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용 콘솔로 나오는 게임들이란 보통은 사용자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작품들을 위주로 제작되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제작사 또한 보통 사용자들에게 친숙한 컨셉트를 기반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고 과거에 유명했던 게임의 리메이크, 외전 형식의 게임이 많은 것은 그런 연유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식을 깨고 간단하면서도 참신한 구성으로 플레이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준 게임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여기에 적는 역전재판이라는 게임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게임은 놀랍게도 '법정물'이라는 소재를 게임에 채택하고 있다. 플레이어는 주인공인 변호사 나루호도 류이치가 되어 그와 초등학교 동창이며 라이벌인 천재검사 미츠루기 레이지, 그리고 그의 스승인 카르마를 상대로 그가 맡은 사건의 피고들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법정이라는 소재 자체가 무척이나 딱딱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게임도 조금 지루하지 않을까 여기기 쉽지만 일단 게임을 시작해보면 곳곳에 나오는 말장난과 개그로 인해 그러한 딱딱함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주인공의 이름이 나루호도 류이치이다. 나루호도란 일어로 '과연' '역시나' 라는 뜻. 나루호도의 친구인 야하리는 '사건이 있는 곳에 역시(얏파리) 야하리' 라는 별명을 지니고 있다. 4장에 나오는 최종보스(?)격에 해당하는 검사의 성은 카르마. 사실 카리스마라고 지어야하지 않았을까 싶을만큼 카리스마가 격렬하게 느껴지는 인물이기도 하다.
게임은 크게 두 파트로 나뉘어져있다. 첫째로는 수사 파트가 있다. 여기서는 어드벤처게임 형식으로 직접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재판에서 사용할 증거들을 모은다. 사실 이 부분은 조금 진부한 면이 있고 막히면 지루하게 여겨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게임의 백미라 할 수 있는 재판 파트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그러한 지겨움은 얼마든지 견뎌낼 수 있게 된다. 재판은 하나 하나가 그야말로 한 편의 열혈 드라마이자 서로 트집을 잡지 못해 안달을 하는 만담 대결이기도 하다. 단순한 몇 장 안 되는 컷을 사용해 연출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이의 있음'으로 증인의 증언에 끼어들어 재판의 흐름을 바꿀 때의 느낌이나 증거물을 제출하면서 '먹어랏!'라고 외치는(왜 증거물 제시하는데 그런 대사를 외치는지는 생각하지 말자.) 그런 행동 하나하나가 통쾌함을 느끼게 해주며 결국 최종적으로 재판의 결과를 뒤엎는(그래서 역전이다.) 그 때의 카타르시스는 이 게임을 해보고서야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게임의 리얼리티에 대해 말하자면 사실 필자가 법조계 관련 지식은 전무한 편이기 때문에 이 게임에서 그런 법적 고증이 철저한지에 대해서는 논할 수 없다. 그저 주변인의 말에 의하면 그리 제대로 된 고증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다고 한다. 실제로 게임상에서도 '무슨 법 몇조 몇항' 운운하는 대사는 일절 나오지 않는다. 그저 논리적인 추리와 그에 대한 반박이 있을 뿐이라서 어떻게 보면 법정물이라기보다는 추리물에 가까운 편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인공 나루호도 류이치와 라이벌인 젊은 천재검사 미츠루기 레이지의 대결구도, 그리고 동인적인 시각에서 볼 때의 그들의 야릇한 관계, 앞서도 말한 그런 재판에 승소하는 과정에서의 카타르시스, 이러한 요소 하나 하나가 이 게임의 매력을 살리고 있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오히려 그런 딱딱한 법적 고증은 필요가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어쨌든 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서 필자는 캡컴이라는 회사를 다시금 돌아보게 됐다. 그저 아직도 2D게임의 명맥을 잇는 몇 안 되는 제작사 내지 바이오해저드 류의 액션어드벤처 울궈먹기나 하는 회사라고만 생각했던 캡컴이 그래도 수많은 게임회사가 경영부진에 빠져있는 가운데에서도 언제나 연간매출액 수위권을 달리는 회사로 남아있는 비결은 이런 게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저력을 지니고있었다는 점이 증명해주는 것이 아닐까.
이 게임을 군대 있을때 인트라넷으로 구해서 ㅡㅡ... 근무시간에 했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올립니다. 사진은 일어판인데 에뮬로 한글판으로 했었네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