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잔인한 일상의 폭력, 포스탈 2(Postal 2)

프린시아 작성일 06.08.09 14: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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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임내공 : 우수함


포스탈2는 제가 성인이 되고 나서 접한 게임입니다. 2003년 게임인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때 제 나이 21살이었죠. 그러나 포스탈2를 처음 했을 때의 충격(?)이란..
요즘은 비쥬얼적으로 잔인한 게임이 무척 많지만 당시 포스탈2는 비쥬얼보다도
게임성 자체의 잔혹함으로 평판이 높았습니다.

포스탈2의 그래픽은 요즘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지만 그 당시에는 좋은 편이었죠.
색감도 화려하고 캐릭터의 움직임도 그닥 봐줄만큼 자연스러운 편입니다. 특히 당시
에는 불의 표현이 뛰어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작자들이 직접 불을 질러놓고
그것을 표현하려 했다죠. 게다가 게임의 잔인성을 높이는데 한 몫 을 하는 만큼 불은
포스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요소, 되겠습니다.
사운드 역시 괜찮은 편입니다. 주인공 목소리가 참 좋았죠. 무기 중에서는 삽을 휘두
르는 소리 및, 삽으로 때리는 소리가 가장 리얼하죠. 그 외 총기는 좀...

그러나 포스탈2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철지난 그래픽과 사운드가 아니라 폭력적인
게임성 그 자체에 있습니다. 일단 비쥬얼 자체만으로는 크게 잔인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플레이를 하다보면 이런저런 요소가 게이머를 자극하죠. 삽으로 떨어트린
사람 머리 가지고 축구와 골프를 하는 건 그냥 웃음밖에 안나오고 화염병이나
휘발유로 사람을 태우는 건 기본이죠. 특히 퍼레이드에 화염병 던질 때 연쇄 작용으로
불이 옮겨붙어 모두 시커먼 숯이 되는 장면은 기억에 오래 남는 명장면(?)입니다.
주인공의 오줌 싸기도 재미있는 요소죠. 남한테 쌀 수도 있고 자기한테 불이 붙으면
머리 위로 오줌을 싸서 불을 끌 수도 있고... 마음에 안드는 자식 삽으로 대가리 날려
죽여놓고, 휘발유 뿌려 시체에 불 붙인 다음 마지막으로 오줌을 갈기는 삼단 콤보.
역시 19세 이하는 플레이하지 말아야 할 게임입니다.

그러나 각종 무기를 들고 다니며 학살을 하는 것도 한 두번, 그대로는 슬슬 질리죠.
포스탈2의 또다른 묘미는 바로 일상적인 미션 수행입니다. 은행가서 돈 찾기, 상점가서
우유 사기, 돌아다니면서 설문조사하기, 책 갖다 주기, 성당가서 참회하기, 투표하기 등등...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늘 하는 일들이 바로 미션 목표죠. 세상에! 얼마나 평범하고 평화로운
미션입니까. 그러나 그 평범한 일상 미션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는 전적으로 게이머에게
달려 있습니다. GTA 시리즈처럼 완벽한 자유도는 아니더라도 우유를 사더라도 긴 줄을
다 기다릴 수도 있고, 그게 짜증난다면 다 죽여버린 다음 유유히 계산을 할 수도 있죠.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수행해나가면서, 순간 순간 분노를 폭발시켜 살인마로
변하는 겁니다. 끊임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이코보다, 마을 주민들과 인사도 나누고
아내 심부름도 하며 잘 살던 사람이 갑자기 이성을 잃고 악마로 변하는 것이 더 잔인합니다.

확실히 이 게임은 위험한 게임입니다. 아주 일상적인 일들을 반복하게 함으로써
도덕적 관념을 서서히 무너트리고, 또한 그 가운데서 폭력의 쾌감을 느끼게 하죠.
그러니, 말씀드립니다. 게임은 게임일 뿐, 절대, 네버 따라하지 말자!


PS. 게임 중간중감 웃긴 부분도 많습니다. 도서관에서 폭탄 및 테러리스트를 위한
팁 서적 앞에 아랍인이 서있다든지, 실수로 개먹이를 먹었을 때 주인공의 반응이라든지
경찰이 반죽어가는 기어다니는 행인을 발로 차서 죽이는 것 등등...

PS2. 엔딩이... 참 기억에 남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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