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hangeul.go.kr/webzine/202111/sub2_2.html
#01
1926년 11월 4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가갸날’이라는 이름으로
한글 창제를 기념하는 잔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또 하나의 우리글,
시각장애인의 한글이라고도 불리는 훈맹정음이 탄생한 날이기도 합니다.
#02
사실 한글 점자를 처음으로 만든 사람은 미국 선교사 로제타 홀인데요.
이 점자는 1896년 평양에서 만들어져 평양 점자라고도 불립니다.
하지만 로제타 홀의 점자는 첫소리와 받침글자가 헷갈린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03
현재 우리가 쓰는 6점 점자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만들었는데요.
선생은 보통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중, 시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의 교사로 와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04
1913년, 서울에 제생원 맹아부가 세워지자 전국에서 온 시각장애인과
언어장애인 학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습니다.
이곳을 졸업하면 안마사 면허를 받을 수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해부학,
안마 등 어려운 수업을 전부 일본말로 배워야 했습니다.
통역을 하던 박두성 선생은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안타깝게 생각했습니다.
#05
이에 선생은 총독부의 눈을 피해 제자들과 함께 한글 점자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12개 안을 모은 뒤 여러 사람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며 1926년 11월 4일,
드디어 한글 점자인 훈맹정음을 발표 했습니다.
#06
훈맹정음은 훈민정음과 마찬가지로 기본 글자를 바탕으로
다른 글자를 쉽게 외울 수 있도록 만들어졌습니다.
이후 선생은 한글 점자를 알리기 위해 편지로 점자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또한 <명심보감>, <춘향전> 등과 같은 수백 권의 책을 점자로 번역하기도 했습니다.
#07
한편 박두성 선생은 일본의 눈을 피해 밤에만 한글 점자 작업을 하다가 시력을 잃을 뻔 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광복을 맞이한 후에는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대문에 커다란 태극무늬를 그려 넣었는데요.
이 덕분에 시각장애인들이 선생의 집을 쉽게 찾아올 수 있었답니다.
#08
이렇게 해서 박두성 선생은 백성들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처럼,
시각장애인을 위해 훈맹정음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2020년에는 훈맹정음 관련 유물이 국가등록문화재로 등재되었는데요.
국립한글박물관은 또 하나의 우리글 훈맹정음 역시 잘 지켜나가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또 하나의 우리글, 훈맹정음
[만화로 즐기는 한글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