어? 출근했어? 등등
이걸 경상도 사투리로 바꾸면
일어났나? 밥먹었나? 출근했나? 등등이 됩니다.
노 는 서술형 대답을 원하는 의문문에 붙습니다.
언제 일어났어? 밥 뭐먹었어? 몇시에 출근했어? 등등
이걸 경사도 사투리로 바꾸면
언제 일어났노? 밥 뭐먹었노? 몇시에 출근했노? 가 됩니다.
‘가?’ 와 ‘고?’ 의 차이점도 위의 경우와 동일합니다.
긍정, 부정을 묻는 문장에 가,
서술형 대답을 원하는 질문에 고 가 붙습니다.
경상도 사람들은 이 차이점에 대해 굳이 알지 않더라도
어렸을때부터 써왔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구분을 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상도 사람이라고 모든 말에 경상도 사투리가 들어가지 않습니다. 경상도 사람들이 경상도의 문법과 언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친구들과 반말로 대화할 때 입니다.
이 경우는 입에서 나오는 거의 모든 문장속에 경상도 사투리가 포함됩니다.
반대로 경상도 단어가 거의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첫번째로 격식을 갖춘 자리에서 경어를 사용할때 입니다.
상대에 대한 예를 갖춰야 하는 자리에서는 경상도 단어와 문법의 사용빈도가 현저히 줄어듭니다. 오로지 억양에서 경상도 사투리가 묻어나올 뿐이죠.
두번째로 인터넷에 글을 쓸때 입니다.
제가 쓴 본문을 보면 예시로 든 부분과 ‘아재’ 라는 단어를 제외하면 경상도 사투리는 전무합니다.
인터넷에 글을 쓸 때는 경어든 반말이든 경상도 사투리가 포함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일부러 자신의 출신을 밝히지 않는 한 다른 사람들이 글만보고는 필자의 출신지역을 알기 힘듭니다.
이는 다른지역도 마찬가지일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여기서 처음으로 일베어 논쟁에 댓글 달았던게
이때였습니다.
이 게시물에 어느분이 저건 일베어라고 했었고
저는 일베어가 아니다 라고 했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경상도 사람들은 나 와 노 의 구분법에 대해
본능적으로 알고 있고 문법에 맞게 자연스럽게 구사합니다.
하지만 나 와 노를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아주 가끔씩 있어요.
이 경우는 말한사람이 스스로 고쳐서 다시 말하거나
그 말을 들은 상대방이 재차 물었을 때 고쳐서 다시 말하곤 합니다.
말하는 쪽이나 듣는 쪽이나 대충 알아듣고 넘기는 경우도 많구요.
그렇기 때문에 저건 일베어가 아니다 라고 한겁니다.
두번째는
이때였습니다.
저는 감탄사에는 노를 붙이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저걸 일베어라고 주장했었고
거기에 동조하는 댓글과 추천,
동조하지 않는 댓글과 비추를 동시에 받았었죠.
세번째가
얼마전에 있었던 이겁니다.
저는 저 게시글에 댓글을 달지 않았지만
상당히 치열한 갑론을박이 펼쳐졌고 결론은 나지 않았었죠.
저는 위의 두번째와 세번째가
일베어가 사회에 끼친 가장 큰 폐해라고 생각됩니다.
일베어가 처음으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시기가
2009년 무렵이었습니다.
일베어가 노무현 대통령 서거 이후에 만들어졌는지
아니면 그전부터 써왔는데 서거 이후에 사회적 문제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때로부터 무려 14년이나 흘러왔습니다.
경상도 출신이 아닌 이상에야 일베어와 사투리의 구분이 힘든만큼 일베어는 등장과 동시에 일상생활에 빠르게 파고들었습니다.
일베는 토착왜구화 되어 쓰레기로 전락하기 전까지
커뮤니티 사이트로서는 짱공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어요.
정치적 성향과는 무관하게 상당히 많은 수의 사람들이
드나들었던 사이트가 일베였습니다.
일베어가 등장했던게 바로 저때였습니다.
출신지역과 무관하게 일상생활에서나 인터넷에 글을 쓸때
사투리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익살스럽게 표현할때 이죠.
대표적인 예가
이것과
이것입니다.
참고로 선천적 얼간이들 작가인 가스파드는 부산사람 입니다.
저 역시 일상생활에서 생각지 못한 상황을 접했을 때
'저거뭐여' 식의 표현을 종종 씁니다.
저는 ‘개쩌노'와 ‘물 온도만 좀 내렸노’ 를 쓴 사람이
일베일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아요.
일베어가 알게 모르게 우리생활에 깊게 파고들었다는 점과
사투리를 사용하여 익살스럽게 표현하려 했다는 점이
합쳐져서 저런 문장이 나온거라 생각됩니다.
다시말해 ‘일베유저가 아닌 사람이 경상도 사투리로 알고 사용한 일베어’ 라는게 제 생각입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위의 두 경우는
같은 경상도 지역끼리도 엄청난 논쟁이 펼쳐졌습니다.
저는 이 논쟁 자체가 위의 두 문장이
경상도 사투리가 아닌 일베어라는 반증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바로 이 점이 일베어가 낳은 가장 크고 심각한
폐해하고 생각합니다.
저는 부산사람으로서 오래전부터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였었고 꽤 긴 시간동안 고심해왔으며
이제서야 그 생각을 정리해서 올림을 알려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질문 몇가지만 드리겠습니다.
일베어가 나왔을 당시
아직 어휘력이 영글지 않았고, 정치적 성향이 자리잡기 전,
즉 학창시절을 보내셨던 분들에게 드리는 질문입니다.
학창시절 의도야 어찌됐든 주위에 일베어를 사용하는 친구들을 본 적이 있습니까??
본인이 생각하기에 스스로 지난 14년동안 일베어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고 확신하십니까??
다시 말씀드리자면 이건 제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오니
비판적인 의견 얼마든지 수용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