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시장이 발전하고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기획의 중요성은 높아진다. 게임은1에서99를 창출하는 제조업과 달리0에서100을 창출해야 하는 문화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화 산업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시장 상황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저의 니즈를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게임을 개발할 것이며 어떻게 디자인해 나갈 것 인지를 결정하는 기획 부분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하겠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 원칙이 유독 한국게임시장에서는 등한시되고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게임을 개발할 때는 거기에 소요되는 자금이 있고 , 그 자금을 회수하는 데 있어 (주1)재무지표와 이익으로 평가되는 경영적 관점이 존재한다. 한국형 온라인 게임은 오픈 베타라는 서비스 모델이 기본으로 정착되어 버린 탓에 개발자들이 유저의 니즈에 과도하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환경이 이루어져 왔으며, 대부분의 개발자들은 아이디어를 무시하고 철저하게 마케팅의 관점에서 경쟁 타이틀을 벤치마킹하려는 유혹에 빠져 온 것이 사실이다.
밑으로는 유저들의 원성에 시달리며 위로는 빨리 자금을 회수할 수 있게 하라는 최고 경영자들의 닦달에 시달려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모든 게임 개발은0에서100을 만드는 행위가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에 회수되는 자금 역시 100이 될 수도 있지만0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의 게임 개발은 몇십억에서 몇백억 이상의 거대 자본이 소요되기 때문에 자금을 투자한 製作者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빠른 시간 안에 개런티를 받고 싶어하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하지만, 게임 개발은 항상 기획이 전제가 되어야 하며 가장 많은 시간을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기획에 쏟아 부은 노력과 열정만큼 본 개발에서의 시행착오와 시간낭비는 줄어든다. 그리고 , 製作者들이 가장 걱정하는 비용 문제도 획기적으로 절약될 수 있다. 시간에 쫓겨, 니즈의 관점에서 트렌드를 쫓아 급하게 인력을 모으고 게임 디자인을 하고 서비스를 시작하려 하면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종국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을 대부분의 베테랑 개발자들이 몸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는 그것이 어려웠다.
이번 회에서는10회 한정 특집으로2006년의 한국 게임 시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 볼 것이다. 또한 최고 경영자에게는 시장의 경제 원리가 게임 시장의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여 게임 개발사의 경영과 운영 전략에 관한 거시적인 시각을 갖게 만들 것이다. 비단 게임 개발사의 실무자가 아닌 유저들 역시 이번 회를 통해 한국게임시장의 현태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라는 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할 것이다.
게임 개발의99%는 기획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국에서는 이런 관점이 철저히 무시되어 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게임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을 크게 중시해야 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게임시장은 나름대로의 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영자와 개발자가 게임 기획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그것을 통한 시장 관점을 가질 때 시장은 좀 더 발전할 수 있고 나아가, 세계 게임 시장의 치열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형 온라인 게임을 떠받치고 있는3대 요소
게임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획이다. 그러나, 게임을 개발하는 최대의 목적은 수익 창출에 있기 때문에 항상, 게임 기획은 고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연구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개발사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의 회사는 한국게임시장에서 영원한 수익모델이라고 평가되는mmorpg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mmorpg는 몇십억~백억 단위의 개발비가 소요되기 때문에 이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따라 회사의 흥패가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당신은 최고경영자와 임원들 앞에서 이 프로젝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변함없는 지원을 당부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신은 이 프로젝트의 프로듀서로서 불안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당신은, 한국게임시장의 오랜 베테랑으로서mmorpg 시장이 뚜렷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울러 회사에서 서비스하고 있던 기존의 온라인게임들도 매출이 날로 추락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mmorpg 시장이 단순히 추락하고 있다는 상황 분석만으로는 경영자들에게 어필 할 수 없다. 경영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신규 비즈니스 모델에는 몸을 사리지만 수없이 다른 회사에서 증명되고 안정적이라고 평가되어 온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는 관대하며, 비록 현재의 상황이 불안한 시그널을 내포하고 있더라도 끝까지 결과를 보고 싶어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성향 때문에 블루오션 이론이라는 것이 생겨났고 이것은 일반적인 다수의 경영자들이 움직이는 것과 반대로 움직이는 일부의 경영자들이 대박을 터뜨렸다는 정황 근거로 이어진다.
어쨌든 당신이 프로듀서라면 경영자들을 효율적으로 설득하고 , 자신이 맡고 있는 프로젝트를 보다 안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시장을 볼 줄 아는 ‘눈’을 가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 요소를 파악하는 데에 있다.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3대 요소 예를 들어 단순 노가다라는 요소를 생각했을 때 취할 수 있는 기획적인 부분에 대해 알아 보자.
단순 노가다는 아이템 현거래라는 요소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mmorpg라는 것은 싱글 게임과 달리 단순 노가다가 필수불가결 하지만 유독 한국의 유저들은 단순 노가다를 일부러 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아이템 현거래를 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게임 시스템이 복잡해지고 재미요소를 추구하면 추구할수록 현거래에 사용 되는 아이템이나 재화, 캐릭터 등을 확보하는데 드는 시간은 늘어난다. 아이템 현거래를 목적으로 플레이 하는 전문적인 사람들을 제외하고라도 많은 유저들은 언젠가는 자기가 즐기고 있던 캐릭터를 팔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게임을 하기 때문에 쉽게 레벨이 오르기를 기대한다.
단순 노가다에 충실한r2 당신은 프로듀서로서 두 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단순 노가다를 선호하는 유저들은 플레이하면서 항상 레벨에 집착하게 마련이고 레벨을 올리는데 많은 사고나 생각이 필요하게 되면 짜증을 내고 좀 더 단순한 플레이가 보장되는 게임으로 눈을 돌리게 된다. 당신이 단순 노가다라는 요소에 충실해서 개발을 진행시킨다면 게임 개발비를 현격하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단순 노가다에 충실한mmorpg는 기획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반대로, 시장의 하락이 단순 노가다라는 게임 요소가 유저에게 어필하는 힘이 약화 되는데 원인이 있다고 보고 단순 노가다를 철저히 배제한 게임을 개발하려고 한다면, 과연 단순노가다와 아이템 현거래에 상관 되어 있는 유저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 또 게임의 매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력은 어느 정도인지 면밀한 검토가 따라야 할 것이다.
이처럼 게임 기획을 할 때는 단순히 게임 디자인뿐 아니라 기획원안 단계에서부터 시장의 정황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는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너무나도 많다.
게임을 기획하는 데에는 매우 다양한 사고의 전환과 발상의 미학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지 경영만 했다거나 프로그래밍만 했다거나 하는 특정 분야에 전문적인 사람이 기획을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물론 기획자가 아무리 뛰어난 사고의 전환과 발상의 미학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혼자만의 역량으로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성공적인 서비스와 수익 실현이라는 최종 목표까지는 일정한 시간과 거리가 있고 이 사이에는 스탭 간의 반목과 갈등, 정치적인 흐름이 존재 한기 때문이다.
일정한 시간과 거리 안에서 스탭간의 유기적인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어 주고 이어주는 역할 , 그것이 최종적인 프로듀서의 모습이다.
프로듀서의 역할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게임 개발에 있어 프로듀서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따라서 프로듀서는 게임 개발에 관련한 모든 영역에 대해 어느 정도의 지식을 습득하고 있어야 한다. 자신의 기획 내용이 구현될 수 있을 것인지의 실현 가능성을 프로그래머와의 협의 전에 미리 검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프로그래밍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최근의 유저들이 어떤 스타일의 캐릭터를 선호하고 타사 게임의 그래픽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 위해서는 원화에서 그래픽에 걸친 작업 프로세스를 꿰뚫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 시장 분석력과 게임을 플레이하고 분석할 줄 아는 능력이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직접 피시방에 가서 유저들과 함께 게임을 플레이 해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프로듀서는 수퍼맨이 되어야 하는가? 프로듀서도 사람인 이상 전분야에 걸쳐서 전문가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전분야에 걸친 사람들을 모아서 이야기하고 조화로운 조직을 만들 수 있는 최소한의 지식과 무엇보다도 중요한 인격은 갖추고 있어야 한다. 조화로운 조직을 만들기 위해서는 ‘흐름’이 중요한데 여러 사람이 모여서 구성된 조직의 흐름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인격부터 어느 정도 선 이상에 올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흐름’이라는 것은 여러 형태가 있다.
유기적으로 돌아가던 좋은 조직에 어느 날 새로운 스탭이 참여 한다. 그러나, 그 스탭은 참여 당일부터 계속해서 불평과 불만이 끊이질 않고 이런 현상은 주위 스탭들의 사기마저 저하하고 있다. 당신은 이 사람에 대해 당장 회사를 나가게 하거나, 아니면 꾸준한 설득과 빛나는 리더십을 통해 감화시키거나 둘 중의 한 가지를 선택 할 수 있다. 간혹, 어떠한 대응책도 실행하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프로듀서도 있다.
어떤 형태로 대응하든 , 새로운 인력에 대한 대처 방식에 따라 조직의 ‘흐름’은 바뀐다. 그런 흐름을 관장하는 것이 프로듀서인 것이다.
유저가 원하는 것을 만들면 좋은 기획자,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만들면 실패한 기획자?
게임 개발 업계에서 오랜 기간 종사해 본 사람이라면 ‘유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라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 봤을 것이다. 이는 비단 게임 업계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다른 업종의 시장에도 종종 강조되는 이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와는 반대로 유저의 니즈를 생각지 않고 생산자, 기획자가 만들고 싶은 타이틀을 만들어서 판매 혹은, 서비스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니즈 지향과 대립하는 개념으로서 ‘시즈 지향’ 이라 부른다.
일본게임시장은1980년대 중 후반에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시장의 성장 곡선이 너무나 가팔랐기 때문에 유저의 니즈를 특별히 염두 할 필요가 없었다. 수요가 넘칠 정도로 많았기 때문에 어떻게든 만들기만 하면 일정 분 이상 팔리는 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회사의 간섭 없이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타이틀을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리고 , 당시의 크리에이터들의 기획 의도가 반영된 타이틀은 새로운 유저의 니즈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슈팅 게임에 시나리오를 강조한 기획의도, 알레스트2 한국게임시장은, 1990년대 후반 온라인 게임 트렌드가 시작 되고 나서는 시즈 지향이 빛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대부분의mmorpg 기획자들은 리니지의 디자인 영역 안에서 기획을 해야 했다. 넥슨의 카트 라이더는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를 성공적으로 벤치마킹한 수익 모델이었기 때문에 이후, 많은 개발사들이 앞다투어 닌텐도의 콘솔 게임을 벤치마킹하여 온라인 게임으로 시장에 내놓았다.
리니지의 디자인 영역 안에서 기획을 한 개발사나 카트 라이더를 따라 닌텐도의 콘솔 게임을 벤치마킹한 개발사들은 니즈 지향을 큰 전제로 분석하고 시즈 지향을 강하게 부정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다.
니즈 지향을 따라갔다가 동종 게임의 난립으로 서비스 조기 종료된 겜블던 게임 시장은 엔터테인먼트 시장이다.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획자의 기획 의도와 의지가 강하게 반영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캡콤의 바이오 해저드 개발팀을 이끌고 있는 디렉터 (주2)미카미 신지씨는 sfc판의2d 액션 게임 알라딘의 기획을 끝내고 얼마 뒤 바이오 해저드의 기획 안을 제출했다. 경영진의 입김이 강한 개발사라면2d 게임 밖에 개발해 본 적이 없는 기획자가3d로, 더군다나 시장에서 본적이 없는 묘한 장르로 승부를 걸겠다고 했을 때 승인해줄 리가 없었겠지만 캡콤은 이사로 재직 중이던 개발 라인의 리더 (주3)오카모토 요시키씨가 퇴사하고 2005년 미카미 신지씨가 부장 직에서 해임될 때까지는 개발 라인의 입김이 경영진을 압도하는 몇 안 되는 대형 개발사 중의 하나였다. 결과적으로 미카미 신지씨의 시즈 지향 의지는 시리즈 누계판매량 전 세계 3000만 장에 달하는 새로운 유저의 니즈를 창출한 것이다.
미카미 신지씨. 게임큐브에 올인 전략 실패 후 부장 직에서 해임, 현재는 클로버 스튜디오에서 디렉터를 맡고 있다 1990년대 중반, 한국게임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은 변방에 위치할 뿐이었다. 당시 시장의 메이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pc 패키지 업계는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있던 넥슨과 엔씨소프트를 게임 회사로 쳐주지도 않았다. pc 패키지의 매출 쉐어가 전체 게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던pc 패키지의 황금기, 아직 와레즈와 불법복제의 파란이 본격적으로 불기 이전에는 유저의 니즈가pc 패키지 게임에 있었고 게임 개발사는 당연히 여기에 편승해야 한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넥슨의 바람의 나라 개발자들은 세계 최초의mug 게임이라며 게임 잡지사에 자료를 들고 갔지만 잡지사 기자들은 기존의mud 게임에서 조금 발전 된 형태로 이해할 뿐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들만의 시즈를 잃지 않았다. 이것이 언젠가 게임 시장의 판도를 바꿀 혁신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강력한 시즈 지향으로 만들어진 바람의 나라 넥슨에서 바람의 나라를 만든 개발자 (주4)송재경씨는 그만의 시즈를 얼마간 확인하고 바로 엔씨소프트의 (주5)김택진 대표와 손을 잡았다. 그 뒤 엔씨소프트에서 개발한 리니지는 앞서 이야기한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3대 요소를 모두 갖춘 완벽한 선행 모델로서 한국 시장에 자리 잡았던 것이다. 그 뒤 온라인 게임, 특히mmorpg를 만드는 개발사들은2006년까지도 리니지의 시즈 지향에 눌려 항상 니즈 지향으로만 게임을 개발해 왔다.
간혹, 탈 리니지 노선을 추구하며 시즈 지향이 강한mmorpg도 간간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시즈 지향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었지만 이미 한국게임시장은 리니지가 다져 놓은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3대 요소가 너무 강력하게 뿌리 박고 있었기 때문이다. 니즈와 시즈의 경계를 허물어라
오늘도 시장에서는 유저의 잠재적 니즈와 게임 기획자의 시즈를 반영한 수많은 온라인 게임이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어느 한 방향으로만 개발 정책이 흘러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해2006년에 한국fps 시장의 선두 자리에 입성한 서든 어택의 성공은 앞서 말한 이야기를 방증하고 있다. 서든 어택은 개발 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카운터 스트라이크를 벤치마킹한 게임이다. 기존에 드래곤플라이에서 개발한 카르마 같은 경우는 오리지널리티가 강했다. 두빅엔터테인먼트에서 서비스한 히트 프로젝트의 경우에는 약간의 sf 요소도 가미하여 색다른 시도를 꾀했지만 결과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한편 게임하이는 서든 어택의 개발초기부터 철저하게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벤치마킹으로 출발했다. 서든 어택의 기획자는 많은 유저들이 카운터 스트라이크에 열광한다는 사실을 알고 카운터 스트라이크의 게임 시스템을 간략화시켜서pvp와 인터페이스의 형태를 한국형 온라인 게임으로 개선 시켰을 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경영진을 설득했다. 하지만 게임하이의 경영진은 이런 기획자의 시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표명했다.
서든어택 “이미 카운터 스트라이크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우리가 거기 파고들 수 있을까?”
하지만 서든 어택의 기획자는 자신의 시즈를 굽히지 않았고 우여곡절 끝에 완성되어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또, 다른 성공 사례도 있다.
2004년 넥슨은 마리오 카트를 벤치마킹한 카트 라이더를 서비스해 유년층부터 중년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저를 사로 잡았다. 이 카트 라이더의 개발 과정에도 니즈와 시즈의 상호 관계를 엿볼 수 있다.
넥슨의 (주6)정영석 실장은 카트 라이더 이전에도2001년 허드슨의 봄버맨을 벤치마킹한bnb를 서비스하여 ‘일본의 검증 된 콘솔 게임을 온라인화시키면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라는 결과를 도출해냈다. 사실 한국의 콘솔게임시장은 삼성새턴의 철수 이후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에 온라인 게임업계에서 일본의 콘솔게임에 대한 지식은 거의 없었고 온라인게임으로만 개발을 시작한 개발자들도 콘솔게임에 대한 지식이 옅은 편이었다.
카트라이더 그래서, 비교적 캐주얼 지향으로 디자인 된 일본의 콘솔 게임들에 대해 별다른 주목을 하지 않았는데bnb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비로소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시작된 것이었다. 넥슨의 정영석 실장은bnb의 성공에서 자신만의 시즈를 굳게 믿고 있었고 , 그 시즈에 경영진이 다시 한번 손을 들어주면서 카트 라이더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에서 거의 모든 재미 요소를 가져오기 위해 개발자들의 시즈를 풀가동한 끝에 캐주얼 시장이라는 새로운 유저의 니즈를 창출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살펴 본 여러 게임들을 종합해 보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게임은 유저의 니즈를 생각한 게임도 아니고 다른 회사에서 생각하는 시즈를 보고 그대로 따라가는 게임도 아니었다. 다만 게임 기획자가 자신의 기획 의도를 믿고 경영진을 설득시켜 끝까지 자신의 의지를 관철 시킨 것들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국게임시장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한국형 온라인게임으로서의3대 요소이다. 아무리 게임 기획자가 자신의 시즈를 믿고 밀어붙인다 하더라도 앞서 전제한3대 요소의 힘 앞에서는 그다지 힘을 쓰지 못하고 무너져 버리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판타그램의 샤이닝로어, 네오위즈의 요구르팅, imc게임즈의 그라나도 에스파다 등이 그러한 선례이다.
유료화 이후 이용자 수가1/10으로 격감한 그라나도 에스파다 언제까지나 한국형 온라인게임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세계게임시장에서 어필하기 위해서는 지나치게 유저의 눈치를 살피는 일은 지양되어야 하며 무엇보다 기획자와 경영자 간에 선입견 없는 폭넓은 커뮤니케이션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한국 게임 업계 관계자 여러분의 奮鬪를 기대한다.
10회 특집을 마치며
원래 한국게임시장의 흥망사는100회를 기획하고 시작 했다. 2002년에 신판 허생전을 탈고하고 지데일리의 이경준 사장님에게 뭔가 연재를 해보라고 권유받은 것이 계기였다.
사실, 이러한 연재는 업계에서 성공하고 경륜이 많이 쌓인 관계자가 은퇴해서 해야 맞다. 그래야,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글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살아 있을 동안 그런 일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무엇보다 업계에서 성공하게 되면 비즈니스로 많은 유대 관계가 발생하기 때문에 애초에 공정하게 글을 쓴다는 것은 무리이다.
심지어 나 같은 경우도1980년대의 이야기였기 때문에 망정이지1990년대 이상의 업계 뒤 이야기를 모두 밝히게 되면 아마 업계에서 축출당할지도 모른다. 그러면서도 연재를 시작한 것은 그 시대를 지나왔던 사람으로서 가지고 있던 기억이 후세에 전해지지 못하고 소멸 되는 것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1990년대의 흥망사를 준비하면서 긴 시간 동안 상당한 검토와 고려를 하고 있는데, 대부분 업계 관계자의 실명, 회사의 실명에 대한 등장을 어떻게 할까 하는 문제였다. 또한 비즈니스 관계의 에피소드를 설명하게 되면 기업의 비밀 보장 유지라는 측면에서의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내 자신이 직접 겪은 경험담이라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간접적으로 들은 이야기라면 일일이 사실 확인이 필요할 수도 있다. 10회까지의 분량에서 개인적인 경험이 많이 등장한 것은 그 때문이다.
흥망사의 영향인지 우연인지, 2002년 이후 게임 미디어 업계에서는 과거사를 조명하려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뒤에는 한국산업기술대학 내에 한국 최초의 게임역사관까지 개관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원래의 기획 의도에서 벗어나 닌텐도의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국 온라인 게임의 현재를 조명해 본 것은2006년이 그만큼 의미 있는 해이기 때문이다. 닌텐도wii의 등장은 상상하는 것 이상의 트렌드 변화를 몰고 올 수 있다. 그리고 , 이제까지는 한국게임시장이 세계게임시장과는 상관없이 자력으로 성장한 면이 없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유저들의 레저 및 여가에 대한 욕구가 다양하게 변화하고 증가하는 것, 개인주의가 팽창하는 것, pc에 한정되어 있던 온라인 환경이 콘솔과 아무런 여과 없이 공유 가능하게 되는 것 등 앞으로 한국 게임 시장에 몰고 올 트렌드 변화에 따르는 분석을 하자면 이제까지 연재된 흥망사 분량의 두 배를 써도 모자랄지 모르겠다. 다만, 이번 회에서는 기획을 함에 있어서 니즈와 시즈의 상관 관계를 분석해 보고 사례를 조명하는 선에서 특집으로 꾸며 보았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앞서 말한 트렌드 변화의 전조로 한국형 온라인게임의3대 요소가 매우 약해지고 있는 증거가 업계 여기저기에서 포착되고 있다. 한국게임시장에서 장르별, 기술적 요소별로의 파동은 앞서 말한 한국형 온라인 게임의 3대 요소라는 큰 파동 안에서 움직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에 이 파동이 끝난다고 하는 것은 그 간 안일하게 게임을 기획해오던 게임 개발사들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괴혼의 디렉터 타카하시 케이타씨 2006년 들어 한국형mmorpg로서 많은 * 접속자를 유치하고 있는 r2의 프로듀서 (주7)김대일씨가 게임 제작에 기획자는 필요 없다는 발언을 해서 업계에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우연히도 비슷한 시기에gdc2006에 참여한 ps2용 게임 괴혼의 디렉터 (주8)타카하시 케이타씨는 자신은 게임 기획을 할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겸손한 발언을 해 극명한 대조가 되는 듯하다.
대한민국 게임 업계의 興亡이 곧 벌어질 처절한 추세 전환의 一戰에 걸려 있는 것이다. 주1: 기업의 성장성과 생산성을 가늠해 볼 수 있는 각종 재무에 관한 수치가 정리 되어 있는 도표
주2: 1965년생이며 요코이 군페이씨와 같은 동지사대 출신이다. 전공은 상경 계열. 졸업 후 캡콤에 입사, 알라딘, 하테나의 모험 등의 게임을 제작한 뒤1996년에 디렉터로 제작 했던 바이오 해저드의 대히트로 그 후 쭈욱 바이오 해저드 시리즈, 디노 크라이시스 시리즈의 프로듀스를 해오고 있다. 최신작인 바이오 해저드4에서는 원래 프로듀서였으나 부장직에서 해임되면서 치프디렉터로 직명이 바뀌는 일도 있는 등, 최근에는 캡콤의 경영진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3: 1961년생. 1981년에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코나미에 입사하여 타임파일롯의 개발에 잠시 참여하였으나 곧 퇴사, 1983년에 창업하고 얼마 안 되던 캡콤에 입사. 이후 아케이드 부분의 총괄 책임자로서 손손, 1942, 파이널 파이트, 스트리트 파이터 등의 히트작들을 제작하였다. 1996년부터는 콘솔 부문을 포함한 게임 개발 전부문의 최고책임자로 승격. 직접 개발에 손대기 보다는 프로듀서를 키우는 프로듀서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며 후진을 양성하는데 힘썼다. 바이오 해저드와 오니무샤의 시나리오를 담당했던 관계 회사 플러그십의 대표이사도 겸임하고 있었으며2001년에는 한국의 코코캡콤에서 개발자들을 불러들여 새로운rts를 제작하려 하였으나 실패. 2003년6월에 최종 직위는 전무이사로서 경영 전반에 관한 부진의 책임을 지고 캡콤을 퇴사한다.
주4: 미카미 신지와 같은1965년생. 1986년 서울대 컴퓨터 공학과 수석입학, 1990년 카이스트 과정을 거쳐1996년 세계 최초의mug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제작한 후 엔씨소프트로 자리를 옮겨1998년 리니지를 상용화시켰다. 2003년 엔씨소프트 퇴사 이후xl게임즈라는 개발사를 설립하였다.
주5: 1967년생. 1998년 엔씨소프트의 대표이사 자리에 취임 후 줄곧 한국게임시장의 추세를 이끌어 왔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후 송재경씨와 손잡고 엔씨소프트를 창업하였다.
주6: 1970년생으로 소프트맥스의 최연규 디렉터와 같은 광운대 출신으로 현재도 재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넥슨 입사 후bnb, 카트 라이더 등 여러 킬러 컨텐츠를 제작하였다.
주7: 가마소프트에서 릴 온라인을 제작한 후2003년nhn games로 자리를 옮겨 현재의 r2를 제작하였다.
주8: 남코의 아티스트로 괴혼의 디렉터를 맡아 일약 유명세를 탔다. 마케팅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크리에이터로서의 자세를 강조하는 제작자로 최근에는 영국bbc에 출연하여 게임 업계의 경영자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일도 있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