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내공 : 상상초월
엘더스크롤 시리즈 팬들에게 있어 지난 4년간의 기다림은 하나의 즐거움이자 여흥 이였다.
간혹 올라오는 프리뷰와 인터뷰를 읽는 소소한 즐거움과 때때로 공개되는 메머드급 스크린샷을
볼때 조만간 나올 차세대 RPG에 대한 기대감은 한층 부풀어 올랐고 즐거움을 동반한 오랜 기다림
끝에 엘더스크롤4 오블리비언은 출시가 되었다.
-그래픽-
나는 사실 화려한 그래픽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픽의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선 전혀 문외한이다.
어떤 고도의 기술이 접목 되었고 그런 기술들이 접합되어 실사와 같은 그래픽을 선보이고...그래서 게임이
나오기 전에 이런 장문의 기술력이 실린 프리뷰를 읽어보고 고개를 끄덕이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실망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따라서 그래픽은 내 마음에 드는게 최고라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둠3의 그래픽보단 롱기스트져니의 화이트드래곤을 만나는 부분이라던지...당연히 기술적인 부분은
둠3가 훨씬 우위지만 좋은 것은 어쩔수 없는 법 롱기스트져니의 그래픽이 더 마음에 듬)
이런 부분에 있어서 가장 최고였던건 지난 2002년에 출시된 모로윈드였는데 지웁과의 대화를 끝내고 맨처음
배 밖으로 나왔을때 세이다닌의 풍경은 가히 충격이였다(원 세상에 이게 게임인가 싶기도 하고...이 오프닝의
임펙트를 능가하는 게임은 없었음)
허나 2006년의 오블리비언은 이정도의 충격은 아니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대치에 못미치는 조금 미진하다는
느낌마져 들었다...
게임브리오2.0 엔진으로 중무장하고 스펙큘러라던지 페럴래스맵이라던지 모시는데 좀 비싸다는 기술력이 동반된
훌륭한 그래픽이지만 뭔가 어긋났다고 해야 하나...가시거리가 전작보다 월등히 멀어진 탓에 먼곳에 있는 부분이
조금 뭉개져 보이는 부분도 그렇고 길가의 풀이나 나무들은 조금 신경써서 보면 도트가 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물 그래픽은 먼곳에서 볼때는 괜찮지만 가까이 가서 볼때는 전혀 볼품 없는...4년이 지났지만 어떻게 보면 모로윈드
쪽이 좀더 현실적인 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이(구정물틱한)들 정도로 별로였고 바닥 텍스쳐 또한 비쥬얼팩을 사용한
모로윈드와 비슷한 수준이였다.
게임의 전체적으로 봤을때는 차세대 게임 답게 여러가지 기술력이 동반된 훌륭한 그래픽이긴 하나 상세히 뜯어 보면
퍼즐의 조각조각이 좀 빠진것처럼 어긋난 부분이 눈에 띄었다.
(메릴랜드 주립 대학의 자연과학 교수들과 1년간 연구해서 만들었다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숲과 나무만큼은 인정)
인터페이스
더할나위 없이 쾌적했다.
블록 버튼의 추가로 기타 부분들이 불편해 지지 않을까 했는데 기우였고 게임을 하는 내내 별 큰 불편함을 느끼진
못했다
다만 인터페이스 자체가 콘솔우대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인벤토리창의 다지안이라던지 스탯창의 아기자기함(?)은
모로윈드처럼 중후하고 긴밀한 맛이 떨어져 개인적으로 별루였다. 게임 분위기에 조금은 누가 될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라는 생각...
사운드
전작보다 가장 강화된 부분이라고 볼수 있을것 같다. 하청 받을때 돈 문제 때문인지 전작은 10곡도 채 안되는
(음악의 비쥬얼 만큼은 최고였지만)곡을 적지 않은 플레이 시간 동안 무한정 반복해서 틀어야 했기 때문에
상당히 괴로웠는데 이번작은 로딩 마다 새로운 음악이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역시 거장 제레미소울 )
특히 전작에선 필드에서 랜덤하게 발생되는 전투 때문에 좋은 곡을 듣는 도중 전투 음악으로 갑작스럽게 뒤바껴서
맥이 탁 풀리는 기분도 들었는데 오블리비언에선 전투 음악과 배경 음악이 오버랩되는 부분도 있었서 제작진의
배려에 고마움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서도 살짝 아쉬웠던건 메인 타이틀곡인 메이가 모로윈드의 타이틀곡을 리메이크
했다는점. 오블리비언만의 독창적인 메인 타이틀 곡을 기대 했는데 이 부분이 아주 조금 아쉬웠다.
A.I
현실성 있는 세계를 선보이기 위해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NPC들과 RPG 사상 최초로 시도한 스케쥴에 포함 되어 있지
않은 NPC와 NPC간의 랜덤한 대화는 좋은 시도이긴 했으나 좀 어설펐다.
예를 들어 NPC와 NPC가 대화를 나누는데 "자네 네레바린의 소식은 들었는가? "별로 듣고 싶지 않다네."
등의 무미건조하고 인공지능적인 대화는 미소를 자아내게 했고 시간에 따른 스케쥴은 있으나 퍼포먼스가 미약한
오블리비언은 전작인 모로윈드의 NPC에서 꽤나 발전된 수준일뿐 혁명적인 AI는 아니였다.
제작진의 말로는 살아 숨쉬는 세계를 보이기 위함이라고 했으나 이퀄리브리엄의 세계처럼 느껴진건 나뿐이였을까...
차라리 그 방대한 대화 시스템을 개발하기보단 NPC의 에니메이션을 좀 더 추가 시키고(낚시를 한다거나 일을 할때 좀
리얼하게 한다든지)고정된 스케쥴링을 부여해서 시각적으로 놀라움을 선사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 한다.
(제작년 인터뷰에선 NPC들의 많은 행동양식에 대해 설명을 한적이 있었는데 오블리비언의 데이터 파일을 뜯어 보니
NPC의 에니메이션은 고작 16가지에 불과 했다. 무슨 연유에서일까...?)
전투
"모로윈드보다 훨 낫고 데거폴보다 조금 못한 수준." 이랄까...
블럭의 도입은 좋았지만 그렇게까지 쓸만한건 아니였다. 방어와 공격을 동시에 구사 할수 있는 파격적인 것도 아니였고
모로윈드에서도 공격을 하기 전에 자동으로 블럭이 되니까 방어 자체는 크게 매리트가 없었다. 다만 무기로 방어를 할수
있다는 점이 꽤 좋았고 인정 할 만한 건 적들의 전투 AI가 전작과는 비교 불가능 할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사이드 스텝으로 활을 피하는 고블리법사-0-)
갠적으로 데거폴의 전투 시스템이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오블리비언도 데거폴 처럼 마우스로 검을 휘두르는 방식의 전투
시스템을 도입 했으면 기존의 오블리비언보다 훨씬 다이나믹 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된다.
게임플레이
황제의 죽음으로 부터 마틴셉팀과의 여행까지...한 50여개의 퀘스트를 한듯 하고 이중에 너무 재밌는 퀘스트들도 많았다.
(너무 궁금해서 데이터 파일 뜯어보니 고정 퀘스트가 얼추 300개를 넘었다ㅡㅡ;; 오블리비언의 아이템 갯수나 맵의 텍스트
파일, 몬스터 종류와 온갖 소스가 궁금하면 공식 홈피에서 컨스트럭션셋을 다운 받아 데이터 파일 불러 들이기 하면 알수 있음)
전작보다 월등히 쉬워진 부분은 퀘스트가 맵에 표기가 되었고 더군다나 트래벌 시스템을 사용해 공간 이동이 너무도 수월
해져서 게임 플레이가 극단적으로 짧아졌다.
과거 모로윈드에서는 초반에 발모라 파이터 길드에서 가장 어려웠던 미션중에 하나인 VAS섬에 둥지 틀고 사는 네크로맨서
한명을 죽이라는 임무를 부여 받았는데 VAS섬이 모로윈드 최 북단에서 1마일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곳이라ㅡ..ㅡ;;
길따라 그 미션 하나 완료 하는데 2시간은 걸렸다.
오블리비언에선 이런 부분들이 사라졌는데...난 오히려 이런 부분들이 단점이라고 본다.
굳이 전작이 없는 최초 타이틀이라면 평가의 잣대가 될수 없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알아서 해결하는게 모토였던 퀘스트
해결 방식을 맵에서 표기가 되게 하여 찾기 쉽게 하고 이런 부분들을 따라가다 보니 종국엔 플레이어가 메인퀘스트를
따라가게끔 유도 하는 느낌이 들었다.
전작 모로윈드의 메인퀘스트는 그 메인 퀘스트 자체가 하나의 서브퀘스트에 불과한 일종의 퀘스트+퀘스트 방식이였다.
즉 메인퀘스트를 진행하다가 발을 빼버리고도 아무런 제약이 없는 게임이였다(신까지도 펀치로 살해가 가능한...)
아무렇게나 여행하고 우연히 마주친 NPC와 벌어지는 에피소드가 매력이였고 그 매력이 게임 플레이의 정당성을 부여 했는데
오블리비언은 퀘스트 자체를 꼭 진행해야 하게끔 유도를 해서 비선형이기보단 "아...씨 꼭 이런걸 달고 다녀야 하나(마틴셉팀)."
라는 불만이 나올만큼 자유도에 있어서 조금 제약을 둔 부분이 적잖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 역시 콘솔 유져들을 의식 했다는
점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고 좀 아쉬웠다.(한마디로 난이도가 너무 하락했고 이벤트가 많았음)
더할나위 없이 재밌으나 아쉬운...
플레이 시간은 50시간 정도지만 정신없이 즐겼고 재밌는 퀘스트 역시 많았다. 이번작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성장은 게임을
하는데 있어서 기타 여러가지 부분들(사운드,인터페이스,전투)평소엔 잘 인지하지 못하나 플레이 도중에 인지하게 되는
이런 기타 요소들을 제작진이 플레이어를 위해 많은 배려를 했다는 점이다.
작은 물이 모여 시냇물을 이루고 그 시냇물이 모여 바다를 이루듯 미세한 부분에 있어서 제작진의 세심한 손길이 결국 게임을
플레이하는 전 세계 사람에게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끼게 해주었고 이런 점들은 참 고마웠다.
썰리는게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하복 물리엔진 역시 매우 흡족할만한 수준이였고 장애물이나 함정을 이용해 상대를 죽이는
방식 또한 기존의 RPG에서 볼수 없었던 매우 신선한 충격이였다.
다만 지난 몇년간 웹싸이트를 통해 간간히 들려오던 소식에 너무 기대를 했던 탓일까...
처음 시도 되었다던 AI 시스템이나 그래픽면에서 기대 했던것 만큼은 아니였다.
오블리비언의 그래픽이 별로라니 그럼 어떤 게임의 그래픽이 좋다는 것이냐...라고 물으신다면 별로 대꾸 할말이 없다.
하지만 분명 2002년에 접한 모로윈드의 임펙트 만큼은 아니였다고 말씀 드릴수는 있다.(어쩔 것인가 내 느낌이 이렇다는데...)
기술적으로나 완성도로나 전작보다 월등히 낫다고 평가받는 이 게임에 대한 내 시선이 전작보다 못해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 드리기가 힘들다.
오랜 기간 세월 속에 게임에 대한 열정이 침식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면 내 개인적인 시선이 너무 높아졌는지도...
하지만 내 아쉬움은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고 오블리비언은 언디스퓨디드다... 더할 나위 없이 재밌었고 현존하는 RPG 게임계
의 세계 챔피언 임에는 부정 할수 없다.
정말 오랜만에 정신 없이 플레이 했고 좀 싸게 샀다는 생각이 들만큼 가치가 있는 게임이였다.
더불어 무한한 장인정신을 보여주는 베데스다 휘하 엘더스크롤 제작팀 여러분께...전원 고기부페 쏴주고 싶을 정도로
(진심으로)감탄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