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끝까지 오바마는 비할 데 없이 자신만만했고,
도전적이었으며, 곳곳에서 공화당을 조롱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20일 저녁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장에서새해 국정연설을 마친 뒤 <워싱턴 포스트>는 “오바마의 연설에는 내용 그 이상이 있었다”며“말씨와 태도에서 절대적인 확신이 흘렀다”고 평가했다.이날 연설은 소득 불평등 완화와 경제 활성화, 이민법과 의료보장 개혁,외교·안보 분야에서 ‘스마트 리더십’, 적극적인 기후변화 대책 등 나라 안팎의 주요 현안을 아울렀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미국의 경제 회복세를 언급하면서“위기의 그림자는 지나갔고, 우리나라는 강력하다”고 선언했다.집권 민주당은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에 참패했지만오바마의 얼굴에서도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연설 도중 때론 윙크를 하고, 폭소가 터진 농담을 던졌으며, 군데군데 애드리브도 섞었다.60분 연설에서 꼭 100차례의 박수가 쏟아졌다. 오바마는 당당했고, 공화당은 불편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유례없이 적극적인 정책 추진 의지를 보인 데에는 몇가지 배경이 있다.그의 두번째이자 마지막 대통령직 임기가 채 2년도 남지 않은데다,1년8개월 만에 지지율 50% 선을 회복했으며, 대통령 권한으로 과감한 개혁을 밀어붙여도더이상 잃을 게 없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말한다. "전 더이상 출마할 선거가 없습니다. 알아요. 두번이나 이겼죠"
오바마는 연설에서 “난 더이상 출마할 선거가 없다”고 배수진을 쳤다.그는 이 대목에서도 “내가 두차례 대선을 다 이겼기 때문에 안다”며,원고에 없는 애드리브를 날려 공화당의 속을 긁었다.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재선까지만 허용한다.
그는 이어 “앞으로 2년간 내 유일한 어젠다는 바로 이곳 의회에서 취임 선서를 한 이래내가 미국을 위해 최선이라고 믿는 것을 수행하는 것”이라며주요 의제를 과감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그 핵심이 불평등 완화와 중산층 살리기다.현실적 수단은 재원 확보를 위한 증세다. 주된 세원은 부유층일 수밖에 없다.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공화당과 최상위 부유층은 강하게 반발할 게 뻔하다.<뉴욕 타임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에서 “잘될 것 같지 않은 것에도 과감한 행동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실제로 지난 6년간 조세개혁에 저항해온 공화당 의원들에게 부자 증세를 거듭 제안했다.지역 전문대학(커뮤니티 칼리지) 수업료 무료화, 중산층 보육 지원과 유급 병가 등을 위한 예산 승인도 요구했다.그는 자신의 개혁 조처를 가로막는 어떤 법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이날 연설에서 오바마가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것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와 ‘개혁법안 반대’ 둘뿐이다.
그러나 현실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뉴욕 타임스>는 “의회의 불이 꺼지고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간 뒤에도의회의 균형(의석 점유율)은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공화당이 상·하 양원을 장악한 의회에서,통과가 어려운 개혁 조처들이 오바마의 과감한 리더십을 실현시켜 줄지아니면 무기력한 시간 낭비에 그칠지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에서 공화당의 협력을 구하는 것을 잊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그는 “오늘 밤 내가 밝힌 비전에 공감하면 함께 손잡고 일하자.동의하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 적어도 동의하는 부분만큼은 함께 일했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이제 공은 공화당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