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감에 앞서 만약 게임 하면서 감동 받는 사람을 오타쿠라고 부른다면
저는 이코에 한해서라면 얼마든지 그런 비난 감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오타쿠가 되길 추천하겠습니다 -_-
스토리나 배경 등등은 너무 유명해서 제가 설명한다면 오히려 흠집내는 것 밖에 안되니
그냥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제 소감만 말하도록 하지요.
황순원의 소나기에 나오는 소년과 소녀처럼
우리의 마음 속에는 언제나 '순수'에 대한 애틋한 갈망이 깊이 숨겨져 있습니다.
돈에 찌들고 쾌락에 젖은 삶을 살아가면서도
언제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하나의 이상향은 쾌락과 의무의 발현 시기인 2차 성징 이전의
그 빛바랜 추억들입니다.
버릇처럼 되내이는 '그때가 좋았지' 라는 말의 '그때'
바로 '그때'를 하나의 아름다운 동화로 엮은 게임이 바로 '이코'입니다.
화려하기 보다는 아련하게,
그리고 웅장하면서도 소박하게 나타낸 배경 속에서
새하얀 소녀의 손을 잡고,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그림자들을 피하며
기원을 알 수 없는 하나의 커다란 감옥같은 성을 헤매며 조금씩 조금씩 나아갑니다.
소년은 소녀의 비밀을 하나 하나 알아가지만 소년은 소녀에게 묻지 않습니다.
오히려 걱정할 뿐입니다.
수많은 역경과 시련 속에서도 그들이 그것을 이겨내게 하는 것은
아름답게 치장된 사랑이 아니라
그저 꼭 잡은 두 손, 그리고 소녀를 부르는 소년의 목소리 뿐입니다.
안타깝게도 소녀는 처음 소년이 보았던 때처럼 새장에 갇힌 새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녀가 지닌 의무는 더이상 그녀를 순수에 이르지 못하게 합니다.
그러나 소년은 포기하지 않고, 가장 바닥에서부터 다시 기어올라 소녀를 만나러 갑니다.
얼핏보면 정말 판에 박힌 듯한 이야기이지만,
모든 사람의 내면에 숨겨진 저 판에 박힌 듯한 '순수'에 호소하여
손으로는 그들의 떨림을 느끼게 하고 눈으로는 순수를 쫓게 하고 귀로는 그 아련함을 들려주는 게임이
바로 이코 입니다.
실제 게임플레이 역시 간단한 조작과 적당히 머리를 쓰게 만들어
rpg류의 고질병인 '노가다'로부터 완전히 유저를 해방시키고,
cg 영상과 플레이의 이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cg가 끝날 때도 아직 끝나지 않은 느낌을 받아 계속 쳐다보고 있을 정도였습니다.
간단히 소감을 밝히긴 했으나 더욱 간단히 이 게임의 느낌을 말한다면
앞서도 말했지만 '한편의 동화'입니다.
동화라고는 하지만, 오히려 순수를 잃어가는 어른들에게 그 메세지를 더 오롯이 전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이코 엔딩입니다. 스포일러가 될지 모르니
엔딩 안보신 분들이나 게임 할 예정이신 분들은 꺼주세요 ^^
엔딩곡 "you were there"