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가정보원 등에 따르면 서울시 복지정책관 생활보장팀 주무관 유모(33) 시는 최근 국정원의 조사 과정에서 2005년부터 2006년 7월까지 북에 수차례 밀입북, 보위부 당국자들을 접촉하고 탐문 공작원을 함북 화령에서 만나 탈북자 명단과 한국정착 상황, 생활환경 등 관련 정보를 북 측에 넘긴 혐의에 대해 모두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 씨는 2011년 6월 서울시 생활보장팀에 시간제 계약직으로 특별채용된 후 최근까지 1만여 명의 서울 거주 탈북자 지원 업무를 전담해 왔다. 주 2, 3회 탈북자 가정을 방문해 면담하고 탈북자 전화상담을 하는 업무여서 탈북자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있었던 만큼 국정원은 유 씨가 어떤 정보를 얼마나 븍 측에 넘겼는지를 추가 조사 중이다.
북한민주화위원회 서재평 사무국장은 "유 씨는 북한에서 나온 것은 맞지만 화교(중국 국적) 출신이라는 것은 함경북도 회령에서 함께 생활한 사람을 통해 밝혀진 사실"이라며 "정확히 말하면 '북한 거주 화교의 탈북자 위장 입국 및 간첩활동 사건'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유 씨는 청진의대 출신 의사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준의사(정식 의사가 아닌 의사 보조자 수준)로 중국으로 나올 때도 유학 목적으로 합법적인 절차를 거쳤다. 이후 신분을 탈북자로 위장해 국내에 입국했다는 것. 입국 후에도 여러 차례 주소지를 이동하면서 주민번호까지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서 국장은 "정보기관에서 1차적으로 검증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도 "탈북자들도 북한 보위부의 각종 회유나 협박이 있으면 바로 국가기관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북자 송남호(36) 씨는 "유씨가 2006년에도 북한에 갔다 왔다고 집적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 "이 때문에 주변 탈북자들 속에서 '혹시 간첩임무를 받고 오지 않았는가?'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말했다.
송 씨는 "탈북자들을 만나면 개인 신상과 관련된 정보를 너무 상세히 묻고 신경을 썼기 때문에 실제 무슨 간첩아니냐는 말이 돌았다"며 " 유 씨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북한에 4번 정도 갔다 온 것으로 보인다"고까지 말했다.
이석영 자유북한방송 국장은 "북한 당국은 북한에 남은 가족을 협박해 탈북자들에게 간첩활동을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노동당 자금을 들이지 않아도 되고 나아가 탈북자 사회를 이간시키는 기회로 활용하기 때문에 경계심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