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플레이 스테이션 2로 정식 발매된 복싱 게임, [파이트 나이트 라운드 3]를 구입했습니다. 이전부터 나돌던 XBOX360 판의 스크린 샷이나 평들을 보고, 이거 기종 변경을 해야하나 심각한 고민도 했는데, PS2 버전으로도 출시된 덕분에 한동안은 이걸로 즐길 수 있겠군요. 일단, 표지와 매뉴얼은 한글화되어 있지만, 알맹이는 영어판 그대로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특성상 언어가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고, '영어는 쥐약이다'라는 분도 얼마간 게임을 해 온 경험이 있다면 충분히 커버가 가능한 정도. EA의 복싱 게임은 플레이 스테이션으로 나왔던 [녹아웃 킹즈]까지 즐겨오다, PS2로 출시된 본작은 3편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즐기게 되었는데요. 일단 왼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이동이라는 점은 익숙하지만 양 펀치를 오른쪽 아날로그 스틱으로 지정하고, L1, R1 버튼으로 가드와 위빙을 하는 조작은 신선하더군요. 펀치의 입력은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익숙해지고 나면 그저 버튼으로 처리하는 것 보다 훨씬 리얼한 느낌을 주고.... 가드와 위빙을 방향키+버튼의 구성으로 하여 보다 직관적인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펀치의 경우 입력에 약간 애매한 판정이 있어, 왼쪽과 오른쪽 입력이 확실하게 구분이 안되는 듯한 느낌도 없지 않습니다. 일단 그래픽은 실사를 방불케하던 360판에 비하면 안구에 습기가 차오르는 그래픽이지만, 플레이 스테이션2 게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수준높은 영상을 보여줍니다. 대전 캐릭터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하지만 관객들의 재현도 나름대로 만족. 실존하는 수 십명의 복서들과 전설로 불리우는 추억속의 복서들을 사용해 가벼운 느낌으로 대전을 즐기기도 하고, 역사 속의 명장면을 직접 재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게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커리어 모드는 자기가 창조한 신인을 왕좌로 이끌어가는 재미에 패드를 쥔 손을 놓지 못하게 합니다. 캐릭터의 창조에 있어서도 스맥다운 시리즈가 그러했듯, 다양한 캐릭터를 입맛에 맞게 창조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맥다운의 경우 완전히 맛 간 듯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도 가능하지만, 파이트 나이트의 경우는 보다 리얼함을 중시한다고 할까? 일단 복싱의 경우 트렁크만을 입고 행해지는 경기이기 때문에, 우주 형사 같은 파츠는 애초에 등장할 수가 없겠지요. 얼굴의 세부적인 조정과 피부색, 머리, 수염 등등의 선택이 가능합니다. 커리어 모드를 진행하며 얻는 파이트 머니를 이용하여 글러브나 트렁크, 신발 등의 아이템을 구매, 장착하면 선수의 능력치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문신 등도 새겨넣어 개성을 더할 수 있게 했습니다. 360 버전을 즐기고 있는 유저들은 펀치 스피드가 느리다, 2보다도 더 느려진 듯 하다 라고 하지만, 어느 쪽도 직접 만져본 일이 없기에 뭐라 말은 못하겠습니다. 하지만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게임은 복싱 게임으로서 나무랄 데 없이 잘 만들어진 게임이고, 킬링 타임용으로 가볍게 잠깐 잠깐씩 즐기려는 사람이나, 진득하니 우려낼 수 있는 게임을 찾는 사람이나 누구에게나 호응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